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맑고 찬바람이 약간 부는 날씨였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오전에 연락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마치고 낮이 되서 집을 나섰다. 날씨가 따뜻하다는 말을 들어서 옷을 얇게 입고 나갔더니 바람이 불어서 약간 쌀쌀하게 느껴졌다.
아무 생각없이 도서관에 가느라고 대학 정문 가까이 갔더니 졸업식날인 모양이다. 아직, 졸업식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여학생들이 일본에서 옛날 '메이지'시대에 여학생(신여성)들 교복이었다는 하카마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물론, 그런 기모노를 입지 않은 여학생도 있겠지만, 하카마 차림이 대부분이라, 거진 같은 스타일만 보여서 마치 모두가 하카마를 입은 것으로 보였다. 요새 대학 졸업식에서는 이런 의상을 입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중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가족도 고전적인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고 한국인 유학생인지, 치마 저고리를 입은 여학생도 보였다.
일본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기모노를 입는 기회가 점점 줄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복고풍'이 유행이라서 그런지 성인의 날, 성인식에 참가하는 여성들은 거진 미혼여성이 입는 기모노 후리소데를 입는 모양이다. 이제는 거의 렌탈을 하기 때문에 1년전부터 성인식에 입고 싶은 기모노를 골라서 예약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주위를 보면 성인의 되는 딸에게 새로 기모노를 맞춰주기도 했다. 후리소데라는 소매가 긴 미혼여성이 입는 옅은 색상의 화사한 기모노다. 성인이 되면 새 기모노를 입고 기모노에 맞게 머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옛날에는 이 기념사진이 선보는 사진으로 쓰였다고도 했다. 기모노는 천차만별이라고 했지만, 결코 싸지는 않다. 성인이 되는 딸에게 선물하는 기모노는 딸이 평생 입을 것을 생각해서 선물하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대를 물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시대에는 친구 결혼식에도 기모노를 입고 가는 일도 있어서 젊은 여성도 가끔 후리소데를 입을 기회가 있었다. 후리소데를 입을 때는 기모노에 맞게 머리나 화장도 하고 기모노를 제대로 입지 않으면 흘러내리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길을 빌린다. 그렇기에 기모노를 입는 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드는 일이기도 하다.
일본여성에게 기모노는 정장이라서 한벌쯤은 자신의 기모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내가 아는 동생의 경우 부모님께 받은 기모노가 몇십만엔이라는 말은 흔히 듣는 것이었다. 처음에 옅고 화사한 후리소데에서 점점 색을 짙게 염색을 하기도 하고 결혼하면 소매를 짧게 해서 입고, 나중에는 전체적으로 검게 물들여서 입을 정도로 기모노는 소중히 다루며 평생 입는 옷이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기모노를 입을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입을 기회가 없다기 보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기모노를 사거나, 기모노를 입을 때마다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가성비의 문제로 본다. 그리고 비싼 기모노를 케어할 줄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성인식이나, 졸업식에서 렌탈 기모노를 입는 경향이 강해진 것일까?
도서관에 가고 오면서 졸업식날 풍경이 낯설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되도록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사진을 찍었다. 여학생들이 하나 같이 '메이지'시대 여학생 교복이었다는 하카마 차림이 아주 낯설어 보였기 때문이다. 낯선 것은 하카마 차림이 아니라, 하나 같이 하카마를 입었다는 '집단주의'다. 이 대학은 좀 딱딱한 교풍으로 시대의 유행을 따르지 않는 걸로 알았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전에 젊은 여성도 가끔은 기모노를 입을 기회가 있던 시절에 졸업식에서 기모노를 입는 다는 것은 거의 없었다. 후리소데 보다 하카마가 훨씬 활동적이고 입는 것도 간단하게 보인다. 하카마를 입는 유행은 비교적 근래에 들어 강해진 것이다. 남학생들은 주로 정장 차림이었다.
여학생들이 하카마를 입는 것이 일본에서 유행하는 '복고풍' 특히 올해는 '헤이세이'가 끝나는 해이기도 하니까, 그런 영향도 있겠지? 다른 한편으로 일본의 정치적인 '우경화'가 있다. 올해는 '메이지' 150주년이라고 몇년전부터 '메이지'를 부르짖고 있었다. 일본정부 아베정권이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일본의 역사는 '메이지'시대인 것이다. 대다수 일본사람들 의식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메이지'가 일본사람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역사의 시작일지 몰라도, 주변국가를 침략하는 '전쟁'을 거듭하는 '군국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일본은 너무 '우경화'되어 있어 자신들이 얼마나 '우경화'되어 있는지 자각이 없다. 여학생들 졸업식에 입는 의상과 일본의 정치적인 '우경화'를 연결해서 본다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지 모른다.
만약에 한국에서 젊은 여성, 대학생들이 졸업식에서 하나 같이 옛날 한복차림을 한다고 해서 한국의 '우경화'가 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현재 한국의 정치와 한국 역사라는 문맥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한국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 '복고풍'이 유행하는 것이 될 뿐이다.
일본에서는 21세기에 들어서 정치의 '우경화'가 되면서 더 이상 기울 수 없을 정도로 기운 상태다. 일본 역사에서 '메이지'라는 인식은 서구 열강의 눈으로 본 일본의 모습이기도 하다. 비뚤어진 자화상으로 일본이 작고 아주 약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일본이 근대화를 하지 않았을 뿐, 서구 열강에 비해 국가나 인구규모로 볼 때 결코 작고 아주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백번 양보해서 '메이지'시대의 인식은 그랬다고 치자. 150년전에 그런 인식을 했을 것이라는 '허구'를 지금 현재 일본에서도 '신앙'처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3번째 규모의 경제력, 어떤 면에서 봐도 일본이 세계에서 선진국 중에 선진국이라는 걸 아무도 부정할 수가 없다. 지금 세계에서 경제력으로 볼 때, 일본은 작고 아주 약한 존재가 아닌 거대한 힘을 가진 '강대국'이다. 제발, 자신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일본에서 자신들이 서구 열강에 비해 터무니 없이 작고 약한 존재라는 인식은 일본이 더욱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경제적이나 군사적으로 강해져야 한다는 걸 정당화 시킨다. 이상한 '군국주의'를 향하고 있다. 국민은 더욱 더 '애국적'이 되어야 한다는 걸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작고 약한 일본을 위해서 자신의 전통을 소중히 하고 '애국'을 하지 않으면 '매국노'가 된다는 논리다. 졸업식날 여학생들이 하나 같이 '메이지'시대 여학생 교복이었다는 하카마 차림이 된 것을 보면서 상상한다. 일본이 전쟁 때는 여성들이 다 '몸빼'를 입고 전쟁을 도왔다. '앞치마'를 입고 전쟁에 나간 남성들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가족을 돌봤다. 학생들이 같은 차림이 언제 '군복'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걸 상상하고 만다. 물론, 일본이니까,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나서는 형식을 만들어 내겠지. 일본사람들은 즐겁게 기꺼이 해내고 말겠지.
졸업식날 여학생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고 이상한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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