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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허탈한 주말

허탈한 주말

뜨개질이야기 2012/12/22 21:09 huiya



오늘 동경날씨는 아침부터 비가 오고 흐렸다가 오후 늦게 개었다.


나는 어제로 강의가 끝나서 짧은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는 좀 바쁜데다가 황당한 일에 말려들었고, 아주 슬픈일도 있었다. 거기에다 대선 결과도 결과라 피곤하고 허탈한 주말이다. 아니 연말이 될 것 같다. 비록 지난 주 화요일에는 위아래로 빨간옷을 입고 설쳤고, 어제는 크리스마스색 옷에다 손톱에는 빨간매니큐어에 반짝이까지 발라서 학생들 기분을 돋구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대 위 일뿐이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크리스마스나 연말이라는 기분이 전혀 안든다. 나는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학생들도 그렇단다. 그래도 일년은 1월에 시작되어 12월에 끝난다. 절기라는게 있는 법이다. 생활이 점점 특별한 일과 보통일에 구별이 없어져간다. 슬픈일이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때를 위해 평소 재미없는 일을 하는 법인데, 일을 할 때나 쉴 때도 구분없이 특별함이 없다면 재미가 없다. 뭔가 특별한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참고 사는 건데 그런게 우습다면 어떻게 살아야하나.


어제 화려한 크리스마스색 옷에 빨간 반코트를 입고 지냈지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기분은 마치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겨우 집에 도착한 기분이였다. 그리고 멍하니 꾸역꾸역 맛없는 저녁을 먹고 멍청하게 드라마를 보다 시간이 되서 목욕물에 몸을 담궜다가 잤다. 오늘 아침은 비가 와서 눅눅한 아침을 맞았다. 피곤하고 허탈한 심정을 먹는 것으로 채우려한다. 아침부터 고구마를 쪄서 먹고,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점심에는 카레를 만들어서 꾸역꾸역 먹었다. 주문한 실도 도착했다. 요새 속이 허해서 자꾸만 생각없이 실을 산다. 실을 사도 창작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내 머리속도 신선한 산소가 부족한 모양이다.  현실도피로 실을 사서 다른세상을 꿈꾸는 사람도 피곤해서 허덕거리면 다른세상으로 도망갈 힘이 약해진다. 그래서 실상자만 쌓여간다. 아무 생각없이 실상자를 찍으면, 가끔 아주 멋있는 색상조합이 나온다. 이번에도 그렇다. 우울해 하지 말라고 누군가 선물을 준 것 같다. 고맙다. 우연한, 정말로 우연이지만...




지난  같은 요일에 강의를 오는 조선족선생에게 빨간점퍼를 줬더니 시어머니에게 드렸단다. 기뻐하셨다고, 나는 그선생이 입기를 바랬는데, 그래서 어제는 니트원피스를 선물로 줬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라서, 혹시 맘에 안들어서 안입으면 돌려달라고 했다. 선물주기도 쉽지않다. 점심시간에는 귤을 가져가서 직원들과 나눠서 먹었다. 미국선생 남자분이 크리스마스라고 쿠키를 많이 만들어오셨다. 역시 홈메이드라 맛이있다. 바쁘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신경이 쓰이는 일은 대충 마쳤다. 조금 남은 일정을 소화하면 본격적으로 연말에 정초를 맞는다. 어제 슈퍼에 들렀더니 채소와 과일 가격이 연말물가로 올라갔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둬야겠다.



, 어제 이탈리안니트 검정색 자투리 천을 300엔에 샀다. 천 자체가 입체적이고 귀여워서 고마바엄마나 내가 입을 롱베스트를 만들면 좋을  같다. 연말에 쉬면서 만들거다. 바느질이나 뜨게질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지난 번에 같은  빨강색으로 스카프를   만들었는데, 학생들 반응이 아주 좋다. 그냥 장방형과 짜투리천 모양대로 두가지다. 모양대로   표정이 있어 재미있다. 내가 약간 덧붙였지만 수업감상문에 많은 학생이  패션을 재미있다면서 감상을 적어낸다. 선생님 빨강색이 너무  어울려요. 어제는학생  명이 산타크로스 모자를 가져와서 씌운다. 내가 산타냐고? 

물론 학생들에게 아주 조그만 선물을 줬다. 오스타라이안스타디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오스트라리안단편소설을 나눠줬다. 그 시간이 오스트라리안문학이였다. 코리안스타디스시간에는 학기말 점수가 되는 팬더도장을 찍어줬다. 자신의 팬더를 소중히 간수하라면서... 일본문화사시간에는 줄 게 없었다. 금요일에는 오전에 호주로 날랐다가, 다음은 한국을 들러서 마지막은 일본문화사여서  일본역사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걸로 하루비행이 끝난다. 아주 상반된 세계를 왔다갔다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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