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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일본,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오늘 동경은 다시 맑아서 기온이 17도까지 올라갔다. 오늘은 시모기타자와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다. 그전에 시부야에 가서 볼 일을 보고 시모기타자와에 가서 시간이 남아 주변을 돌아 볼 생각이었는데, 천가게가 있어서 들어갔다. 엄청난 규모의 천가게로 천을 보려고 하다가 가게 주인과 말을 하게 되어 뜨개질 마무리 하는 방법을 알려 주다 보니 시간이 다 되고 말았다. 가게 주인과는 페북으로 친구 맺기를 하기로 하고 돌아왔다.


어제 도서관에서 본 신문에는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이 다 같은 기사가 1면에 실렸다. 치바에 살던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서 죽었다. 전날에도 같은 기사가 아사히신문 1면에 실렸다. 아이의 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엄마가 구속되고 다른 사실이 밝혀졌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맞는 것이 무서워서 아이를 학대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한다. 어제 신문에는 아버지가 엄마에게 '가짜 편지'를 보내서 딸에게 옮겨쓰라고 시켰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아동상담소에서는 그걸 알면서도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결국, 아이를 구하지 못한 책임은 아동상담소에 있는 것처럼 정리가 될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항상 떠들기만 떠들고 근본적인 대책을 하지 않는다. 


나는 너무나 전형적인 패턴의 가정폭력의 연쇄라서 할 말이 없다. 아동학대는 거의 대부분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경우가 많다. 죽음에 이를 정도의 아동학대가 아버지에 의한 것이 몇건 사건으로 드러났지만,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동학대가 드러나면 부모, 특히 엄마를 천하에 못된 사람이라고 공격하기 쉽다. 그런데, 아동학대하는 원인은 엄마가 받는 폭력이 아이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가 여자에게 행하는 DV,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막말로 여자가 맞을 만 한 것이 아니냐, 지금은 여성이 우위라고도 한다. 여자만 맞는 것이 아니라, 맞는 남자도 있다고 한다. 맞는 남자가 있기는 하다. 일본의 경우, 경찰에 구속 될 정도로 심한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맞아서 죽는 것도 여성이지, 남성이 여성에게 맞아서 죽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이 남성에게 맞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나는 남성이 사회에서 스트레스 받았다고 여자를 두둘겨 패면, 여자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동학대로 폭력의 연쇄가 일어난다고 한다. 학생들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에는 여자편을 드는 일이 거의 없다가, 아동학대로 이어진다고 하면 학생들이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잊는다. 폭력의 연쇄다. 아버지가 자기보다 약한 엄마를 때린다면 엄마가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다. 아버지나 엄마도 같은 인간이다. 아버지의 폭력은 용인이 되고 엄마의 폭력을 용인할 수 없다면 이상한 것이 아닌가. 폭력을 용인하는 것은 약한 사람이 당하게 되어 있다. 폭력의 연쇄 고리를 끊어야 한다. 단지, 엄마를 공격하는 것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수가 없다.


그저께 아사히신문 1면에는 아소 타로 부총리가 '말실수'를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후쿠오카 후원회 모임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고령자 표를 의식한 것으로 젊은 사람들이 제멋대로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종의 편가르기다. 아소 부총리는 이런 종류의 '말실수'가 많다. 그렇다고 고령자를 위하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고령자가 빨리 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90세가 넘어서 노후가 걱정이라니, 도대체 언제까지 살 작정이냐"는 식의 발언을 이전에 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저출산은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가 나쁜 것이고, 고령화는 오래사는 늙은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정말로 국민을 사람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정치가의 발언이라고 본다.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면 항상 '오해'라는 식으로 해명한다. 국민들이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도쿄신문 사회면에는 미나미아오야마에 아동상담소가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발언이 소개되었다. 그야말로 SKY캐슬에서 들었던 대사와 똑같은 말이 나온다. "아동상담소가 생기면 주변지역 브랜드 평판이 내려간다" "의식이 높은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 억이 넘는 돈을 들여 집을 지었다. 여기는 돈을 번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는 식이다. 일본에서도 보육원을 새로 지을 때도 시끄럽다거나, 자동차가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반대를 한다. 내가 사는 단지 앞에 제법 큰 보육원이 있다. 운동회때는 음악소리로 소란스럽고 앞으로 차가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시끄러우면 얼마나 시끄러우며, 차가 다니면 얼마나 다니나? 괜한 트집인 것이다. 일본에서도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죄인처럼 주위 눈치를 봐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우선 결혼이 늦다. 만혼화에 미혼화, 결혼을 해도 비정규직이 엄청 늘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갖기 힘든 가정도 많아졌다. 맞벌이는 당연한 생활이 되어 있다. 나이든 할아버지 정치가들은 저출산이 마치 여성들이 자기만 편하자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아 키우고 싶어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해서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신중하게 생각한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일을 해서 경제적인 수입을 얻지만 육아나 가사를 돕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여성은 밖에서 일을 하면서 독박육아에 가사까지 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일도 병행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면 저출산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저출산과 고령화도 연결되어 있다. 만혼이거나 미혼으로 아이가 없어도 나이를 먹은 부모가 있다. 여성들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나면 자신의 부모와 남편의 부모를 돌봐야 한다. 물론, 전업주부가 아니라 밖에서 일도 하면서다. 장기간 여성들의 부담이 큰 생활인 것이다. 마치 여성들의 인생이 없는 것 같다.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는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저출산 고령화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정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존여비' 사상에 있다. 남성이 훌륭하다고 여자가 맞고 아이가 학대를 당해도 된다는 말인가? 남성이 훌륭하면 여성도 마찬가지고 아이도 존중받아야 하는게 마땅하다. 정치가들이 '여성혐오'를 자극하는 발언을 거듭하면 저출산과 고령화는 더욱 더 가열차게 진행될 것이다. 미혼화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일부 정치가를 비롯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여성혐오'를 부추기면 사람들이 따라한다. 그런 남성은 여성이 볼 때, '상남자'로 멋있는게 아니라, 기피대상이 된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저출산과 고령화는 '젠더 불평등'과 연결된 문제다. 


같은 날 신문에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아동상담소 설치를 반대하며 저출산을 비난하고 고령화를 탓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것이 일본의 아동과 여성에 대한 자세의 현주소다. 남성이 주도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사회를 만들어 놓고 여자 탓을 하면 안된다. 여성에 대한 안전장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여성들이 결혼을,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한다. 


사진은 정초에 새해맞이하느라고 장식과 신사에서 사온 화살, 소원성취를 한 달마등을 불태우는 돈도야키다. 1월 15일경에 하는 것으로 대나무에 매단 것을 태울 때 떡을 구워 먹으면 액땜이 되다고도 한다. 정치가들이 여성을 비난하는 '망언'도 깨끗이 불태울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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