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일본, 외국인은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다

오늘도 동경은 흐리고 비가 오는 최고기온 12도로 추운 날씨다. 오전에 글을 좀 쓰려고 했더니 인터넷에 버퍼링이 걸려서 컴퓨터를 껐다가 재기동하느라고 오전이 날아가고 말았다. 컴퓨터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날씨가 나쁘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지금 대학이 개강이라서 이런가? 아니면 저 멀리 오가사와라에 태풍이 오고 있어서 그런가? 하고 이유를 찾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유는 잘 모른다. 

 

금요일이라, 이번 주 중에 처리할 일은 오늘까지 해야 한다. 낮에 우체국에 의료보험료를 내러 갔다. 의료보험료 내역을 보면 의료보험 과세 대상 수입의 6.3%, 후기 고령자 지원금 2.1%, 개호보험 1.9%로 합하면 10.3%라는 계산이지만, 실제로 납부하는 금액은 11.3%였다. 과세 대상 수입이 낮아서 적용하는 세율도 낮은 편이지만 의료보험만 해도 20만 엔 가까우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근래는 의료비 지출도 있어서 다른 물가에 비해 세금이나 의료비를 낼 때는 한 번에 몇십만 엔씩 돈이 다발로 나간다. 

 

 

조금 전에 봤더니 한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줄어서 2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코로나 방역 규제를 거의 해제한다는 기사가 떴다(https://news.yahoo.co.jp/pickup/6423872). 나는 기사를 읽기 전에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로 2위에 올라온 것이 눈에 띄었다. 11시 6분에 올라온 기사에 5시간 뒤인 현재 댓글이 1,024개나 달렸다. 1위는 마코 공주 남편이 사법고시에 해당하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기사였다. 기사 내용은 18일부터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이나 인원수 제한에 대한 규제가 거의 해제되고 25일부터 영화관이나 스포츠 시설에서 취식금지도 해제된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은 당분간 유지하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일상 회복을 한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좋아요'가 1,169로 가장 많은 댓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규제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다르니까,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4월 13일 시점에 하루 약 15만 명이나 있다.

인구비로 하면 일본이 약 2.5배, 일본이라면 신규 확진자가 하루 37만 명 있다는 것이 된다.

한국은 올해 2월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규제완화를 했다.

3월 대선에서 자영업자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감염증 대책 전문가가 거의 없고, 정치적 요소가 강하다고도.

이번 규제 해제도, 한 달 뒤 대통령 교체를 위해

현정권이 '감염을 억제했다는 실적'을 남기고 싶다는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

 

이런 그럴듯한 댓글을 보면 자국의 현실과 제대로 비교하지도 않고 뇌피셜과 같은 분석이 먹히는 걸 본다. 단순히 전체 치사율과 백신 접종률을 보면 한국과 일본의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한국이 얼마나 코로나 방역을 잘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코로나에 관해서도 일본이 얼마나 안전한지, 한국이 얼마나 위험한지 강조한다. 코로나만이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든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만든다. 전쟁 중에 있는 우크라이나도 한국보다 위험하지 않을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친한 이웃도 한국에 관한 코로나 보도를 보고 내가 한국에 가면 감염해서 죽지나 않을까, 매우 걱정하고 있다. 그렇게 한국이 걱정이라면 '혐한의 나라' 일본에서는 대놓고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왜 한국에서 코로나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 해제되고 코로나 이전으로 일상 회복을 한다는 것에 대해 거의 발작하는 수준으로 댓글을 달고 난리를 치나? 그렇게 안전하다는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하는 걸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싫어하는 한국을 걱정할 정도의 일본이라면 '혐한'이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일상 회복한다는 것에 대해 그렇지 못한 일본에서 시기와 질투가 이렇게 많은 댓글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아, 한국에서는 일상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구나, 솔직히 부럽다.

 

 

일본은 자신들이 해놓고 나중에 가서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을 바꾸는 '자작극'에는 선수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었다. 3월부터 관광객을 제외한 비즈니스 관계자와 유학생 등 외국인 신규 입국이 재개되었다. 하루 5,000명으로 제한하던 입국자 상한을 4월부터 1만 명으로 늘렸다. 일본에서 엄격하게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를 2년간 해서 '코로나 쇄국'이라는 비판이 자자했다. 코로나에 감염하는 것은 국적이나 인종을 막론하고 같은 일인데 외국인만 입국 금지하는 걸 방역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외국인이라고 외국인만 입국 금지하면 방역이 된다고 여기는 부분도 있었다. '코로나 쇄국'을 했으니 비판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사실이다. 입국 금지로 일본에 올 수가 없었던 유학생 중에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한국에 간 유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3월부터 신규 입국하는 유학생이 입국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2월 21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자를 받지 못해서 4월 입학에 맞춰 입국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https://news.yahoo.co.jp/articles/d0e33387b7763062ca41c78e13bc34b732b9bfb2). 유학생 중에는 교환 유학생인 경우, 상대국에서는 받아 주지만 일본에서 받아 주지 않으면 일본에 유학생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학생이 원하면 열려있는 한국으로 가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 대학에서는 다시 일본으로 교환 유학생을 보내지 않게 되는 일도 생길지 모른다. 일본에서는 일본에 입국할 수 없는 학생들이 언제까지나 기다리지 않고 한국으로 갔다는 걸 문제시하고 있다. 일본에 올 유학생을 한국에 '뺏겼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걸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만약 유학생이 한국에 갔다는 보도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 싶다. 다른 나라에 가거나 일본에서 입국시키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 갔다는 게 싫은 거다. 유학생 입장에서 보면 언제 일본에 입국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마냥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다. 자기네가 문을 닫아놓고 유학생에게 다른 나라에 갔다고 한다. 

 

일본에 유학생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면 곤란한 것은 일본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여기서는 유학생이라는 표현을 쓰겠다. 신규 입국의 70%가 '유학생'과 '실습생'이라고 하지만 그 실태는 베트남에서 오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 오는 유학생을 강조해서 그들이 외국인 노동자라는 걸 감추고 싶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해서 유학생이 입국하지 못했는데 문제가 되자, 4월에는 기시다 총리가 유학생을 "일본의 보물"이라고 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1cf67e10f60212abcda09d427785a994d21258ae). "일본의 보물"은 유학생이 아니라,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에 해당한다. 자신들이 입국 금지해 놓고는 이제 와서 '보물'이라고 한다. '보물'이라면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았을까? 마음에도 없는 말을 참 쉽고 듣기 좋게 한다. 하지만, 일본인에게나 외국인에게도 전혀 의미가 없는 말장난으로 자신들의 '이권'이 가장 중요하다.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하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는 자민당 관계자들의 '이권'이 개입된 '돈줄'이기에 '보물'이라는 것이다. 

 

 

조금 전에 또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dd6be81d045d055c0b874f62134aeb46422a608). 일본 인구가 64만 명 이상 감소해서 사상 최대폭의 감소라고 한다. 일본 인구가 감소한 걸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라는 걸 보고 황당했다. 일본 정부가 신규 입국을 금지해놓고 인구 감소까지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용을 보면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서 생긴 '자연 감소'가 60만 9천 명이고 출국자가 입국자보다 많은 '사회 감소'가 3만 5천 명이라고 한다. 왜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본인의 인구 감소를 문제시하지 않고 애초에 숫자가 적은 외국인이 줄었다고 문제시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일본에 외국인은 2%도 안되지 않았나? 정말로 터무니없이 남 탓하는 '자작극'을 보고 있으면 웃기지도 않는다. 

 

2년 전에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