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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일본, 교실에서 본 대학생 투표율과 좁은 세계관

NHK에 따르면 11월 4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14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381,721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154명으로 사망률 0.82%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158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1,723,954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8,308명으로 사망률 1.06%이다. 오늘 발표한 일본 백신 접종 실적은 1차 인구의 77.7%이고, 2차 인구의 72.8%이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2,482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373,120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2,916명으로 사망률 0.78%이다. 한국 백신 접종은 1차 인구의 80.5%이고, 18세 이상 인구의 92.4%이다. 2차 인구의 75.9%이고, 18세 이상 인구의 88.3%이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신규 확진자 +371명, +17.6%이다. 오늘 사망자가 24명으로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이 나왔다. 

 

 

일본 중의원 선거가 끝난 후 낮은 투표율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거기에 지난 일요일 밤 게이오선 전철에서 일어난 살인미수와 방화 사건도 충격적이었다. 나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걸쳐 가까운 극우 우체국에서 황당한 이지메를 당해서 그 여파인지 화요일에는 학교에도 가질 못했다. 어제는 휴일로 집에서 수업 준비를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오늘 처음 전철을 탔다. 집에서 가까운 전철을 탔더니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비상사태 선언 때보다 사람이 적어서 깜짝 놀랐다. 이건 게이오선 전철 사건 후유증인가? 나도 모르게 전철에 타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전철에 타서 주변을 둘러본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중의원 선거에 투표하러 간 사람 손 들라고 했다. 2교시는 1학년 대상 수업인데 3분 2가 투표를 했다고 한다. 3교시는 2학년 대상인데 5분 3 정도가 투표했다고 한다. 사회과학계 학생 60-65% 정도가 투표를 했다니 일본 전체 투표율이 오르지 않는 게 맞다. 선거가 끝났으니까, 솔직히 말을 했다. 나는 이번에 투표율이 높게 나올 줄 알고 기대했어. 근데 투표율이 지난번보다 2%밖에 오르지 않는 걸 보고 포기했다. 지금 일본이 중요한 국면이라고 봐, 대학에서도 학생들 관심이 높은 편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투표율을 보인다는 건 일본 국민들이 일본을 포기했다는 걸까? 힘든 국면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선거 결과를 보면 자민당 내에 지각변동이 있었다고 할 수 있어. 거물급 정치가들이 지역구에서 낙선을 했으니까, 소극적인 의사표시를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자민당이 하는 걸 용인한다는 사인을 냈어. 즉,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뜻이지. 코로나를 겪고 다른 나라가 크게 변화하는 데 일본은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건 일본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 실은, 큰 위기가 왔을 때 크게 변화하는 찬스이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변하지 않겠다는 거지. 나중에 이건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봐. 지난번에 다른 나라들과 일본을 비교했을 때 90년 이후 일본이 월급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에 비해 다른 나라는 최저 200%에서 250%까지 올랐다는 건 일본이 하락했다는 뜻이라고 했어. 다른 나라가 빠르게 개혁하는데 일본에서는 하지 않겠다면 뒤처지는 게 아닐까? 이건 일본 스스로가 선택했다는 거지. 낮은 투표율은 나라가 어떻든 상관이 없다는 뜻인지 몰라도 자신들 스스로가 결정한 선택이라는 걸 기억하길 바라.

 

학생들 중에는 일본은 리더가 누가 돼도 상관이 없고 먹고살기에 지장이 없으니까 괜찮다는 아이도 있다. 그래,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로 리더가 누가 되든 상관이 없는 걸까? 그런 나라는 없어. 만약 그렇다면 돈 들여서 선거를 할 필요가 없지. 먹고살기에 지장이 없다고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 40년이 될 것 같아. 언제까지 잃기만 할 건데? 먹고살기에 지장이 없다면 잃어버린 몇십 년을 왜 세고 있을까? 그야말로 먹고사는 문제인데. 일본 경제가 좋다고 보니? 경제는 즉 정치야. 세계에서 몇십 년 경제가 좋지 않다는 나라는 없어. 정치가 좋지 않다는 의미지. 

