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건조하고 맑은 날씨였다. 아침에도 국물을 내서 온면을 만들어 먹었다. 지금 후배 베스트를 짜고 있어서 후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새해인사를 하고 베스트를 짜기 시작했다고 했더니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선배, 명절이라서 가족도 만날겸 지금 동경에 와있어요. 선배 사는 곳에서 가까운데서 약속이 있는데 그 전에 시간이 있으니까, 지금부터 선배네 집에 갈게요. 이사도 도와줬던 후배라서 집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다시 연락하면 역에 마중갈게.
11시에 가까운 역에 도착했다. 내가 짜기 시작한 베스트를 보이고 사이즈를 맞춰봤다. 괜찮을 것 같았다. 이웃역에서 약속이 12시라고 한다. 내가 사는 주변에는 역이 꽤 있다. 가장 가까운 역은 모노레일로 3분 걸린다. 10분 걸으면 모노레일 다음역이 된다. 15분 걸으면 역이 세 개나 있다. 이웃역은 15분 걸리는 역에 가서 전철을 타면 한 정거장 간다. 집에서 걸으면 20분 걸린다. 그냥, 산책 삼아 집에서 걷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후배는 현재 북해도에 살면서 대학에서 일을 하지만, 내가 사는 부근에 20년이나 살아서 고향같은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가족이 있는 집은 치바인데 오늘 아침에 전화가 온 것은 하치오지라고 했다. 치바와 하치오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후배는 동경에 오면 자신이 살던 곳 가까이에 들르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후배는 집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곶감을 하나 먹을 정도의 시간 밖에 없었다. 나는 연말에 중국후배에게 받은 큰 봉지에 든 홍차와 인근에서 터줏대감 은행나무 열매를 줏어다 말린 것을 건넸다. 이 은행나무가 500년 이상 된 것이래. 500년 동안 은행나무는 정말로 많을 걸 보고 들었겠지. 은행나무 사진도 보여줬다. 북해도에는 이렇게 오래된 고목이 없어요. 지금은 눈이 와서 온통 새하얀 세상이랍니다. 후배도 집에서 받은 것이라면서 떡과 야채와 감귤류를 하나 줬다.
역으로 걷는 도중에도 동경은 역시 따뜻하네요. 녹색 식물이 있고 연신 풍경이 다르다고 한다. 후배도 근처에 오래 살아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부근 지리감이 있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자신이 오랜 세월 보고 지냈던 풍경과 주변을 보면서 반가워했다.
나도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지난 연말 정말로 오랜만에 붐비는 시내에 나갔다. 내가 마치 시골에서 도시에 올라간 사람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했던 장소에서 걷돌았다. 활기가 있는 시내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 나는 시골에 사는구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역에 도착해서 집을 향해 걸으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도심에서 벗어나면서 공기가 다른 것이다. 도심에서는 눈이 아팠는데 교외로 나오니 눈이 아프지 않았다.
집으로 올라 오는 길에서는 호흡이 편한해지는 걸 느끼면서 속으로 나는 공기가 좋은 시골에 사는 사람이 되고 말았구나 했다. 도심이 좋은 점도 많지만 내가 사는 곳의 좋은 점도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겨울이 되어 나뭇잎이 거진 떨어지고 말았지만, 역시 자연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환경이 좋다. 자연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사는 주변의 가장 좋은 점이다.
후배를 배웅하느라고 갔던 이웃역은 호리노우치라고 한다. 아는 사람들도 부근에 사는데 실제로 간 것은 처음이다. 역이 멋있게 생겼다. 내가 보기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구엘공원을 오마쥬한 것으로 보인다. 올라가서 재미있게 보고 사진을 찍었다. 가우디는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어서 가끔 오마쥬한 건축을 보기도 한다. 역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주변에 나중에 생긴 건물과 조화에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역이 예쁘면 역에 가는 일이 즐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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