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3 와사비 테러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잔뜩 안개가 낀 것 같이 흐렸다가 비가 오기를 거듭했다. 어제 쾌청하게 맑았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장마철 날씨로 돌아왔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읽은 책은 반납했다. 역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집중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할 수 있어서 좋다. 엽서도 두 장 썼다. 주소를 잊고 가서 주소는 못 썼다. 도서관을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무인판매에 들러 파를 사고 달걀도 샀다. 달걀집에 감이 있어서 두 개를 들고 왔다. 마지막 가까운 농가 마당에서 쑥갓나물을 샀다. 도서관에서 엽서에 부칠 우표를 사려고 우체국을 향했다. 우체국에 들러서 새로 나온 우표를 봤지만, 내가 사고 싶은 우표는 없었다. 우선, 필요한 우표만 샀다. 우체국을 가기 전에 도시락집 사람이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태풍이 오고 있대요, 태풍이 강해지기 전에 빨리 집에 돌아가세요. 어머, 그래요? 태풍이 또 와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일찌감치 저녁을 해서 먹고 컴퓨터를 켰다. 한국신문을 봤더니, 일본 스시집에서 ‘와사비 테러’가 있었다는 기사가 떴다. 한국 신문 기사를 읽고 일본어로도 검색해봤다. 일본어로 훨씬 많은 것이 올라온다.
재미있는 것은 ‘와사비 테러’를 한 가게나, 회사에서 해명한 내용이었다. 와사비를 2 배나 넣은 것은 '서비스'라고, 즉 특별한 배려라는 것이다. 과거에 한국인 손님이 와사비를 더 달라고 한 적이 있어서 한국인에게는 그런 특별한 배려를 한 것이다. 회사에서는 ‘사죄’를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비스'라는 특별한 배려를 했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그 가게에서는 ‘와사비 테러’라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기에 ‘사죄’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야말로, 특별한 서비스니까, 그런 '서비스'를 제공받은 사람들은 감사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까지나, 일본적인 논리이지만, 일본에서는 통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본에서 이지메를 하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가해자는 전혀 ‘악의’가 없다고 한다. 제멋대로, 이지메나 성희롱을 당하는 사람이 괴로워 한다. 즉, 당하는 사람이 괴로운 것이 문제이지, 이지메나 성희롱을 하는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악의’가 아니라, 오히려 ‘호의’라는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지메에 성희롱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제주도에서 성당에서 새벽기도를 하는 여성을 살해한 중국인이 했던 말이, 자신이 결혼했던 여자들에게 무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죄도 없는 제주도 여성을 살해했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자신을 떠났던 여자에게 복수를 한 것도 아니고, 아무 관련이 없는 엉뚱한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되었다. 이런 것이 통하는 것일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타당한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말한다. 자신들의 ‘악의’를 교묘하게 ‘선의’처럼 포장한다. 언뜻 들으면 아주 타당한 것처럼 들린다.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손님의 의향과 상관없이 제멋대로 제공하는 것은 결코 ‘선의’가 될 수 없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런 것을 ‘선의’나 특별한 서비스로 포장한다. 자기가 좋아한다고 멋대로 쫓아다니면 ‘스토커’가 되어 ‘범죄’가 된다. 자기가 사랑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서운 범죄가 되는 것이다. ‘와사비 테러’에 관한 ‘사죄’는 ‘사죄’가 아니라 ‘말장난’이다. 그리고, ‘차별’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차별’하면서 ‘차별’한다고 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항상, ‘차별’을 하면서 자신들 스스로가 ‘차별’이 아니라고 한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 입장이 아닌 하는 사람 입장의 발언이다. 너무나도 당연히 ‘혐한’이며, ‘차별’인 것을 강경하게 부인하는 걸 보면서, 역시 ‘혐한’이며, ‘차별’이라는 걸 안다. 정해진 패턴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범죄’나 그에 가까운 것들이 ‘장난’처럼 행해진다. 하는 사람 쪽에서는 ‘장난’이기에 ‘죄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것도 ‘악의’를 교묘하게 포장하는 수법이다. 일본에서 그런 일은 아주 일상적으로 흔히 일어나는 일로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안개 낀 아침에 베란다에서 찍은 주변이다.
'일본사회 >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산한 신오쿠보 (0) | 2019.10.10 |
---|---|
후지 TV 혐한 데모 (0) | 2019.10.10 |
천사와 악마와 친구 (0) | 2019.10.06 |
일본의 고령화와 실업률 (0) | 2019.09.30 |
신초 45 휴간! (0) | 2019.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