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맑고 건조한 날씨였다. 날씨가 추워서 기온이 낮아도 햇볕이 나면 집이 따뜻하다. 요즘 매일 채점을 하고 있어서 일을 할 때는 숫자만 보고 있다. 하루종일 숫자와 싸움을 하다 보면 차차 판단력이 흐려지고 저녁이 되면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게 된다. 거기에 건조한 날씨에 계속 종이를 만지고 있어서 손가락이 무척 거칠어 진다는 걸 발견했다. 종이가 이렇게 손가락에 있는 수분까지 흡수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이를 먹어도 새로운 발견이 있다는게 새삼스럽다.
채점을 하느라고 매일 도서관에 가고 있다. 토요일에도 도서관에 가서 신문을 읽었다. 한국에서도 큼직한 사건이 매일 터지는 것이 보이지만, 일본에서도 매일 같이 이상한 일이 많다. 한국에서는 이상한 일이 '정상적'으로 가느라고 많은 일이 드러나지만, 일본에서는 점점 '비정상적'으로 그 것도 정부가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게 다르다. 아베정권에서는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은 너무 많아서 익숙해지고 말았다. 화도 안나고 그렇겠거니 하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보면 국내정치에는 비판적으로 되기가 힘들다. 아베정권에서 일어나는게 너무 '비정상적'인 일이 많아서 비판적으로 보다 보면 병이 나고 만다. 정말로 내가 아는 주위사람들이 '우울증'이 된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대책이 필요한 모양으로 아는 동료 한명은 근래에 들어 입버릇처럼 "하루 빨리 망하길 바란다"고 한다. 일본사람들 애국심이 강해서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비판하기도 지쳐서 "망하길 바란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이다.
요전에 대학원 후배를 만났을 때, 농담처럼 "아베정권은 일본을 쳐부수려고 외부에서 보낸 세력 같아"라고 했더니 후배가 "아니, 선배 제가 똑 같은 생각을 했어요. 아베정권의 배후는 어딜까요?"라는 황당한 말을 할 정도다. 내가 말하는 사람은 다 일본인 대학교수들이다. 일본이 잘 나가지 못하는 것은 모두 주변국가 탓으로 돌린다.
현재, 아베정권이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초계기'는 너무 시기적절하게 이용하기 좋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베정권이 '초계기'처럼 군사적 도발이 계속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현정권에서는 마치 '장난'처럼 그런 도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정권이 한국과 그런 대립적인 상황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을 둘러싼 국제관계에 대해서 이번 학기말에 해설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쓴다.
토요일 아사히신문을 읽었더니 황당한 기사가 있었다. '초계기' 레이더 문제로 한국과 대립해서 방위성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25일 방위성(한국으로 치면 국방부) 간부가 "한국에 대해서 피곤하다. 일본열도를 캘리포니아 연안으로 옮기고 싶다. 그러면 북한과도 관련이 없어진다"고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자기는 반대지만, 미국과 일본이 같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3억2천만 미국인구에 비해, 일본이 1억3천이니까, 대통령선거에서 일본이 이긴다는 것이다. 일본의 47 지방을 독립한 주로하면 일본계 미국인도 합쳐서 잘하면 '일본당'으로 상원에서 다수파가 될 수 있다"고 상상을 부풀렸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그것도 방위성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코메디도 아무 것도 아니라, 그냥 일본사람들 의식을 드러낸 것 뿐이다. 사실 이 기사는 말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그런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방위성에서 그것도 간부가 했다는 것이다. 웃기지도 않지만, 한국과 북한에 대한 인식 뿐만아니라, 미국에 대한 야욕을 그대로 여과없이 드러내는 걸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과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피곤하니까, 미국 가까이로 옮기고 싶다. 그래서 미국의 일부가 되어 같은 국가에 속하고 싶다. 하지만, 일본이 인구는 적어도 단결하니까, 대통령을 일본에서 낼 수 있다고 한다. 꿈이 야무지다. 결국, 미국을 먹겠다는 걸 방위성 간부가 말을 해도 된다는 것인가? 지금 일본의 상태가 이렇다.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도 못하고 내뱉지만, 국민들에게 비판 받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방위성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데 일본의 상황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내가 보기에 일본사람들이 미국과 합치자면 좋다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잠재의식에 '백인'이 되고 싶고, 미국인이 될 수 있다면 좋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백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미국을 잘 모르기에 멋있어 보인다고 하겠지. 그러면 미국과 합쳐서 대통령을 일본에서 가져올 정도로 정치의식이 있느냐면 없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정치의식이 천지개벽을 하지 않는 이상, 하루 아침에 변할리는 만무하다. 그냥 미국과 합치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도 방위성이라는 국토방위의 책임이 있는 곳에서 나왔다니, 너무 솔직하다.
한국에서는 이런 정신이 올바로 박혔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자기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한국과의 관계, 하나도 중요할 것이 없기에 막가도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 너무나 '비정상적'인 상태라, '정상적'인 사고로 보면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상태다.
'일본사회 > 아베정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 2차 북미 정상회담 (0) | 2019.02.06 |
---|---|
자민당의 체질 (0) | 2019.02.05 |
표류하는 일본 (0) | 2019.02.03 |
아베총리는 기억상실? (0) | 2019.01.29 |
일본의 엇박자 외교 (0) | 2019.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