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30 일본의 고령화와 실업률
오늘 동경은 아침에 개었다가 오후에 들어서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주말에 해야 할 일은 빨래와 청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에 따라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다. 날씨를 보면서 아침밥을 먹기보다 먼저 할 일을 생각해서 움직여야 한다. 날씨가 너무 불안정해서 고민하다가 현미를 씻고 밥을 준비하며 손빨래를 했다. 빨래가 마를까 싶었지만 빨래가 많아서 몇 번에 나눠서 해야 한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은 태풍이 지나면 맑다고 하지만 빨래를 하다 보면 오전이 지난다. 도서관에 가는 날이라, 시간이 아깝다. 오늘 중에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것이 좋다. 아침으로 밥을 하고 가지와 피망을 된장양념으로 볶아서 덮밥으로 먹었다. 오쿠라도 데쳐서 간장을 치고 이와시부시를 얹어서 먹었다. 농가나 야채 무인판매에서 사는 야채는 마트에서 사는 야채보다 빨리 상한다. 분명히 싱싱한 야채를 사는데 빨리 상하는 것은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산 야채가 상하지 않는 걸 보면 야채에 뭔 짓을 했나? 생각한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빨리 먹지 않으면 썩어서 버리게 된다. 마트에서 산 야채는 썩어서 버리는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래간다. 양배추도 말라 비틀어 질 망정 썩지 않아서 무섭다.
아침을 느지막히 먹고 일요 행사인 청소를 하는 게 좋을지 어떨지 망설였다. 왜냐하면 태풍이 오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면 베란다 청소를 해야 한다. 날씨가 궂으면 청소를 해도 그다지 개운하지가 않다. 내일 아침에 빨래와 청소를 하고 도서관에 갈까 했지만 일기예보를 보고 오늘 하기로 했다. 내일 최고기온이 33도로 나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엄청나게 기온이 올라가면 몸이 피곤할 것이라, 청소도 오늘 하는 게 좋다.
동경에서도 교외, 내가 사는 동네에 태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밤 8시반이 지나면서 갑자기 바람이 강해졌다.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열어서 상태를 보려고 했더니 맞바람으로 창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세다. 그래도 창문을 열어 봤더니 기온이 높고 비는 약한데 바람이 강하다. 집안과 밖의 기온차로 창문이 흐려졌다. 집안 창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고 화장실 창문도 닫았다.
일본의 고령화는 다른 나라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외국에 가서 지내다가 동경에 돌아오면 고령자가 많다는 걸 확연히 느끼게 된다. 다른나라에도 고령자가 있지만 일본에 비교하면 적다. 교외에서 생활하면 낮에 보이는 것은 주로 고령자일 정도로 고령자가 많다. 고령자가 아닌 사람들은 일을 하러 가서 없다는 걸 생각해도 고령자가 많아서 고령자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나도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 고령자가 되려면 시간이 한참 남아서 젊은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젊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령대로 그렇게 분류되는 것이다. 2017년 현재로 고령화율이 28%다. 즉 일본 인구의 28%, 3,400만이 만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경기가 아주 좋은 것처럼, 대학생 취직율이 좋다고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이 잘된 것으로 여기는 신문기사를 자주 본다. 아베 정권을 찬양해야 하는 일본 신문이 아니라, 한국신문에서 일본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아베 정권을 찬양하는 기사를 보면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일본은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실업율이 낮은 것은 경기보다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경기가 좋은 분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경기는 동경올림픽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경기가 좋다는 실감이 없다. 특히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백화점이 문을 닫고 심각하게 경기가 나쁘다. 실업율과 관련해서 노동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분야는 건설이나 제조업, 1차 산업, 노인을 돌보는 일 등 노동환경이 좋지 않은 직종이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야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일본에서 공부한 유학생 출신과 주로 외국인 노동자를 불리는 단순노동자로 분류하는 산업연수생으로 오는 사람들이다. 산업연수생은 일본에서 일명 '노예'로 불릴 만큼 임금과 고용상태가 나쁘다. 하지만 거의 문제 삼지 않는다. 어차피 외국인이라서 일본사람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도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들여와야 한다는 식으로 바뀌었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열악한 상태에 방치하는 제도 하에서는 단순히 일본인을 위한 외국인 '노예'를 들여오는 것이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한다. 아베 총리는 겉만 번지르르한 정치를 너무 잘한다. 예를 들어 고령화와 저출산이라고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활약해야 한다면서 '1억 총 활약'이라는 멋있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실상은 여성 차별이 훨씬 더 심해져서 저출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본다.
