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3 불편한 일본의 속내
오늘 동경은 비교적 맑은 날씨였다. 그동안 비가 많이 온 관계를 습도가 여전히 높아서 맑은 날 기온이 올라가면 아열대인가 싶을 정도로 고온다습해진다. 오늘은 추석날이라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어젯밤에 현미를 씻어 불렸다가 밥을 하고 생선을 굽고 양배추를 데쳤다. 오쿠라도 데쳐서 작게 잘라서 쌈에 같이 넣어 먹었다. 아침을 준비해서 천천히 먹었더니 시간은 점심시간에 가까웠다. 빨래를 하고 주말행사인 청소를 준비해서 유리창까지 꼼꼼히 청소를 했다.
주말에는 청소와 빨래를 하는 것이 정해진 행사다. 다른 하나는 주중에 있었던 뉴스에 대한 해설을 듣는다. 제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매스컴에서 전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달라도 이상하게 달라서 관계가 점점 꼬이는 것 같다.
지난 금요일 학교에서 중국 연구를 하는 동료와 수다를 떨었다. 그 동료는 화요일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해서 김정은 위원장과 포옹하는 장면을 보면서 마치 세기의 연인들이 재회하는 장면을 전하는 것처럼, 아, 지금 둘이 포옹을 했어요. 그게 너무 웃겼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연임할 것으로 보여 답답한 분위기를 어찌할 수가 없다. 금요일 점심시간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시민을 향해 직접 연설을 했다고 그 연설이 좋으니까, 보라고 권했다. 내 앞에서 아이팻에 문재인 대통령을 검색했더니, 맨 첫 번째로 올라온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스파이'라고 어이없어한다. 대단하다, 일본 넷우익! 일본에도 '작전세력'이 있는지 한국인이나 재일동포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까지 하는 모양이다.
오늘 청소를 하면서 라디오를 들었다. 제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전문가와 국제정치 전문가가 나와서 해설했다. 참고로 내가 읽거나 듣는 것은 지금 일본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리버럴'한 매체들이다. 제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한반도 전문가가 하는 말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가는 것에 대해 "조선민족의 기원이 시작된 것은 묘향산이데, 왜 백두산, 아니 장백산에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장백산은 만주족의 기원"이라면서 장백산, 장백산을 연호한다. 설마, 왜 백두산인지, 백두산이어야 하는지, 천지에 갔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고 하는 것도 한반도 전문가라면서 중국 측에서 부르는 이름을 연호하는 것도 참 묘하다. 자신들의 불편한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이 우습다.
북한이 한국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말에 사회자가 금강산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가고 싶지 않다"며 "산에 가는 걸 싫어한다"라고" 했다. 내가 들은 뉘앙스는 단지 금강산에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한국이나 북한과 어떤 것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라도 말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크게 달라진다. 지금 일본에서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다루는 지역에 대해서 존중은 못 할 망정, 비하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연구자들 모럴이 추락했다는 것인가. 참 기가 막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혹평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허락을 하지 않으면 서울에 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설사, 서울에 온다고 해도 미국이 용인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웃긴다. 김정은 위원장은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방문을 결단했다. 서울 방문에 대한 것은 미국과의 사이에 많은 일이 진전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것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킴으로 미국을 움직일 수도 있다. 남북관계는 한국이나 북한에서 예상을 못한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 것이 싫다고 일본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인 연구자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데, '리버럴'하다면서 일본 정부나 극우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은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보다 경제를 살리는 게 어떨까 한다. 진짜로 웃기고 자빠졌다. 일본 경제보다 한국 경제가 훨씬 좋다. 한국 국민들의 반응과 전혀 다르다. 한국의 보수라는 자한당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과 결을 같이 한다. 일본에서는 자민당만이 아니라, '리버럴'하다는 전문가까지 똘똘 뭉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반응을 보면서 남북관계는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사진은 예쁜 버섯이다. 달걀 버섯으로 식용이다. 선명한 색상으로 예뻐서 독버섯처럼 보인다.
'일본사회 >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초 45 휴간! (0) | 2019.09.30 |
---|---|
과로사와 가족주의 (0) | 2019.09.30 |
마녀사냥 2- 미즈하라 기코 (0) | 2019.09.23 |
위안부 영화 ‘침묵’ (0) | 2019.09.23 |
붐비는 신오쿠보 (0) | 2019.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