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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일본의 엇박자 외교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월요일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청소를 간단히 했다. 전날에 만두재료로 산 고기가 있어서 양파와 배추를 잘게 다져 섞고 치대서 냉장고에 넣었다. 오후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청소를 하지 않으면 너무 지저분했다.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청소를 마치고 도서관에 나섰더니 시간이 좀 늦었다. 나가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더니 책이 많이 나와 있었다. 볼만한 책을 간추려서 쇼핑백 하나 가득이다. 다시 집에 와서 현관에 놓고 나갔다.  날씨가 따뜻해서 도서관에 가는데 기분이 좋다.


도서관에 갔더니 예상대로 시험기간이라,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다행히 자리를 잡고 새책을 훑어 봤는데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었다. 읽던 책을 마저 읽고 반납했다. 오키나와의 성매매 지역과 성매매 여성에 관한 책이었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결전을 치룬 곳이라, 당시 오키나와사람 4분의 1이 희생당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는 미국에 의해 점령당하는 지역이 되고 만다. 전쟁에서 남편과 아들을 읽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것은 여성들이었다. 전쟁이 끝나 폐허가 된 곳에 미국 식민지가 되어 일할 곳도 없는 곳에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였다. 전쟁 미망인이나, 미혼 여성만이 아니라, 아이가 있는 기혼여성, 미성년들도 많았다. 아이들과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여성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미군들은 상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폭행을 비롯한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당연했다. 여성들의 성매매로 먹고 살면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 또한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 쪽에서 보면 먹고 살 길이 없어 성매매를 한 것이 죄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른 일이 없었다.



요즘 아베총리가 주도하는 외교를 보면 엇박자의 정도가 심하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일본이 평화조약을 맺고 러시아가 태평양전쟁 결과 현재 영유하고 있는 네 섬 중 두 섬을 반환한다고 일본에서 발표했다. 대단한 외교적 성과인 것이다. 나는 이상하다고 여겼다. 학생들이 사실관계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이 정도 사안이라면 일본정부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일본 양국에서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의 발표를 모른다. 그렇기에 일본정부의 발표를 믿기가 어렵다고 했다. 좀 있으니까, 일본에서 섬 두 개가 반환되어도 러시아를 배려해서 그곳에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이말을 들으면서, 이건 안되는데 너무 앞질러 간다 싶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에서 화를 내고 있다. 일본에서 칭하는 '북방영토'라는 말도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정당한 요구다. 현재는 러시아령이니까, 당연한 것이다. 일본에서 돌려 받는다는 섬에 사는 러시아인도 지배하는 국가가 변경된다는 걸 받아 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러시아 쪽에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전쟁으로 정복당한 지역도 아닌데, 자국민까지 포함해서 돌려주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을 일본에서는 간단히 말한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두 섬을 둘러싸고 일본에 대해서 많이 배려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일본인의 방문은 물론, 주변에서 일본 어부들이 어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일본에 두 섬을 반환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베총리가 외교를 잘해서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두 섬을 반환 받는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보인다. 21일부터 아베총리가 러시아에 가서 이건에 대해서 해결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러시아 곳곳에서 일본에 섬을 반환하는 걸 반대하는 데모가 일고 있다. 영토라는 것이 작거나 큰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이다. 내가 보기에는 러시아가 두 섬을 반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러시아가 두 섬을 판다면 몰라도 자신들의 영토가 된 섬을 반환할리가 없다.


오늘 뉴스을 봤더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외무장관이 회담을 가진다고 한다. 지난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북미정상회담에 '초치러' 가는 걸로 보인다. 일본의 본심은 북한과 한국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렇기에 미친듯이 끝까지 방해를 할 것이다. 북한과 한국이 사이가 좋아가는 걸 절대로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아베총리는 유럽에 가서 북미정상회담을 마치면 다음은 북일정상회담이라고 했다. 북일정상회담에서는 '강제연행'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북한을 향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면서 한국을 약올리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그런 일본의 이중적인 속내를 모를리가 없기에 북한이 일본의 잔꾀에 속지 않을 것이라, 북일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요새 한국과는 '징용공'과 '초계기'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그걸 빌미로 한국 때리기가 한참이다. 오늘 '초계기'문제를 둘러싼 '협의'를 일본이 그만둔다고 했다. 한국이 도저히 말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정상'이라는 말까지 쓰면서 비난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왜 갑자기 일본이 '협의'를 그만두나? 나는 예상하고 있었다. 일본의 주특기인 '치고 빠지기'인 것이다. 실은 일본에서 한국이 사과할 줄 알았다. 지금까지 일본이 우기면 한국이 사과하는 식으로 종결되어 왔으니까, 이번에는 한국에서 맞대응 했다. 여기서도 웃기는 것은 정작 대화를 해야 할 상대인 한국과는 '협의'를 중지하면서 '초계기'에 레이더를 쐈다는 영상을 10개국어로 발표한단다. 그러니까, 목적은 국제적인 한국 때리기인 것이다. 일본내에서는 아베정권 지지율이 올랐으니까, '초계기' 사건은 성공한 것이 된다. 일본정부는 한국 때리기나 이지메는 항상 쏠쏠하게 재미있는 사안이다.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흥행이 보장된 일인 것이다. 


아베정권에서는 한국, 문재인정권을 만만하게 봐서 뭐든 자신들 주장이 통하는 줄 알고 있다. 아직도 한국은 식민지지배하에 있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아베정권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군과의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좋든 싫든 이웃이다. 영해를 접한 관계에서 이런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 양쪽이 다 힘들어진다. 앞으로 한국해군과 일본 자위대가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정권이 외교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국민을 향해서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선전한다. 일본국민에게는 잘 먹히고 있다. 아베총리가 외유를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는 꼭 외국에 나가 있다고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외교는 대단하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상대가 나쁘기 때문이지 일본이 잘못한 것은 절대적으로 없다. 엇박자로 계속 나가면 되는 것이 일본외교의 특징처럼 되어 있지만, 일본에서는 잘 모른다. 알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모르는게 약일까? 주변국가와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외교가 잘하는 외교일리가 없지 않은가? 일본에 오래 살아도 일본의 논리를 이해할 수가 없을 때가 많다. 



사진은 어제 초저녁에 찍은 것으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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