유학생 출신의 취업률은 36% 밖에 되지 않는다. 유학생들은 주로 일본에서 취업하기를 원한다. 내가 보기에는 유학생들이 일반 일본인 학생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모국어에 일본어를 하고 영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 학생들은 영어가 되는 학생도 적다. 유학생활을 경험해서 일본학생보다 어른스럽다. 그렇다고 유학생들이 취직할 기업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차별로 인해 유학생 출신이 취직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단순노동이라는 '육체노동'에 노동환경이 나쁜 일터라면 일본인이 안 오니까, 임금이 싼 외국인 노동자를 쓰지만, 일본인과 같은 일을 하는 회사에서는 외국인을 채용하기 싫다는 것이다.
유학생들도 이런 실상을 잘 모르고 취직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일본에서 노동력이 부족해도 유학생 출신이라는 외국인이 취직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유학생 중에는 정규직으로 취직이 안되니까, 비정규직으로 예를 들어 일 년씩 고용을 연장하는 식으로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취직은 가장 피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 정규직이 될 거라고 우선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대학을 졸업할 때가 가장 몸값이 비싸다. 그때에 정규직으로 좋은 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여간해서 대학을 졸업할 때처럼 몸값을 올릴 수가 없다는 의미다. 일본인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기는 어렵다. 이전에는 정규직을 회사 간부용으로 비정규직을 쓰고 버리는 소모용품처럼 고용했다. 지금은 정규직도 장시간 노동으로 소모용품이 되고 말았다고 여기고 있다.
내가 참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일본의 임금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선진국이니까, 임금이 더 나을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임금은 물가에 비해 한국보다 더 적게 느껴진다. 오늘 읽은 기사에서 30대 미혼남성의 연봉이 300만 엔 이하는 결혼하기가 어렵다고 '300만 엔의 벽'이라고 한단다. 일본의 높은 미혼율은 경제문제로 저출산에 직결된 것이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미혼남성의 연봉은 200만 엔대가 25%, 300만 엔 대가 24%라고 한다. 연봉 400만 엔 이상의 미혼남성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2017년은 28%). 아마, 이 남성들은 결혼하겠지. 그에 비해 기혼 남성은 미혼남성보다 연봉이 100만 엔 정도 높다고 한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에 의하면 30대 남성의 연봉은 30년 전과 변함이 없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로는 일본 임금이 점점 내려가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세금과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임금이 내려가는 것이다. 일본 경기가 좋다고 매스컴에서는 떠드는데 사람들이 실감하는 것은 생활하기가 빡빡하다. 임금이 올라야, 결혼을 할 수가 있고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 아닌가? 경기가 좋고 일손이 부족하다면서 임금이 오르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본에서는 통한다. 임금을 올려라, 결혼해서 살 수 있게 임금을 올리고 나서 저출산이 어쩌고 고령화가 어쩌고 했으면 좋겠다.
쓰다 보니 글이 산으로 갔다. 태풍 탓으로 해두자. 정말로 태풍이 강해서 유리창이 깨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아까부터 계속 사이렌 소리가 들려서 이상했다. 지금까지 태풍이 불어도 사이렌이 울리는 일은 없었다. 궁금해서 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봤더니 8시 55분에 폭우 경보가 내렸다. JR은 일찌감치 저녁 5시 이후에 다카오보다 서쪽은 운행을 중지했다. 8시 이후에는 수도권 운행을 전면 중지한다고 나왔다. 게이오센은 9시 지나서 전철을 줄이다가 10시 이후에 점자 운행을 중지한다고 나왔다. 다마 모노레일은 강풍으로 10시 19분발을 마지막으로 운행을 중지했다. 오다큐센은 9시에 운행을 중지했다. 사이렌 소리는 태풍이나 폭우로 피해가 예상되거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이렌 소리가 난다고 한다. 시민들이 주의하고 경계해서 피난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살다가 이런 일도 처음이다.
'일본사회 >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사비 테러 (0) | 2019.10.06 |
---|---|
천사와 악마와 친구 (0) | 2019.10.06 |
신초 45 휴간! (0) | 2019.09.30 |
과로사와 가족주의 (0) | 2019.09.30 |
남북 정상회담에 불편한 일본의 속내 (0) | 2019.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