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6 신초 45 휴간!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오는 날씨였다. 저녁 이후는 비가 많이 오고 있다. 요새는 날씨가 좋은 날이 드물다. 어쩌다 날씨가 개도 습기가 많아서 쾌적하지가 않다.
오늘 가을학기가 시작되어 처음 강의를 한 수업이 있었다. 봄학기에 200명이 훨씬 넘어서 추첨으로 100명으로 줄였던 과목이다. 봄학기에 추첨에 떨어졌던 학생들도 다시 왔다. 이번에는 추첨을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좋다고 난리가 났다.
지금 일본에서는 조용히 '신초 45'라는 잡지가 폐간에 가까운 휴간이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어제 페북에 올라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벌어지는 일을 단편적으로만 봐서 전체적인 흐름을 몰랐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굉장한 사건이다. 그야말로 건전한 시민과 서점, 작가들이 연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려고 기사를 검색해서 읽고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파악했다. 오늘 첫 교시에 이 내용을 소개했다. 시민들이 이룬 쾌거라고 했다. 그런데, 기사에 대한 댓글과 유튜브에 달린 댓글은 거진 다 '헤이트 스피치'를 용인하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사건의 경위를 간단히 설명하자. 자민당 스기타 미오라는 중의원이 성소수자(LGBT)에 대한 차별적인 논문을 실었다. 성소수자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니까, 생산성이 없다면서 성소수자에 대해 세금으로 지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인간을 아이를 낳고 안낳는 '생산성'을 기준으로 봤다는 것이다.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은 사람들도 있다. 거기에 성소수자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지원이 없다. 성소수자에게 세금을 받지 않는다면 몰라도 납세자에게 세금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성소수자도 납세자라는 것은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일베 같은 사람들은 항상 이런 식으로 논리를 편다. 국민들의 '혈세'를 외국인에게 써야 하느냐는 식이다. 외국인들도 '혈세'를 내는 납세자다. 납세자라는 것은 쏙 빼고 마치 세금 도둑질이라도 하는 존재처럼 공격한다. 자민당에서는 의원이 개인적으로 쓴 논문이라면서 논평을 피했다. 스기타 의원은 아베 정권에서 총애를 받는 존재로 아베 정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존재인 것이다.
이번 '신초 45' 8월호는 '스기타 논문에 문제가 없다'는 스기타 논문을 옹호하는 특집이 실렸던 것이다. 즉,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헤이트(혐오)' 잡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신초사에서 '읽었어?'라는 캐치프레즈에 "그 헤이트 책"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어서 화제가 되었다. 신초사내에서는 문제시하고 있었던 와중에 생긴 일이다. 그동안 서점에서 신초사 책을 진열할 수 없다는 압력이 들어왔다. 시민들이 항의 데모를 하고 작가들이 신초사 책에 집필 거부를 표명하는 연대가 이어졌다. 이번 월요일이 연휴였는데, 연휴 사이에도 해외에서도 작가들이 신초사에 집필을 거부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25일 신초사 사장이 성명을 냈다. "너무나 상식에서 벗어난 편견과 인식 부족이 넘치는 표현"이라고 했다. 신초사에서는 사원 50명이 간부에게 요구서를 냈다. 이번 사건에 사죄하고 책임의 소재를 밝히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신초사가 그동안 구축해온 것이 하룻밤에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결국, 전격적으로 폐간에 가까운 휴간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구체적으로 책임의 소재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아니, 다 알지만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 맞다. 독자와 서점과 작가에게 외면을 당한 신초사이지만, 아베 정권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일반적인 시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명확한 '차별'인데도 불구하고 기상천외한 이유로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 정당하다는 식이다. 정치가, 그것도 당대의 권력인 아베 정권의 권력을 등에 업고 당당히 시회적약자를 '차별'하고 있다. 오늘 첫 교시에 한 여학생이 자세히 썼다. 문제가 된 논문도 읽었는데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지금 현시대에 이런 글을 여성 정치가가 쓰고 있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주에 읽은 책이 일본에서 헌법을 개정할 때, '가족'에 대한 부분이 '개악'이 된다고 해서 그에 관한 것을 읽은데, 너무 기가 막혀서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참 이런 책도 드물다. 우파? 일베파? 정치가나 대표적인 논객들이 하는 발언이 정말 어느 시대인지 모를 정도로 '시대착오'에 '차별적'이라, 논리가 구성이 안된다. 읽다가 상당히 불쾌해진다.
예를 들면, 혼외자에게 상속을 평등하게 하면 안 된다는 이유를 "통계적인 평균치를 예측하면, 혼외자는 인간의 능력과 덕성에 있어서 약간 결함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속할 때, 차별과 구별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부모의 유전자가, 어떤 의미에서 반쪽이니까. 태어나는 아이가 반쪽인 것이다" 도대체가 말이 되느냐고. 거기에 어느 자민당 의원은 "본처와 첩"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구분해서 나는 지금 어느 시대 글을 읽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내용을 개헌을 할 때 집어넣는단다.. 머리가 띵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와 앞으로 '본처와 첩'이 있을 수 있나? 아무리 공부를 해야 지만 이런 레벨의 글을 읽는 사람도 괴롭다.
무서운 것은 이런 레벨 사상이 아베 정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여성 억압에 대해서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 진행이 계속된다면 일본을 말아 드실 작정인지 묻고 싶다.
2017년 현재 일본의 고령화는 상당히 진행되어 고령자(만 65세 이상)가 인구의 28%를 차지한다. 남성들의 생애 미혼율에 이혼까지 생각하면 저출산은 피할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을 올리려면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원활히 해서 일하며 결혼과 육아도 병행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남성들도 장시간 노동을 하지만 급료가 낮아서 여성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 남성들의 미혼율은 경제적인 요인인 것이다. 그런데 여성은 젊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시부모와 동거하면서 수발들라고 한다. 시부모와 동거하면 세금 우대하는 정책이 있다. 그러면 여성은 아이를 키우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시부모 수발을 들어야 하게 된다. 여성만 힘들게 희생하지만 나중에 불쌍한 신세가 되는 것이 뻔히 보이는 시나리오다. 여성들이 무서워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신초사에서 지금까지 헤이트(혐오) 서적을 몰라서 발행했을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출판이 불황이라서 팔리는 책이라서 만들어 왔다고 하지만, 팔린다고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면 안 되는 것처럼 제조한 책임이 있다. 더군다나, 책이라면 그 문제는 심각하다. 출판사가 그런 걸 모를 리가 없다. 알면서도 확신범으로 한 것이며 '혐오'를 조장해온 주범격이다. 이번에 시민과 서점, 작가까지 합세해서 '차별'을 조장하는 헤이트(혐오) 서적을 낸다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실력행사로 나왔기 때문에 깜짝 놀라서 폭망 하기 전에 꼬리를 자르는 식으로 '신초 45'를 휴간한 것이다.
다른 출판사도 보고 있겠지. 이번 사건은 아주 큰 사건으로 일본에서 더 이상 '헤이트(혐오) 서적'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길로 가는 이정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한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는 이렇게 서점을 비롯해서 저명한 작가들까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지만, '여성'과 '재일동포'나 외국인(한국인과 중국인), 오키나와에 대한 '차별'에는 이런 반응이 없다. 즉, '성소수자' 보다 못한 존재라서 '차별'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차별'에 넌덜머리가 난다.
'혐오'는 독버섯과 같은 생태를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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