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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일본, 너무나 비효율적인 방식

NHK에 따르면 9월 16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163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23,437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89명으로 사망률 1.66%이다. 일본 전국의 신규 확진자는 551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77,834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494명으로 사망률 1.91%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113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105명이고 해외유입이 8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22,504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는 367명으로 사망률 1.63%이다.

 

오늘 일본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가 13명이라고 한다. 일본 언론에서는 코로나 19에 관한 보도가 점점 줄고 있다.

 

나는 오늘 아침 첫 교시에 개강했다. 며칠 전에 꼬박 이틀 동안 잠들고 깨서 체력이 약하고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강을 준비하느라고 이틀 연속 아침 5시 넘게까지 일했다. 오늘도 5시 넘어 잤다가 8시 전에 깨서 준비해서 9시부터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했다. 학생들도 졸고 끝나도 자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체력과 기력이 바닥인 상태에서 했는데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니 힘이 좀 났다. 첫날이라서 나도 목표 설정을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정도로 했다. 전체적인 내용 설명과 과제, 채점 기준, 평가 등에 대해서 소개한다. zoom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밖에서 아우성이라는 걸 듣고 나는 제한하는 설정을 하지 않았다. 왜 못 들어오는지 모르니까, 같은 입장 친구에게 물어라. 그래도 안되면 대학 IT담당에게 묻는 게 좋다. 나도 어떻게 겨우 할 수 있는 정도라서 도움을 줄 수가 없다.

 

과제는 나중에 봐도 된다. 친구가 못 들어오는 학생에게 전하겠다고 한다. 그거 아주 좋고 중요하다. 같은 걸 써도 내가 쓰는 것과는 입장이 다르다. 이번에 추가된 기능이 개별지도다. 지금까지는 게시판을 이용했고 개별적 코멘트도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학생들이 수업에 오지 못하는 걸 다 개별지도에 쓴다. 나는 게시판에도 쓰고 개별지도에도 답신을 한다. 오늘 들어오지 못한 학생을 배려해서 강의 자료에 없는 내용도 간추려서 올렸다. 참가했던 다른 학생에게 어떤 분위기였는지 듣고 참고해라, 인상이 더러워서 위험하다 든 지, 느낌이 있을 거다. 신청 과목을 수정할 수 있는 기간이라서 중요한 정보다. 거기에 학생이 그걸 선생이 못 들어온 학생에게 스스로 해야 한다는 메일이 왔다. 결석한 학생이 집에 와서 가정교사를 해달라는 것과 같다. 나는 가능한 학생의 요구를 수용하고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고 한다. 학생 중에는 자신들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대응하길 바라는 학생이 있다. 조금 더 가면 갑질을 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이 간을 보면서 자기네 말을 들어줄 것 같으면 막 해보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준다. 그런데, 요구만 하는 학생을 보면 거의 성장하지 못한다. 자신이 노력하기 위해 요구하는 학생은 확실히 성장한다. 나는 성장하고 싶은 학생을 돕는 역할일 뿐이다. 

 

지난 학기 평가에 대해 클레임이 들어왔다. 학교 담당 직원이 일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 첨부해서 비밀번호가 없으면 서류가 4종류 읽을 수가 없다. 직원이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그건 따로 메일을 보내야 하는데, 그걸 잊은 거다. 내가 파일을 열 수가 없다, 파일을 읽어야 내용을 파악한다고 했더니 파일을 줄여서 2개만 보냈다. 열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화가 나서 비밀번호가 어느 비밀번호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이쯤이면 속이 다 뒤집힌다. 나중에 메일이 와서 그 메일을 보냈을 텐데 하고 있다. 이런 것이 참 피곤하다. IT담당 젊은 남성이 처음부터 내가 뭘 몰라서 일처리를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똑같은 경우도 전혀 다른 결과가 되기도 한다. 교무 직원이 재시험 볼 학생이 있는 걸 알린다. 4학년이 재시험을 봤지만 성적이 나쁘다 결석이 너무 많아서다. 재시험을 해도 평가는 D였다. 내가 보기에 다른 과목도 어려울 것 같다. 학생이 자존감이 좀 낮고 눈치와 요령이 부족하다. 집안 형편도 어려울 것 같은데 내 과목으로 졸업을 못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될 것 같다. 학생을 직접 만난 직원도 그렇게 느꼈지만 성적평가라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결석도 많고 재시험을 봐도 D라고 했다가 C로 정정해달라는 메일을 했다. 직원이 자신이 단위를 받은 것처럼 반기는 티가 난다. 아이고, 직원이 학생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느껴져서 내가 단위를 준 게 다행이다 싶었다. 거기에는 재시험 대상이 아닌 학생이 제멋대로 리포트를 제출해서 평가해 달라는 것도 있고, 재시험 대상이 될 뻔 한 걸 미리 구제한 학생도 그걸 모르니까, 나에게 재시험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내 탓으로 돌리는 메일이 왔다. 재시험은 대상이 4학년에 재시험을 보겠다고 신청한 학생만 볼 수가 있다. 학생이 성적 발표를 보고 해야 한다. 그런 걸 하다 보니 직원이 서류를 보내는 걸 잊은 모양이다. 그 메일이 왔는데,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게 실수한 걸 드러낸다. 일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협력하는 자세와 상대방을 자신의 분야에 대해 모를 것이라고 예단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중대한 실수를 자기가 해서 시간이 걸리게 해 놓고 마지막에 와서 메일을 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 중요한 메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일본에서 정말로 단순한 사무작업을 어쩌면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일 그 자체보다 다른 과정이 훨씬 길고 복잡해서 스트레스받고 힘을 다 뺀다. 일을 하기가 싫게 만든다. 

 

다른 하나는 1학년 학생이 자신의 성적평가가 예상과 다르다는 메일이 있었다. 메일을 읽기만 해도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학생인 걸 알겠다. 그 학교 시스템도 신뢰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메일을 읽고, 지금 메일을 봐서 답장을 쓴다. 내가 다시 상세히 확인해서 메일로 알리고 성적이 다를 경우는 대학에 말해서 정정하겠다. 리포트는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닌 내용이라서 점수가 좀 낮다. 내일까지는 아주 바빠서 확인할 시간이 없으니까,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학생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직원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1학년이 일머리도 있다. 출석도 좋고 과제도 좋았는데, 리포트 점수가 좀 낮았다. 과목 등록도 분산되어 있었고 과제 제출을 메일로 분산해서 한 것도 있어서 집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걸 확인하면서 또 뭔가 배우고 얻는다. 

 

 

오늘은 아베 총리가 떠난 날이다. 그동안 아베 정권에 대해서 계속 글을 썼던 입장이라 정리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개강에 과로가 겹쳐서 쓰지 못했다. 그래도 아베 정권에 대한 글을 계속 쓰게 될 것이다. 스가 총리에 대해서도 쓸 자료를 준비했는데, 쓰려면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하다. 오늘 스가 총리가 하는 말을 듣고 인상이 확 달라졌다. 아베 총리는 일본어도 참 못했다. 아베 총리가 하는 말에서는 인간적인 냄새가 없다. 스가 총리가 일본어를 아주 잘한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단지 발음이 지방 방언의 영향으로 약간 어눌하지만, 우선 관방장관이었을 때는 뭔 말을 하는지 말이 들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말이 확실히 전달이 되었다.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하는 걸로 봐서 전혀 기대도 없었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우연히 생중계를 보고 처음으로 스가라는 '사람'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너구리나 여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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