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2 게으른 하루
어제는 오랜만에 아주 게으른 하루를 보냈다.
즉 집에서 누워 뒹굴면서 책을 읽다가 자고 다시 읽다가 저녁도 안 먹고 산책도 목욕도 하지 않고 잤다. 어제 오후부터비가 왔기 때문이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눈꺼풀이, 몸이 무겁다. 눈이 저절로 감긴다. 몸도 습기를 흡수해서 퉁퉁 불어온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 아침 일과인 스트레칭을 하고 반짝 날씨가 개여서 빨래를 해서 널었다. 그래도 아침부터 무덥다. 온도계를 봤더니 기온이 28도에 습기가 80%이다. 몸이 끈적거리고 냄새가나서 샤워를 해도 뭔가 개운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읽으면서 논문을 구상하려고 노력해도, 전혀 진전이 없다. 집중을 못하겠다. 도서관에 가면 좋지만 도서관도 실내온도가 28도이면, 오히려 집보다 더 덥다. 걸어서 오 가며 땀 흘리고 도서관에 가서 열 받을 생각을 하느니 안 가는 게 상책이다. 일주일 전에 서가에 내달라고 달라고 부탁한 책이 아직도 배치가 안됐다. 대학도서관이 28도 설정인 게 믿을 수가 없었는데 동경전력에서 배부한 절전에 관한 협력을 보니까, 실내온도를 28도로 설정해 달라고 쓰여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이게 정해진 것이라서 그랬구나. 슈퍼마켓에 가도 슈퍼마켓 안이 더 덥고 어두워서 가능한 한 빨리 쇼핑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게 상책이다.
아직은 장마철이라 날씨가 덜 덥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더워올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언덕 위고 주위에 나무와 공원에 둘러싸여 있어 창문을 열어놓으면 에어컨 없이 여름을 지낼 수 있다. 사실 여름에 일을 할 때는 냉방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일을 할 때는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하고, 쉴 때는 체온을 조정해 놓지 않으면 몸이 쉽게 지친다. 일을 안 하고 집에 있을 때는 땀을 흘려도 그냥 지낼 만하다. 그전에 에어컨이 있었는데 7년 동안 한 번도 켜질 않아서 이 집에 이사해서는 에어컨을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이 지낸다. 그렇게 지낼 만한 환경이다.
그런데 올여름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시험기간이 시작되면 해외로 탈출한다. 나는 시험으로 성적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하는 걸로 성적평가를 한다. 그 대신 해외로 탈출하기 위해 죽어라고 성적을 매기고 도망가야 한다. 그리고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돌아와야지,,, 그런데 좀 씁쓸하다.
학기 중이나 여름방학 때 논문을 쓰고 싶었는데, 출판할 책 교정도 봐야 하는데,,, 그러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여름방학 때 해외로 탈출해서 숨을 좀 쉬고 오지 않으면 우울증 걸릴 것 같다. 즉 재난을 피해서 피난 가는 것이다.
오늘 정도 기온과 습기면, 집에서 냄새가 나고 음식이 상해 썩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 곰팡이가 피고 바퀴벌레 발육 환경도 좋아진다. 그리고 이끼도 파랗게 자란다. 바깥은 김이 서린 것처럼,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인다. 기분도 상쾌하지 않아서 우울해 지기 쉽다.
그럴 때는 밝은 색 옷을 입고, 적당히 운동을 하고, 평소에 안 먹는 과자도 먹고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책을 읽고 게으름을 피운다. 하고 싶은 것만 한다.
논문을 써야지, 게으름 피울 시간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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