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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표류하는 일본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15도나 되는 따뜻한 날씨였다. 내일은 2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다음날은 6도로 뚝 떨어진다니 정신이 없는 날씨가 된다는 것이다. 오늘은 일요일 청소를 하는 날이지만, 빨래를 하고 이불을 널어서 말렸다. 날씨가 따뜻해서 난방을 하지 않아도 집에서 지낼 수 있어서 좋다. 한국에서는 설연휴가 어쩌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혀 상관이 없는 평범한 주말일 뿐이다. 나는 봄방학 중이라, 주말이라는 개념도 별로 없다. 하지만, 내일은 월요일이니 새 책이 왔을 걸 기대하고 도서관에 갈 것이다.


일본은 표면적으로 항상 변함없이 평온한 모습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뒤숭숭하다. 특히, 아베정권에 들어서는 국민들이 편안한 꼴을 보기가 싫은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못살게 구는 독특한 취향이 있는지 몰라도 한시도 평안을 주지 않는다. 주변국가를 적대시해서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지지율을 올리는 것은 주특기에 가깝다. 거의 패턴화된 수법이다. 일본에서 오래 살면서 관찰한 결과, 주변국가를 자극하는 것은 항상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자신들 행동이 주변국가에 어떻게 비칠지 뻔히 알면서도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아무래도 역사적인 관계, 주변국가를 침략했다는 사실이 있으니 조금은 상대방을 고려해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보면 그런 역사 따위는 없었다는 듯,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 코스플레이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민당 정치가들이 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마치 주변국가가 미개국이라도 되는 것 같이 보인다. 주변국가를 미개국 취급하는 자신들은 어떤지, 성찰했으면 좋겠다. 정치가나 네트우익들의 발언, 한국에서 보기에 '망언'이라는 것은 일본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기에 일본에서 보면 '망언'이라고 하는 한국사람들이 이상한게 되고 만다.




지난 1월 하순 사회학 종강에서 했던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 수업은 2년 반 했는데, 인기강의로 수강생이 많은 수업이었다. 강의를 시작할 때, 지도를 써서 시작했기에 마지막 강의에서도 같은 지도를 써서 다른 내용을 다뤘다.


마침 '초계기'사건에 아베총리가 앞장서서 '혐한'을 선동하는 발언을 거듭하면서 갈등에 불을 붙이던 시기와도 맞물려 있었다. 러시아와는 쿠릴열도 두 섬을 반환해 받는다고 설치고, 그렇게 적대시하던 북한과 대화를 한다고도 하는 복잡한 상황에 있었다.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고 난 뒤도 러시아가 섬 두 개를 반환할 것처럼 일본에서 전하고 있는데, 나는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본다. 북한이 일본내에 있는 재일동포, 그것도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 아이들 밥그릇을 인질로 차별하고 이지메하고 있는데 대화에 응할리가 만무하다. 


학생들에게 일본은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려고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제발 부탁인데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했다. 지도를 놓고 보면 일본과 주변국가와의 관계가 보인다. 특히 한국과는 '초계기'사건을 일으켜 갈등을 유발시켜서 일본에게도 그다지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북한이 평화를 향해서 나가는 걸 지켜볼 수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과 북한은 평화를 향해서 가고 있다. 적어도 한국국민과 북한 인민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기를 절실히 바라며 발걸음을 맞춰가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 일본이 방해하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대다수 한국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 속고 살아온 경험으로 많을 걸 배웠다.


'초계기'사건은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과정에 일어난 일이다. 거기에 일본이 한국군함을 위협하면서 구조활동을 방해했다. 이런 문제를 국제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일본이 꼭 유리한 것도 아니다. 한국과 갈등을 첨예화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신뢰관계'를 깨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면, 앞으로 양국간에 갈등은 점점 더 일어날 뿐이다.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미국의 압력을 받아 일본에게 사과를 하는 식이 아닌, 한국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얻는게 무엇일까? 단기간으로 보면 아베정권의 지지율을 높이고, 선거에 이용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개헌에 활용을 하겠지. 


학생들에게 묻는다. 국가예산을 '복지'와 '국방비' 어느 쪽에 쓰는 것이 중요한지? 대부분 학생들이 '복지'가 중요하다는 걸 안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경기가 좋다고 난리를 치지만, 내용적으로 경기가 좋은 것이 아니라,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져 간다. 학생들까지 소비세가 오르는 것에 민감할 정도다. 일본은 국민들 생활이 궁핍해져 가는데 '국방비' 예산이 가장 많아졌다. 주변국가를 '적대시'하면 '국방비'를 많이 써야 한다. 대신에 '복지'에 쓸 돈이 없어진다. 사실, '복지'가 줄어 들었다. '소비세'를 올리면서 '복지'에 쓴다고 해놓고서 '국방비'에 쓰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열을 받는다, '무기'를 사지 말고 가난한 아이들을 잘 먹였으면 좋겠다. 아이들 밥그릇을 먼저 챙길 줄 모르는 어른들이 정치한다는 것 자체가 불행이다. 


