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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혐오서적 2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수요일은 아침 첫 교시에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학교에 갔다. 강의를 마치고 다음 주 필요한 자료를 카피했다. 일을 마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필요한 서류를 확인했다. 엽서도 두 장 써서 도서관을 나왔다. 아는 사람네 강아지와 같이 산책하는 시간에 맞춰 강변에서 만났다.

 

강변에서 산책을 하는데 강아지가 잘 걷지 않는다. 길에서 만난 동네 사람네 집 마당에 꽃이 많이 피어 있어 꽃을 보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서 큰 화분에 심은 꽃을 겨울에 추우면 집안에 들였다가 따뜻해지면 밖에 내놔야 한다. 화분도 갈아야 하는 일이 힘에 부쳐서 식물을 잘 돌볼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한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분양하고 싶다고 했다. 아는 사람도 집안과 마당에 식물이 많다. 정원을 가꾸는 일을 좋아 하지만, 자기도 식물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키워드는 '고령화'다. 나이를 먹어서 자신들이 좋아하던 일을 계속하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아는 사람네 강아지도 나이를 많이 먹어서 '고령'이 되었다. 눈이 백내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작년 말부터 강아지가 잘 걷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강아지가 나이를 많이 먹어서 걱정이 많다. 하지만, 강아지가 병이 나면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치료가 강아지에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셋이 서서 남의 집 마당에 핀 꽃을 보고 있는데 다른 아는 강아지가 유모차에 타서 산책을 하고 있다. 요전까지 멀쩡하게 문제가 없었는데 근래 들어서 걷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유모차에 태워서 산책을 한다는데, 대신에 유모차에 태우면 쇼핑센터에도 데리고 갈 수가 있단다. 일본에서는 사람만이 아니라, 키우는 강아지도 주인과 같이 '고령화'한다. 아는 강아지가 갑자기 걷지 못하게 되어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강아지가 걷지 못하고 유모차를 타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강아지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면 키우던 주인네 가족이 슬플 것이라서 걱정이 된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한다.

 

 

월요일에 도서관에서 본 '혐오 서적'을 소개한다. 

'한국 [반일주의]의 기원'이라는 것으로 책 표지에 걸린 띠에 "이 나라는 반일없이 존속할 수가 없다"고 한다. 참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안쪽 책표지에 쓰인 내용을 보면 "한국은 일본 통치하에 탄생했다. 청일전쟁으로 소중 국이었던 과거와 결별해서 일본과 같이 근대화의 길을 걸으며 일본을 본받아 민족의 틀이 만들어지고 일본의 제도 문물이 나라의 새로운 전통이 되었다로 시작한다. 직역을 했지만, 내 독해력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문장이다. "일본을 본받아 민족의 틀이 만들어지다"니? 그 전에는 '민족'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말이 안된다. "한국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은 일본을 전부 부정하는 것 이외에 없었다"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있었기에 현재의 한국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반일'하지 말고 일본 손바닥에서 놀라는 것 같다. 과대망상이 심하다. 자신들의 식민지지배로 인해 현재의 한국이 있다는 것은 중국이나 대만, 북한도 해당이 될텐데, 왜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그럴까? 만만하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짝 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지에 있던 '반일감정'은 지금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중국은 예외지만, 1970년대 말에 국교 정상화한 다음, 중일 간에 10년이라는 밀월이 있었다"라고 한다. 참, 중국을 우습게 여기는 문장이다. "이제는 단지 한국만 예외적으로 '반일 의식'이 옅은 시기가 없었고 거꾸로 험악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한다. 그런 한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일본과 닮은 나라이기도하다"면서, "사회 구석구석까지 일본의 영향이 미쳤다. 지금 한국어는 근대에 들어 일본어를 본떠 다시 만든 것으로, 이조시대 조선어 보다 오히려 일본어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일본을 본받아 민족의 틀이 만들어지고, 한국어도 일본어를 본따 다시 만들어졌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일본에서 진즉부터 얼마나 떠들었을까? 

 

한국은 일본의 지배에 대해 거의 저항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조선의 군대와 싸운 것은 청일전쟁시 왕궁을 점거할 때, 16분간 조금 부딪친 것뿐이라고 한다. 전투는커녕, 저항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3.1 운동에 대해서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한 [민국]의 독립으로 이 나라는 되찾으려는 시도가 사실상 없었다"라고 한다. 

 

"일본은 작은 중국이었던 곳을 중국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켜, 반민족적인 성격을 가진 왕권과 통치계급을 배제하고, 한민족의 나라의 틀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일본은 한민족을 낳은 부모와 같은 존재였다"면서 "실제로는 일본과 같이 근대의 역사를 걸은 것으로 일본 통치하에 황민화가 현저해져서, 친일파를 중심으로 전후 국가를 형성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했다. 책을 봤더니, 한국의 '친일파'와 '역사수정주의'가 함께한 팀 플래이였다. 한국이 '친일파'가 없었다면 전후 국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인가? 북한이나 중국의 경우, '친일파'를 청산했다. '친일파'는 숙청이나 청산의 대상이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있었기에 한국이 있을 수 있었다는 '황당한 논리'도 아귀가 맞아야 한다. '적폐'라는 말의 뜻을 확실히 알 것 같다. 

 

나는 한국이 일본을 본받아 민족의 틀을 만들고, 한국어가 일본어를 본떠 다시 만들었다는 걸 몰랐다. 도대체 말이 되는 말을 해야지. 일본이 한국을 낳은 부모라니? 침략과 식민지 지배로 인한 것이라면, 중국과 대만, 북한도 일본이 낳은 것이 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논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과거에 침략하고 식민지 지배했던 나라에 대해 민족과 언어에 조상까지 욕보이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지금까지 이러는 걸 보면 그들이 지배가 어떠했는지 조금은 상상이 간다.

 

내가 연구한 부분만 해도 1910년 이전, 1800년대 후반부터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의 침략에 대해 목숨 걸고 싸웠으며, 서울에 몇 번이나 올라와서 데모를 했는지 모른다. 제주도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일본군함의 비호하에 군대처럼 몰려와 사람을 죽이고 가축을 훔치고 별별 나쁜 짓을 다했다는 것이 자신들 '외교문서'에 기록 되어 있다. 역사왜곡에도 분수가 있는데...... 정말 기가 막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런 책을 읽고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금 학생들이 책을 워낙 읽지 않아 이런 책이 엉터리라는 것을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다. 내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도 일본의 아시아 국가가 서구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시켰다고 좋은 일을 했다고 한다. 아시아의 국가들은 일본이 베픈 은혜에 대해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헤이트 스피치'에서 쓰는 논리다. 아시아의 국가가 서구의 식민지였던 것은 맞다. 일본이 다시 침략해서 빼앗아 식민지 지배를 하며 갖은 나쁜 짓을 다했으면서 마치 아시아 국가를 구원한 것처럼 말한다. 이런 책이 버젓이 대학 도서관에 있다는 것은 문제다. 지금까지 '혐한'이나, '혐중'서적을 도서관에서 보는 일을 없었다. 왜, 지금은 그런 책이 도서관에 들어오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