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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끝나가는 겨울방학

끝나가는 겨울방학

뜨개질이야기 2013/01/08 23:05 huiya


오늘 동경날씨는 맑고 포근한 날씨였다.

요즘 며칠 계속 맑아도 기온이 낮아서 추웠다. 오늘은 기온이 좀 올라간 날씨였다. 내일 아침부터 강의가 시작되니, 겨울방학도 오늘로 끝나는 거다. 2주일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나는 폐인모드로 게으름을 피우며 지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을 추스릴수 있었지만, 내가 원하지 않은 뱃살도 보너스로 두둑히 늘었다. 정말로 왜 이런 건 내 허락도 없이 멋대로 불어나는 것일까. 옷을 입을 수 있을지, 옷을 입었다가 폭발하는 사고가 나지 않을지 정말로 고민스럽다. 그리고 오랫만에 나갈 거라, 오늘 자기전에 대충 준비를 해놓고 자야지 내 자신이 심히 걱정스럽다.

어제는 고베에서 친구가 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일이 있다면서, 우리집에서 자고갔다. 친구에게 내집은 엄청 춥고 불편하지만, 그걸 핑계로 온거다. 어제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평소에 붐비는 곳인데 사람이 적어서 들어갔다. 둘이서 음식을 넉넉히 시키고 맥주도 한잔씩 마시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나는 술을 못마시는데, 아주 친한 사람과 맥주 딱 한 잔정도 마신다. 집에 와서 잠자리를 만들고 목욕을 해서 잠잘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수다를 떨기 시작해서 아침을 먹고 친구가 가야하는 곳까지 쫗아가면서 수다를 떨었다. 가끔은 수다를 떨어야한다. 친구와 수다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와 정치를 비롯해서 친구네 가족과 회사문제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한다. 

친구는 남편이 치매증상을 보여서 퇴직을 하고 현재는 친구가 사장이다
. 친구로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사장직도 내주고 은퇴를 해서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건 어디까지나 요망사항일 뿐이다. 나는 친구가 은퇴를 하면 나와 장기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친구는 치매걸린 남편을 두고 갈수가 없을 거란다. 친구는 해외유학도 하고 싶어한다. 남편이 아직 심각한 상태가 아니니 일이년 다녀오라고 했다. 그것도 남편을 두고 갈수가 없다고 한다. 자식들이 같이 살고 있지만, 남편은 자기책임이라고 한다. 남편을 데리고 가라면 남편이 말을 안듣는 단다. 나는 남편도 잘안다. 결국, 친구가 자유롭게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쓸수있는 것은 남편에게 달려있다. 남편이 먼저 죽는다던지 남편보다 친구가 먼저 죽을 수도 있는 거다. 친구는 태어나서 부모밑에 있다가 20세 정도에 일찍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 셋이다. 사업도 독립해서 나와 회사도 크게 성장을 시켰다. 자식들도 잘 성장을 해서 다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이나, 가정적으로도 성공을 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는 시간조차 마음대로 쓸수가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희생을 한 것은 아니다. 이 게 보통여자들이 살아가는 라이프코스인지도 모른다. 거기서 조금 더 자유스럽던가, 아닌가의 차이일 것이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 부럽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내가 하고있어서 그런가 보다. 나는 친구 처럼 모든걸 잘하려는 야심조차 없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와 친구는 많이 닮았다.


또 한친구는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다.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한다. 고베친구나 이 친구도 나보다 나이가 열살정도 많다. 그래도 친구이지 언니는 아니다. 단지친구라고 부르자. 단지친구도 올해들어 갑자기 옛날 아는 사람이 죽었단다. 아직 죽기에는 이른 나이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며칠은 매일 같이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산책도 조금 같이 하고, 수다를 떨었다. 나도 친구도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채우려고 수다를 떤다. 나도 12월 중순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너무도 황망히 떠나고 말아서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나는 연말에 힘든시간을 보냈다. 주위사람이 죽은 걸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갈지. 장수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장수를 하는 사람도 있고 평균수명보다 훨씬 빨리 죽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죽은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상처를 입거나, 외로워지거나, 힘든시간을 보낸다. 나의 경우는 아직 수습이 안된 상태라, 다른사람들에게는 말을 못한다. 수습이 되면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억지로 수습을 하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그 것도 관계의 연장선이기에 가까운 사람이라도 살아서 다시 보지 않는 관계가 있다. 이 관계는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육신이 죽어서 다시 볼수 없지만, 언제까지나 마음속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이 관계는 살아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어, 생각하는 한 살아있어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관계도 있다. 단지친구와 나는 며칠 그렇게 허우적거렸다. 둘 다 먼저 보낸 사람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안했지만, 쓸데없이 수다를 떨면서 서로를 위로하지 않았을까. 괜찮아, 무리하지마. 그런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단지친구를 위해서 뜬 것이다. 노랑색이 수확을 끝낸 논이나, 밭 같은 노랑색이다. 결코 예쁜색은 아니지만 좋은 색이다. 스토리성이 있는 색감이라고 할까.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길 바라면서, 저녁시간에 찍었다. 저녁햇살을 받아서 따스하게 보인다.



이건 아주 단순하지만, 활용도가 높고 멋있다. 배색을 바꿔서 손수 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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