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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뜨개질이야기 2013/01/28 17:23 huiya



오늘도 동경은 맑고 건조한 날씨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조금 내려서 나무와 길에도 약간 쌓여있었다. 그러나 햇살이 나면서 거의 녹아 없어졌다. 최고기온이 10도 정도로 따뜻한 편이였다. 그런데, 바람이 조금있다.


어제는 아침에 몸이 노곤해서 일어나지 못해 10시반까지 잤다. 아무래도 학기말이라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했던 게 풀리느라고 수면이 필요했었나 나는 습기가 많은 날씨와 건조한 날씨중 고르라면 건조한 날씨를 택할 거다. 일본이 습기가 많을 때는 습도가 90%까지 가니까 요즘은 건조해서 보통 30%정도다. 좀 심하게 건조한 거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어제 아침에 창문 밖에서 새가 와서 울었다. 잘 안보이는 새라, 방에서 조용히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한마리는 날아서 도망갔다. 한마리만 남았다. 새가 보이게 좀 땡겨서 찍었다. 오늘 컴퓨터로 보니 전기줄이 오선이고 나무 새순이 음표로 보인다. 새는 거기서 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였나 재미있다.



어제 뜨개질하던 걸 마무리 한다는 걸 핑계로 그냥 쉬면서 지냈다. 아주 평화롭게 하루가 끝나는 줄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따뜻한 날씨가 아까워서 가까운 데로 산책을 나갈 준비를 했다. 무심코 오마이뉴스를 봤더니, 내가 블로그에 썼던 내용과 관련된 사람에 관한 기사가 떴다(어제 스크랩한 기사 "37년 만의 무죄 판결..."). 실은 본인 이름을 모르기에 내가 아는 케이스와 흡사하다고 느끼면서 산책을 나섰다. 산책은 해가 지기전에 하는 게 좋으니까 그런데 내가 아는 케이스라는 확신이 없었는 데도, 뭔가 직감적으로 예사롭지가 않다. 갑자기 충격을 받아서 자꾸 구토가 나올 정도로 속이 뒤집혔다. 너무 흡사하다. 이 충격은 여러모로 나를 질책하는 것 같았다. 증언을 들었다는 것에 대한 책임, 나태한 나에 대한 질책,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와 가족이 오랜 세월을 피해자로 살아야 한다는 기막힘등 한꺼번에 나를 두들기는 것 같다. 그 증언을 들었던 나에게 어떤 책임이 있었던 건지, 내가 뭘 태만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뭔가 잘못한 것 같다. 자신과 세상에 화가 난다. 그리고 계속 눈물이 나고 구토가 올라온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면서 좀 걸었더니 한결 나아진다. 내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있는 일을 한다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글을 쓰는 순간, 창밖 나무에 아주 작은 새들이 떼지어 몰려와 이가지 저가지로 날아다닌다. 기적과 같은 순간이다. 내가 느낀 것을 잊지말라고 이런 순간을 내눈에 보이는 구나. 내가 알았다는 것에, 느꼈다는 것에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겠지.


산책을 마칠 무렵은 마치 두둘겨 맞은 것 처럼 멍해졌다. 눈물과 구토와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파김치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달이 떴다. 보름달이다. 마음을 추스리면서 달맞이를 했다.




돌아와서 확인을 해보니, 내가 썼던 내용의 주인공이였다. 역시, 그랬구나. 몇년 전에 오사카에 갔을 때, 그 아버지를 찾아갔는데 못만나서 궁금했는데 실은 본인을 모른다. 어디까지나 아버지를 통해서 말을 들었을 뿐이니까, 그러나, 가족들의 말할수 없는 고생은 알수 있었다. 본인에 관해서는 얼마나 힘들었을 지 상상도 못했다. 건강해 보이고 대학에서 가르친다니, 다행이다. 베란다에서 보름달을 찍었다. 그 분에게, 저 보름달 처럼 환하게 명예회복이 될 날이 오길 바란다.



오늘 아침에 어젯밤 마무리한 옷을 찍었다. ‘봄을 기다리며를 테마로 한 거라, 살짝 눈이 덮여있는 땅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도 살짝 남아있는 눈이 맞춘것 처럼 좋았기 때문이다. 땅에 눈이 덮였고 그 위에 작년 가을 추수가 끝난 기억이 남아있다. 거기에 새싹이 나오겠지. 잡초라도 푸르름이 비치겠지. 뒷쪽에는 땅에 있을 그 옛날 바다였을 기억이 파란색으로 들어갔다. 흘린 피는 다 스며들어서 잔상조차도 남아있지 않다. 봄이 오면, 꽃이 필거다.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노랑색인데, 다음은 옅은 분홍이다. 꽃이 피는 봄을 기다리자. 아무리 겨울이 춥다해도 언젠가 봄이 오리라는 걸 안다. 어두움이 밝아지는 것 처럼 






아침에 찍은 것 중, 건진것은 한 장이였다(맨위사진). 아침햇살이 좋은데 이른 오후 햇살을 받는 것을 다시 찍었다. 반짝이는 것이라, 빛을 받아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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