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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곶감 일기

2017/12/18 곶감 일기

 

오늘 동경은 건조하고 맑으며 기온이 낮으면서 추운 겨울 날씨였다. 월요일에는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점심에는 시내에서 약속이 있어서 도서관에 일찍 갔다가 시내에 나갈 생각이었다. 아침에 고구마를 쪄서 먹고 준비를 천천히 하다 보니 늦었다. 시내에 나갈 차비까지 하고 보통 도서관에 가는 시간에 집을 나섰다.

 

다행히도 오늘은 읽을 만한 책이 적었다. 재빨리 책을 반납하고 다시 책을 빌렸다. 한 가지 실수한 것은 한 권을 연장하지 못한 것과 반납해야 할 책을 한 권 잊은 것이다. 내일이 기한이니까, 모레 아침 도서관이 열리기 전까지 반납해야 한다. 기한을 어기면 페널티가 있어서 골치 아파진다.

 

오늘은 대학원 후배를 신오쿠보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항상 가는 가게가 쉬는 날이라, 그 옆집으로 갔다. 지난번에 먹었을 때 맛이 별로여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먹어 보니까, 괜찮았다. 항상 가는 곳 보다 맛이 마일드했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아는 출판사 사장님과 만났다. 같이 아리랑 문화센터에 간다고 해서 아는 선생님께 인사도 할 겸 들렀다. 한국 슈퍼에 들러서 후배도 반찬을 조금 사고, 다음은 맥도널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일찍 헤어졌다. 돌아오는 전철은 자살사고로 늦었다. 12월에 들어 부쩍 전철 자살사고가 는 느낌이다. 매일 같이 전철이 늦다.

 

 

오늘은 나의 곶감 일기를 쓰기로 했다. 일기라고 했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다. 이전에 감을 한꺼번에 50개 이상을 사고 말았다. 충동구매를 한 것이다. 그 감은 냉장보관을 했던 것인지, 살 때는 딱딱했던 감이 다음날부터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매일 감을 식사 대신 먹어도 좀처럼 줄지 않았다. 메이데이님이 알려주신 대로 전을 부쳐서 맛있게 먹기도 했지만, 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점점 물렁거려간다.

 

곶감을 만들기로 했다. 원래 곶감용 감이 아니지만, 내가 먹을 것이라, 문제가 없다. 곶감이라고 하지만, 만든 적이 없다. 일기예보를 보니까, 며칠 간 날씨가 맑았다. 날씨를 보고 곶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곶감이라고 하지만, 감을 그냥 잘라서 말리기로 한 것이다. 감 껍질을 벗겨서 줄에 매달지 못한다. 감이 물렁해져서 껍질을 벗기지 못하는 것이다. 큰 감을 여섯 조각으로 잘라서 말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베란다에서 말리다가 날씨가 궂어지면서 방에 들였다. 생각보다 감이 마르는 것이 더디었다. 가끔 감을 뒤적거리면서 햇볕을 받을 때 보면 말리는 감이 아주 예뻤다. 밤에도 찍었다. 어두운 색감으로 찍혔다. 고베에서 친구가 왔을 때 알려준 맛있는 곶감을 만드는 팁은 곶감을 마사지해서 더 말랑말랑하게 하라고 했다. 곶감이 더 달달 해진다는 것이다. 마사지를 하고 났더니 물기가 더 나는 것 같아 마사지를 하지 않는 게 좋았나? 후회를 했지만, 작업은 끝났다.

 

12 4일에 시작해서 어제 17일에 말린 감을 상자에 넣었다. 감이 많이 줄어서 양이 아주 줄었다. 감을 말리기 시작해서 곶감이 된 것은 2주일 걸렸다. 방에도 곶감 냄새가 살짝 배었다. 감을 말리면서 아주 확실히 안 것은 감 껍질을 벗겨야 한다는 것이다. 껍질을 벗기지 않으니 껍질이 있어서 잘 마르지 않는 것이다. 감은 아주 딱딱하지 않게 잘 말랐다. 막상 곶감이 되어 먹어보니 맛있어서 감 하나를 먹는 것이 금방이다. 곶감의 문제점은 맛있어서 금방 먹고 말 것 같은 것이다. 곶감을 만드는 과정에 감이 말라 가는 색감이 예뻐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감을 충동구매해서 곶감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껍질을 꼭 벗겨야지......

 

 

사진은 가장 위가 첫날이고 시간 차를 두고 감이 말라 가는 걸 찍었다. 밑에서 두 번째 사진이 마지막으로 곶감이 된 것을 걷어 내기 전이었다. 처음과 비교하면 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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