지도를 봐라, 역사적으로 주변국가에서 일본을 침략한 적이 있느냐? 멀고 먼 옛날, 몽골이 침략 하려고 한 적이 있다는 것 외에는 없다. 예를 들어 태평양전쟁 이후, 일본이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자위대를 군대라고 하지 않는다)도 없었지만, 주변국가에서 일본을 침략했나? 일본에서는 주변국가가 아주 호전적인 것처럼 항상 선동을 하지만, 일본이 아주 호전적인 나라다. 주변국가는 상당히 평화적이라, 보통 남의 나라를 침략하려는 마인드 자체가 없다. 주변국가에서 보면 일본이 항상 '잠재적 위협'인 존재다. 일본은 한반도를 몇번 침략하고 일본의 많은 전쟁에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었는지 몰라도 한반도에서 일본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려 했던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일본은 주변국가 모두를 침략한 역사가 있다. 그것도 다 일본이 공격을 해놓고, 마치 주변국가가 먼저 일본을 공격한 것처럼 '속임수'를 써서 전쟁을 일으켜 왔다. 그런 일본을 주변국가에서 정말로 '신뢰' 할까? 일본이 그렇게 당해왔다면 상대방을 '신뢰'하겠니? 그리고, 주변국가와 영토문제가 있다, 영토문제는 다 침략전쟁의 결과 생긴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라, 일본이 러시아라면 쿠릴열도 섬 둘을 반환하겠냐고? 학생들은 반환하지 않는다고 한다. 러시아가 섬을 반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 안된다. 영토문제를 빌미로 주변국가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일본에 어떤 이익을 가져올지 생각하라. 영토문제를 현상태로 유지하고 주변국가와 '평화공존' 할 것인지, 아니면 '적대관계'가 되어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영토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어느 쪽이 일본의 국익에 부합한 것일까? 주변국가를 '적대시'하면 도대체 '국방비'가 얼마나 있어야 할까? 일본이 고령화가 심각한데 주변국가를 적대시한다면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 학생들이, 사실 정부가 나서서 영토문제를 떠들고 선동해서 우리 것을 뺐겼다고 여긴다. 실질적으로는 영토문제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괜히 영토문제를 걸고 주변국가와 '적대관계'가 되면서 고립되고 국가경제가 힘들어 지는 것보다 '평화공존'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과 북한이 합쳐져서 중국과 한통속이 된다는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주변국가를 '적대시'하고 '국방비'를 쓰면서 헌법을 개정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려고 한다. 한반도 입장에서 보면 웃기는 시나리오다. 일본에서 보면 한국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못 살던 한국, 식민지지배나 받던 한국이 아니다. 지금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다. 주변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로 견뎌온 역사가 길다. 북한도 그야말로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참담한 세월을 견디고 세계적으로 경제제재를 받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점점 나아지고 있다. 하도 두들겨 맞아서 맷집이 생기고 말았어. 북한이 중국에 편입되어 살아 남을 생각이라면 인민들이 굶어 죽을 때, 진즉에 했을 것이다. 북한이 죽으면 죽었지, 중국에 편입되거나 할 나라가 아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경제발전을 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북한이 바로 옆에서 못 살고 인민들이 굶어 죽고 국제적으로 왕따 당해서 핵무기를 개발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주변에 강대국에 둘러 싸인 가장 약한 나라로, 자주국방을 위해서 뭔들 못하겠나? 생각해 봐라, 일본은 좀 떨어져 있지만, 한국은 바로 옆에 있으면서 코 앞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데 돕지 못하는 것,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모른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북한이 못 먹고 못 살면 좋겠니? 그들의 불행이 우리의 행복이 아니야. 같이 먹고 살아갈 궁리를 하는 것이 서로가 좋은 것이 아닐까? 한국과 북한이 뭉쳐서 중국과 한통속이 된다고?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다. 한국과 북한이 나름 먹고 사는데, 더군다나 뭉치면 무서울게 없는데, 뭐가 아쉬워서 중국에 편입이 되겠나? 그리고 중국이 북한과 한국을 침략하려면 진즉에 했지, 왜 지금까지 가만 뒀겠나? 한국이나 북한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본이 한국을 괴롭히고 북한을 이지메하는데 좋았던 관계도 나빠진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일본이 역사적으로 주변국가에 좋은 일을 했던 적이 없다.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완화는 일본이 핵심이야, 일본이 군비를 확충하면 할수록 주변국가는 긴장해서 군비를 더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왜냐하면 과거에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고, 일본이 호전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중국의 군비확대를 위한 명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일본의 군비확대는 주변국가와 치킨게임의 양상을 만들어서 긴장을 극대화 시킨다. 미국은 무기를 많이 팔 수 있으니까, 뒤에서 기뻐하겠지만 말이다. 국제적인 문제는 외교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지, 군대가 앞에 나오게 되면 안된다. 군대는 서로가 국토방위라는 명분으로 죽어도 물러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계기' 사건에서 부분을 놓고 일본이 옳다, 한국이 그르다는 식의 대립에 말려들면 안된다. 큰 문맥에서 '초계기' 사건을 만들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면 그림이 보일 것이다. 일본이 지향해야 할 것은 주변국가와 '신뢰관계'를 기본으로 '평화공존'에 의한 '상호간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에서 '영토문제'를 들고 나와서 선동하면, 냉정히 생각해라. 중요한 것은 '영토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와 '복지'이며 주변국가와 '평화공존'이 일본의 국익이라는 걸 잊지말고 선동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200여명 학생 중 2명을 빼고 학생들이 내 강의를 듣고, "눈을 떴다"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 "바다 건너, 산 넘어에 우리와 다름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거네요" 등 자기네 나라면서 객관시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역사에 무지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이 폭탄 맞은 것처럼 조용해지고 말았다. 나는 이런 내용을 할 때는 작심 하고 한다. 한국이나, 일본을 위해서 한쪽 나라를 편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관점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추구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 지금 일본에서는 아주 '위험한' 내용이 되고 말았다. 주변국가에도 자신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평화공존'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걸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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