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2 일본의 독박 육아 1
오늘 동경은 산뜻하게 맑은 날씨였습니다. 일요일이라,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빨래를 했습니다. 입었던 옷은 어제 세탁을 했고 오늘은 매트와 레이스 커텐을 떼서 빨았습니다. 커텐을 매다는 후크도 떼서 깨끗이 씻어서 다시 커텐을 매달았지요. 서서히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쌀쌀해지는 날씨에 맞게 생활환경도 조금씩 바꿔야 합니다. 청소도 좀 더 꼼꼼하게 했습니다. 한국은 추석 연휴라고 하지만, 여기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일본의 독박 육아에 대해서 쓰려고 이전부터 자료를 준비했는데, 쓰질 못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반납해야 해서 조금이라도 쓰려고요. 한국에서 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여러 면에서 아주 잘되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한국에 비해서 잘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여성들이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쩌면 일본여성들은 한국여성에 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더 힘들게 살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여성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일하다가 결혼해서 출산을 하고 나서도 일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전에는 결혼하거나 임신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출산 후에는 육아를 하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큰 다음에 필요하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남편이 괜찮은 직장에 다닌다면 '전업주부'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원해도 '전업주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남편이 혼자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기가 어려워진 것과 이전과 달리 남편도 정년까지 일 할 수 있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규직을 유지하려는 여성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이 결혼해서 출산을 하고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육아 사정은 더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연애해서 결혼, 임신까지는 부부가 애정을 실감했던 사람들도 아이가 태어나면서 남편과 아내의 서로에 대한 애정은 크게 변합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실감하는 비율이 임신기까지는 74%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에 들어가면서 아기가 11살 때는 남편이 64%에 비해 아내는 45%로 무려 20% 가깝게 차가 납니다. 아기가 2살이 되면 남편이 54%, 아내는 37%로 서로가 더 내려갑니다. 아기가 3살이 되면 남편이 52%, 아내는 34%가 됩니다. 임신기에 비해 남편이 아내에 대한 애정은 급감하지 않지만, 아내의 남편에 대한 애정은 반 이하로 줍니다. 아마, 아내의 거부로 섹스리스로 연결되기도 할 겁니다. 왜 이렇게 남편에 대한 아내의 애정이 급격하게 변하냐면, 아기가 태어나면 아내가 아기에게만 집중해서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아내가 독박 육아에 지쳐서 자신의 관심을 바라는 남편을 바라볼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부부관계의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옵니다. 첫 번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내와 함께 육아와 가사를 적극적으로 하면 해결이 됩니다.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서 '도망'치면 '위기'는 더 심각해집니다.
일본에서 여성들이 육아휴직 취득률은 80~90%, 남성이 1~3%라고 합니다. 이걸 보면 대부분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취득하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54%의 여성이 출산 전후로 퇴직을 해서 실제로 육아휴직을 하는 여성은 첫아이를 낳은 여성 30% 정도라고 합니다. 그것도 좋은 직장에 다니는 정규직에 한해서지요. 출산을 한 여성이 '휴가'라고 하지만 육아는 쉴 새도 없는 '무상 노동'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일본에는 산후조리원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육아로 인해 밤에 잠도 못 자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사정을 아무도, 같이 사는 남편조차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보면 일을 쉬는 것이라, 동료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하고, 남편이 보면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이니까요. 여성은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와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독박 육아의 시작인 것입니다.
