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9 애정과 광기와 폭력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9도나 되는 더운 날씨였다. 아침과 밤은 아주 선선해졌는 데, 여름의 매서운 더위가 아직 수그리지 않았다.
지난주는 개강이라서 바빴다. 거기에다 허리가 아파서 그냥 지내기도 힘든 일주일이었다. 개강의 긴장감이 더해져서 허리는 더 아파온다. 단지 개강이었다면 어떻게 넘어갔을 것이다.
금요일 아침에 친구가 동경에 온다는 연락이 왔다. 동경출장이라고 일요일 밤에 온다고 했는 데 좀 갑작스럽다. 사정은 친구가 오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전철을 타고 가는 중에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업이 끝나서 집에 오는 길에 긴급 상담이 있다고 한다. 지방에서 친구가 오는 데 그 전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이상하게시리 친구에게 연락이 올 때는 겹친다. 무슨 일일까, 예감이 별로다.
학교에서는 금요일에 만나는 미국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2교시 수업에서 이상한 학생과 한바탕 치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3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후배 연구실에 가서 서울에서 가져온 깻잎 반찬을 넘겼다. 미국 친구도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좀 나눠줬다. 개강수업이라 좀 일찍 끝내고 상담할 일이 있다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2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다. 지방에서 도착하는 친구가 오기 전까지 용건을 끝내고 마중 가면 된다.
친구가 아주 다급한 상담이었다. 연구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에 트러블이 생겼다. 그 것도 아주 심각하게 꼬여서 프로젝트는커녕 가정이 박살 나고, 직업을 잃고 경찰신세를 져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가 막히다. 높은 교육을 받고 일류회사 간부였던 사람이 남편이고 친구도 대학교수다. 그런데 사건이 나려면, 머리가 돌면 그런 사회적인 조건은 전혀 상관이 없나 보다. 작년에도 같은 문제로 친구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서 자살할 뻔했다. 내가 느끼기에 친구 남편에게 폭력성이 보였지만, 구체적인 행동이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폭력성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 것도 한방에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로 강력하게… 그때도 친구는 하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가 말하길 남편이 자신을 향한 애정이 그런 행동을 시켰단다. 그런 행동을 하게 한 자기가 나쁘다고… 나는 친구가 남편에게 애정이 있어서 그렇게 여기는 걸로 봤다. 애정 두 번 있었다가, 마누라 죽이겠네… 자기네는 애정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심각하게 병적인 상호의존이었다. 폭력으로 지배하려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불쌍하다는 여자의 전형적인 커플이었다. 그 때 내린 처방은 부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둘 다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단지 친구를 향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서 가깝고 중요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친구의 관계를 의심해서 상대방을 죽이고 가정도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머리가 완전히 돌았다.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 문제는 친구와 연구협력자와는 인간관계이지, 남편이 상상하는 남녀관계가 아니다. 남녀관계가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냐고… 본인들을 믿는 수밖에… 그리고 요새가 어떤 세상인 데, 대학교수가 연구필드에서 그런 부적절한 일이 있으면 옷을 벗어야 한다. 친구는 남편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큰 일 났다고, 연구필드와 연구를 협력해주는 사람들에게 사건이 날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하면 남편이 생각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하냐고…
남편 생각에 달린 것이다. 신뢰관계니까, 믿을 마음이 있으면 믿는 것이고, 없으면 어떤 것이 있어도 믿을 수가 없는 게 아닐까… 나는 친구 남편이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데, 친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방에서 온 친구도 남편에게 맞아서 얼굴에 멍이 보인다. 세상에 친구는 나름 괜찮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님이다. 이 친구 남편은 정말로 병이라서, 친구를 폭행한 후 의사가 와서 신경안정제를 주사했단다. 다른 친구의 케이스를 말했더니, 폭행을 당한 친구는 남편을 빨리 병원에 수용해야 한다고… 그리고 앞으로 그 친구도 살아가는 게 갑갑하겠다고 한다.
괜찮았던 남자도, 광기에 스위치가 들어가면 인간에서 환자가 된다. 범죄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여자가 평생 걸려서 이룩한 성공, 열심히 노력한 커리어도 한방에 간다. 목숨이 위험하다. 폭력성은 어디로 향하든 자신들과 주위를 파괴하고 불행하게 한다. 친구 둘 다 이혼을 하겠다고, 그러나 이혼을 하더라도 남편이 죽을 때까지 돌보겠단다. 친구라는 사람들의 애정과 의리가 과도하다. 친구도 정상이 아닌것 같다…
어젯밤 늦게까지 친구 둘의 문제를 듣고 같이 시간을 보내느라고, 주말도 전혀 쉬질 못했다. 내가 친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하소연을 듣고 몸과 마음이 아프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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