 

학생들은 가끔 아주 재미있게 의사표시를 하기도 한다. 오늘 피드백에서 한 학생이 "일본인은 룰과 매너를 지킨다"라고 해서 내가 정색을 하고 "다른 나라에도 룰과 매너가 있고, 사람들이 다 룰과 매너를 지켜. 세상에 룰과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사회가 형성되거나 유지할 수가 없어. 룰과 매너에 대한 해석이 다를지 몰라도" 했더니 교실 학생이 한순간에 얼어서 모두 일시정지 상태에 빠진다. 어머나, 세상에 일본에서만, 일본인만 룰과 매너가 있고 그걸 지키는 줄 알았구나. 아이고, 내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룰과 매너'라는 말 자체가 일본어가 아니잖아. 애초에 일본에도 없던 말이 들어온 건데, 그런 걸 왜 일본에서만 지켜진다고 생각할까? 아니, 오로지 일본만 문명국가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학생들은 철썩 같이 믿었던 모양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다 룰과 매너를 지킨다는 말을 듣고 아주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걸로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우월감을 가졌던 모양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당연히 룰과 매너를 지킨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일본처럼 룰과 매너를 지킨다고 말하지 않는 것뿐이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말하면 자신들만 그런 줄 알고 있는 것도 많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혀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갈 것처럼 말이다.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살아가는 거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전혀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 수가 없다. 입으로는 그러면서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염치가 없다. 민폐도 서슴없이 끼치고도 그걸 모른다. 자신들이 서로 '민폐'라고 생각하는 것에만 적용되는 건가? 말과 행동이 아주 다르다. 자신들을 객관시 하지 못한다. 아니, 객관시하는 걸 거부하는 것 같다.

 

허긴, 일본에서는 일본에만 사계절이 있다고 믿는 대학생도 많았다. 일본의 사계절은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고도 했다. 요새는 그런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아지노모토였다고 기억하는데, 일본을 '젓가락을 쓰는 나라 사람인 걸'하는 광고가 있었다. 당시에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계에서 오로지 일본만 젓가락을 사용하는 줄 알았다. 나는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젓가락을 쓰지만 '젓가락의 나라'라고 하지는 않는다. 거기에 일본인은 어릴 때부터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남다르다고도 하더라. 젓가락질하는 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습득하기 어려운 특별한 기술인 줄 알고 있었다. 나도 서양사람들은 젓가락질하는 게 아주 어려운 줄 알고 있었다. 나중에 봤더니 서양사람들도 처음에 서툴지 조금 익숙하면 젓가락질도 잘한다. 젓가락질이 꼭 특정 나라나 민족의 특성이 아니었다. 

 

일본에 있으면 다른 세계를 잘 모르니까, 좁은 세계관을 갖기가 쉽다. 광고나 널리 알려진 문구에 세뇌되어 다른 사고를 하지 않기도 한다. 학생들을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깜짝 놀라서 새로운 발견에 눈을 뜨는 순간을 많이 본다. 일본에서는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다'는 표현을 한다. 눈을 흐리게 했던 비늘이 벗겨져서 선명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오늘도 학생들에게 일본 정부가 방위비를 올린다는데, 방위비 올리는 게 급할까, 아니면 코로나로 어려워진 사람들 민생이 급할까? 일본에서도 대학까지 학비 무상화를 해야 돼, 세계를 보면 일본보다 돈이 없는 나라에서도 대학까지 무상화에 의료 무상인 나라들이 많아. 일본은 돈도 많다면서 못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했더니 학생들이 정신이 없다. 세상에, 일본보다 가난한 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있구나. 그런 나라에서는 세금이 비싸다고 하겠지만, 일본도 세금이 싸다고 하지만 결코 일본 세금이 싸지 않아. 일본에서 걷는 세금이 국민을 위해 쓰이고는 있는 걸까? 학생들 얼굴이 '일본에 속았다'는 표정이다. 이런 학생들이 꽤 나온다. 내 수업을 듣고 나중에 고백한다. 그동안 속고 살았다고 자신들 인생이 바뀌었다는 학생들이 막 나온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세뇌당한 좁은 세계관에서 조금 벗어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