일본 매스컴에서 보면 남자들이 주도적으로 육아 참가가 아주 많은 인상을 주는 기사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도 착각을 합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육아 참가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거의 '사기성'에 가까울 정도로 부풀려진 것입니다. 기사 내용이 아니라, 기사가 주는 인상입니다. 육아(이쿠지)를 하는 남성(맨)을 '이쿠맨'이라고 합니다. 하쿠호도라는 유명한 광고회사에서 만든 조어로 일본 정부 차원에서 보급해서 퍼진 용어입니다. 참고로 하쿠호도는 지난번에 올렸던 '과로사'의 덴츠 다음으로 큰 광고회사입니다. 하쿠호도에서 '이쿠맨 클럽'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공익광고처럼 '육아를 하는 남성은 멋있다'라고' 선언합니다. 그 걸 2010년 국회에서 당시 후생노동성 장관이 '이쿠맨'이라는 걸 유행시키고 싶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아빠들은 육아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걸까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걸까요? 육아를 '놀아주기'와 '돌보기'로 나누면 아빠들이 한다는 육아는 '놀아주기'뿐이라고 합니다. 밖에서 보면 육아 참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기와 '놀아주기'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돌보기'는 하지 않으면 육아 분담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육아는 노는 것이지만, 가사는 노동이라서 하기 싫다고 합니다. 아빠가 육아와 가사를 분담한다고 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다른 부분은 엄마가 해야 한다는 것이 됩니다. 그래도 수치를 보면 이전에 비해 남성들이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6살 미만 아이를 가진 부부가 일하는 경우 남편의 가사분담이 20%, 육아도 32% 됩니다. 여성이 전업주부이면 가사분담이 12%, 육아는 30%입니다. 내용적으로 보면 아내의 학력과 수입이 높아서 남편과 동등할 경우 남편의 육아와 가사분담이 높아진답니다. 일반적으로는 아내가 정규직이나, 파트타임, 전업주부라도 여성이 가사분담이 80%를 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85%라고 합니다.
남성들이 육아나 가사분담 '의식'만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남성들의 육아와 가사분담이 높은 걸로 오해하기가 쉽습니다. 쓸데없이 '의식'만 높으면 뭐 합니까? 실질적으로는 육아에서 '놀아주기'만 아빠가 하는 것처럼 가사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합니다. 예를 들어 가사에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설거지, 세탁을 하지만, 다른 것은 하지 않습니다. 남편을 어르고 달래다 못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다가 아내는 남편이 육아나 가사분담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결국, 아내가 커리어를 포기하고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거나, 가족에게 쓰는 시간을 줄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남편과 동등하게 일을 하는 맞벌이지만 육아나 가사를 그다지 하지 않는 남편에 대해 일을 분담해줄 것을 바라는 자체가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남편이 쓰레기나 버리고 주말에 아이와 놀아주는 것밖에 하지 않아도 '남편이 공평한 분담을 하고 있다'라고' 여기며 삽니다. 왜냐하면 그런 갈등이 커지면 결국 이혼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지요. 참다 못해 '도망'을 가거나, 결국 나중에 '이혼'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6살 미만의 아이를 가진 부부가 둘 다 일을 할 경우 아내가 육아와 가사를 하는 시간이 하루에 6시간, 남편은 1시간 정도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남편의 70%가 육아를, 80%가 가사를 전혀 하지 않는답니다. 아내는 남편과 달리 직장에 나갈 때 옷도 신경 쓰고 화장도 해야 하는데, 언제 잠을 잘까요? 그래서, 남편이 밖에서 '이쿠맨'처럼 행동하면 아내는 속으로 울분이 폭발할 지경이 된답니다. 남편은 밖에서 일하지, 주말에 아이와 놀아주지, 쓰레기도 버리는데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편이 '이쿠맨'이라고 알려진 경우는 아내가 그 활동의 내조까지 해야 해서 더 힘들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남편이 섣불리 '이쿠맨'이라고 착각하면 아내는 열불이 난답니다.
남편들이 육아와 가사 참가를 피하기 위해 '일이 바쁘다'며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다고 합니다. 집에 가도 피곤에 절어있는 아내가 짜증을 낼 것이기에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니까, 집에 늦게 들어가는 거지요. 꼭 장시간 노동 때문에 육아나 가사 참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가 싫어서 피하는 것이랍니다. 육아나 가사를 피하는 인상을 안 주려고 그럴싸한 핑계를 대겠지요. 회식이라며 술이라도 마시고 들어가면 아내는 더 화가 나겠지요. 그러면서, 점점 집에서 아내가 '엄마'가 되고, 남편이 '큰아들'이 되어 간다고 합니다. '큰아들'은 육아나 가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엄마'가 '큰아들'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는 거지요. 아내 입장에서는 진짜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남편이라는 '큰아들'까지 돌봐야 하기에 부담이 더 커지는 거지요. 진짜 아이는 귀엽고 성장하는 기쁨이 있지만 '큰아들'은 성장하지도 않는다네요. 부부관계가 '엄마'와 '큰아들'로 이상한 모자관계로 변하면 '섹스리스'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하는 여성들은 직장생활에 독박 가사, 독박 육아라는 무거운 부담을 안고 정말로 '기적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진은 달리아 꽃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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