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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혐오 서적 1

오늘 동경은 맑고 갑자기 기온이 훅 올라서 최고기온이 23도나 되었단다. 최저기온이 11도라니 따뜻한 날씨다. 아침에 베란다에 물을 끼얹고 씻었다. 베란다가 더러웠지만 추워서 씻을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씻어서 기분이 좋다. 어제부터 아침에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어제 너무 오랜만에 요가를 한 탓에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근육이 아팠다. 오늘은 허리가 늘어나지 않는 청바지에 7부 소매 셔츠를 입었다. 겨울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허리가 무한대로 늘어나는 고무줄 옷만 입고 지냈다. 개강을 해서 보통 옷을 입어야 하니까, 몸도 보통 옷에 적응해야 한다. 청바지를 입고 허리 단추를 잠그지 못해 애를 먹었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오전에 가는 도중에 카피와 인쇄할 것을 USB에 담고 나갔다. 우체국 옆에 있는 작은 도시락 가게에서 햇볕을 가리는 캡을 사서 쓰고 갔다. 아직 햇볕이 눈이 부시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막상 챙이 있는 모자를 썼더니 시야가 훨씬 편안하다. 날씨가 맑아서 눈이 부셨던 걸 모르고 있었나 보다.

 

지금 대학은 신입생이 들어와 많은 움직임이 있어 활기가 있는 기간이다. 도서관에도 학생들이 많아 신문도 못 읽고 항상 앉는 곳으로 갔다. 화장실에 가서 땀을 씻고 새 책이 진열된 곳으로 가서 책을 꽤 많이 골라서 왔다.

 

그중에 내가 분류하면 '혐오 서적'에 속하는 책도 두 권 가져다가 훑어봤다. 

 

한 권은 '영토 소실'이라는 제목으로 간단히 책 내용을 소개하면 일본의 영토가 외국인(주로 중국과 한국)이 사서 일본 영토를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북해도나 오키나와, 쓰시마 등 국경을 접한 지역에 외국인이 토지를 사면 '국가의 안전보장'이 흔들린다고 한다. 중국과 한국의 일본에서 토지를 사는 것이 마치 중국이나, 한국의 일본에 진출하는 전진기지로 쓰인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할 때, 단골로 쓰이는 멘트 중에 하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외딴섬에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토지를 사서 일본의 영토를 점령해서 지배한다는 식이다. 일본인도 일이 없어서 살 길이 막막한 외딴섬에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토지를 사서 뭘 하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것이 먹히지 않는다. 무조건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일본의 영토를 점령해서 장래에 지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부추긴다. 북해도에 중국자본이 들어와 토지를 구입해서 개발을 한 곳이 있다. 그걸 중국 정부가 일본에 진출할 전진기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쪽으로 몰아간다. 중국 정부에서도 외국에 돈이 많이 빠져나가는 것이 반갑지 않아서 규제에 나선 판이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제주도는 완전히 중국에 점령당한 것이 되고 만다. 중국자본이 들어와 지역을 개발함으로 인해 관광객이 와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부분은 조금도 쓰여 있지 않다. 중국자본이 들어와 지역을 개발해서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면 현지 사람을 고용하고 현지에서 소비하며 세금도 그 지역, 일본에 낸다. 이런 식으로 부추기면 인터넷에서 '네트우익'들이 공격하기 좋지만, '고령화'에 '과소화'가 겹친 지방에 외국자본이 들어와 비즈니스를 함으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걸 막는 것이 된다. 즉, 일본을 망하게 하는 것이다. '네트우익'이나, '우익'들은 지방이 자본과 인구 부족으로 인해 '과소화'로 '붕괘' 되던 말던, 일본땅에는 일본 사람만 살았으면 하는 모양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전혀 반갑지 않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싫다고, 싫다고 하는데, 중국이나 한국에서 억지로 몰려오니까, 어쩔 수 없이 상대해준다는 식이다. 일본의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인식이다. 현실적으로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본에 관광을 가지 못하게 하면 일본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압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사람이 많이 와서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분이 안된다는 쓰시마에 관한 부분을 읽었다. 한국 자본이 쓰시마에 있는 자위대 바로 옆에 건물을 지은 모양이다. 거기에 자위대와 바로 붙어 있어서 자위대를 '도청'하지 않을까 하는 대목에서 웃고 말았다. 오히려 자위대 바로 옆에 있으니까, 일본으로서는 안심이 아닌가 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쓰시마도 '고령화'에 '과소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사람을 상대로 한 가게에는 손님이 많지만, 일본 사람만 상대하는 가게는 손님이 별로 없어 살아남기가 힘들어서 문을 닫은 가게도 많다고 한다. 지방이나, 활기가 적은 곳에서는 상점가에 폐점으로 인해 셔터를 내린 곳이 많아서 '셔터 거리'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흔하다. 쓰시마 사람들도 한국인보다 일본인 관광객이 오길 바라지만, 교통비가 비싸서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일본인도 부산을 경유해서 가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인이 아니면 쓰시마에서 토지를 살 사람도 적은 모양이다. 한국사람은 값을 깎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가격 두 배로 산단다. 한국사람에게 토지를 두 배나 비싸게 팔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국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 '지배'를 당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쓰시마를 자기네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한국사람과 자본이 들어가서 쓰시마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면,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쓰시마로서도 세금을 걷고 있을 것이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자본에 의해 '영토 소실'이 우려된다면, 쓰시마에 한국인이 오지 못하도록 막으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쓰시마로서는 어떨까? 지금 일본의 상황으로 보면 '고령화'에 '과소화'를 막을 길이 없다. 그나마 지리적으로 부산에 가까워서 한국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은 반가운 손님은 아니어도 쓰시마로서는 '호재'가 아닐까? 아니면 쓰시마가 할 수 있는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까? 나도 쓰시마에 간 적이 없지만, 부산을 경유해서 가 보고 싶다. 

 

일본이 외국인 차별이 심해서 외국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일본에 있던 외국기업도 나가는 판국이다. 그래서 외국자본이 들어오기가 힘들다. 외국자본이 들어와 비즈니스하기가 좋은 환경이 일본 경제를 살린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영토 소실'이 아닌 '영토'를 잘 활용해서 같이 살아갈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영토'는 남을지 몰라도 일본이 '자멸'해 가는 길이 아닌가? 허긴, 일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가난해도 좋으니까, 일본 사람들끼리만 살고 싶다. 한국사람과 중국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의 의사를 존중해 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참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런 말을 하는 한편으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가 착취하고 있다. 그냥, 일본 사람들끼리 '영토'를 지키면서 조용히 살아가면 좋을 것을 괜히 남의 나라 젊은이를 데려다 돈도 제대로 안 주면서 부려먹고 있다. 그러니까, 자기네 '영토'는 지켜야 하지만, 외국인은 차별하고 착취해도 된다는 심보다. '영토 소실'이라는 것은 헛된 '위기감'을 조성하고 중국인이나 한국인을 향한 '혐오'를 부추긴다는 의미에서 '혐오서적'이다. 이런 책은 도서관에 비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전이라면 학생들이 읽고 '이상한' 책이라는 걸 알지만, 요즘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아서 '혐오 서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 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