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1 토마토족
동경은 오늘도 비가 세게 오다가 가랑비가 되었다가를 반복하는 날씨였다. 어젯밤 늦게까지 먹고 자는 게 늦어서인지 몸이 무거워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서 행동을 개시했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빨래를 하고 도서관에 갈까 했더니, 양쪽 다 하지 말라는 건가… 어제 사다가 삶은 닭을 데워서 가슴살 한쪽을 무짠지와 같이 먹었다. 토마토 하나에, 친구에게 받은 하귤도 하나 먹었다. 커피도 마셨다. 오전에 어영부영하게 보냈다. 어제 후배에게 이사를 도와달라는 문자를 보냈는 데, 문자가 안 온다. 그럴 친구가 아닌데… 오늘은 도서관에 가서 다른 후배를 만나 부탁을 하려고 했더니 그 후배가 학교에 안 오는 날이네… 네팔 아이에게도 문자를 보내야지.
오후가 되어서 임신한 호주 친구에게 기저귀커버를 두 개 보내러 우체국에 갔다. 봉투에 넣은 것은 기저귀커버와 손수건, 카드다. 기저귀커버를 사긴 했는 데, 서양 아이와 일본 아이 사이즈는 같은 건지, 다른 건지 모르겠다. 그걸 누가 아느냐? 아마 정식 통계는 없을 거다. 카드에 올여름에는 시드니에 안 갈지도 모르니까, 멕시코에서 오는 가족에게도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우체국에 간 김에 도시락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배달도 해주는 곳에 들렀다. 이사를 하는 날, 점심을 사러가야 할 거라서 문의를 했다.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사하는 날 점심을 만들어 달라고 친구에게 부탁은 했지만, 친구네 집으로 먹으러 왔다 갔다 하기도 번거롭고, 점심을 만들어야 하는 친구에게도 미안하니까, 괜찮은 도시락을 사는 걸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준비랄 것도 없는 이사 준비에 들어갔다.
어제는 집에 돌아와 보니 우체통에 뭔가 들어있었다. 꺼냈더니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던 직원이 그만둔다는 내용이다. 내가 관리사무소에 갈 때 과자를 가져간 적이 있어서 작은 선물을 두고 갔다. 그리고 나와 위층 사이 문제에 도움을 못줘서 미안하다고… 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똑똑하게 일처리를 잘하는 사람이어서 든든했는 데, 결국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상한 아줌마와 새로운 직원이 번갈아 있을 모양이다. 새로운 직원이 그래도 나아 보였다. 나이 먹은 주임 아저씨도 현장감각이 있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어서 좋은 데, 돌보는 데가 많아서 바쁘다. 요전 날 그위에 있다는 주임을 만났는 데, 현장에 있는 주임보다 못하다. 처음에 인상을 볼 때부터 영 신뢰감이 안 섰다. 역시 일처리나,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 여기도 공무원 체질이라서 그런지 현장보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이 젊고 일을 못해도 직급이 높은 모양이다. 그러니, 전체가 제대로 잘 안 돌아가지… 그래도 내가 조직을 진단해서 평가를 내리는 사람인 데… 가까운 관리사무소에 있으면서 말을 들어주고 조정을 하려고 했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그만둬서 섭섭하다. 그런데, 내가 보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먼저 떠난다는 것이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늘어 붙어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결국, 점점 더 나빠져가는 길이지만 말이다.
다마센터 역 가까이에 있던 다마시에서 운영하던 중고품, 장애자들이 만든 것을 팔던 곳에서도 일을 잘하고 리더격이었던 사람이 먼저 그만두고, 말도 안 통했던 사람이 마지막까지 있었다. 나는 일을 잘하던 사람들이 그만둔 후에 그 가게에 갔더니 가게 분위기가 너무 이상하게 변했다. 두 번 다시 안 가서 끝나는 게 아쉬웠는 데,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른다. 역시, 사람이 큰 거다.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시간과 공력이 들지만, 쳐부수는 건 잠깐이다. 그렇게 좋은 것들이 박살이 나서, 점점 살벌한 세상이 가속되어 간다.
올해는 토마토를 많이 먹고 있다.. 보통은 토마토가 싸고 맛있는 철이 짧아서, 싸고 맛있을 때 왕창 사다가 일 년 치를 먹어두는 심정으로 먹었었다. 그런데 올해는 토마토가 싸고 맛있는 시간이 아주 길어졌다. 그래도 언제 끝날지 몰라서, 볼 때마다, 왕창 사다가 먹었다. 아마, 내 체중 정도는 먹지 않았을까? 물론 내 몸에서도 토마토 냄새가 난다. 내몸에 흐르는 피도 토마토족 피로 바뀐 것은 아닐까? 나는 얼마든지 토마토족이 될 의향이 있다. 가끔은 쿼타 망고족이 될 수도 있고, 수박족도 좋다… 좀 있으면 옥수수를 많이 먹어대서 옥수수족으로 진화할 수도 있겠네. 먹는 걸로 민족이 바뀌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면 내가 소주족이나 막걸리족이 되는 일은 힘들겠다. 요새 닭과 계란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점점 닭 계통에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피부도 닭살이 돋을 때가 있으니까… 살아있는 닭이 나를 보면 반가워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내가 먹는 닭은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캔베라에 있을 때 마리아네 집 마당에서 따온 토마토를 찍은 것이다. 토마토가 키스도 하고 허그도 하고 싸움도 한다. 물론, 미팅도 하고 데모도 한다. 생긴 것도 여러 가지고… 다양한 토마토족이다.. 오늘 한국 신문에 나온 새로운 총리 후보의 거만한 얼굴과 미친 말들을 보면서, 토마토 나라로 망명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든다. 토마토족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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