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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연말 대청소

2017/12/27 연말 대청소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지만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추웠다. 내가 사는 곳은 볕바른 곳이라서, 날씨가 개이면 아침 일찍부터 햇볕이 들어서 따뜻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 누운 채로 팔을 뻗어서 커튼을 열면 햇볕이 눈부시게 들어온다. 햇빛과 같이 따뜻한 온기도 들어온다. 연말 연휴에 들어간 상태라,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시계를 필요가 없다. 밤에 늦게 자도 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된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어젯밤에 읽던 책을 다시 읽어도 된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이불 속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재미있어서 침대가 흔들릴 정도로 깔깔거리고 웃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 뒤늦게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 가는 같다.

 

어제 만두소를 많이 만들었으니 당분간은 만두를 먹어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20 개를 만들어서 물만두로 끓여서 먹었다. 만두소가 어제보다 맛이 부드럽다. 이번에 산 만두피가 너무 얇고 작아서 만두를 만들기가 어렵다. 마트에 가서 다른 만두피도 봐야지. 만두를 먹고 커피도 마신 것밖에 없는데, 아침에 침대에서 책을 읽느라 늦장을 부려서 낮시간이 되고 말았다. 오늘도 볼 일이 많은데, 시간이 급하다.

 

햇볕이 나서 날이 따뜻한 시간에 볼 일을 봐야 한다. 연하장으로 쓸 엽서를 꺼내 보니 대충 숫자가 맞을 것 같다. 이번에 쓸 것은 눈 덮인 후지산이 인쇄된 것이다. 사진에 잘 안보일지 몰라도 후지산 꼭대기에는 눈이 왔다. 우표도 꺼내서 봤더니 숫자가 맞는다. 연하장과 연하우표를 사러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일본에서는 연하장을 따로 인쇄하거나, 우체국에서 인쇄된 것을 살 경우도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그림이 있는 연하장을 우체국에서 사는 것이다. 그 연하장에는 번호가 있어서 당첨이 되면, 우표를 받거나 작은 상품을 받는다. 그런 연하장을 쓰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집에 있는 엽서를 연하장으로 쓰기로 했다. 규쿄도라는 곳에서 나온 엽서로 괜찮은 그림을 실크 스크린 인쇄를 한 엽서이다. 좋은 그림이 많아서 이전에는 시내에 나가면 엽서를 모아서 사기도 했다. 지금은 집에 있는 것 중에서 골라서 쓰는 편이다. 집에도 엽서가 아주 많다.

 

다음은 오늘의 미션인 부엌 가스레인지 주변을 정비하는 것이다. 그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버리려고 수채 구멍도 청소를 했다. 쓰레기도 한 봉지 채웠다. 나가는 길에 쓰레기를 버렸다. 연말에는 언제까지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지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아니면 쓰레기통이 차기 전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좋다.

 

가스레인지 주변에 쓸 것에 대해 사전 조사를 했다. 다이소에서 나오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종류가 다양했다. 나는 다이소에 가끔 가는데, 갈 때는 필요한 것을 메모해서 그것만 찾아서 사고 금방 나오는 것이 가장 좋다. 다이소가 점점 진화 해서 많은 물건들이 있는데, 그냥 보면 쓸 만할 것 같아 사게 되고 괜히 시간이 걸린다. 쓸 만 하지만 필요한 것인지가 문제다. 오늘도 생각 없이 물건을 보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늘 산 것은 가스레인지 밑에 깔 은색 종이와 레인지 주위에 세워서 기름이 튀는 걸 방지하는 것과 벽에 붙이는 걸 샀다. 이런 것도 사이즈를 재서 맞는 걸 사지 않으면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한다. 비싸지 않아도 물건을 살 때 신중하게 골라서 필요한 것만 산다. 우선, 다이소에서 살 것은 다 샀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만두피를 봤더니 사이즈가 좀 큰 것은 개수도 적으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가격대가 싼 만두보다 만두피가 더 비싸다니? 이러니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 먹겠냐고...... 집에 있는 걸 먼저 먹고 다음에 사기로 했다. 마트에서 본 물가가 너무 비싸서 살 것도 없었지만 살 엄두가 안 난다. 쌀은 평상시 가격이라, 쌀을 2킬로 사고 2층에 왔더니 아보카도와 네이블 오렌지가 싸서 많이 샀다. 친구에게도 나눠줄 요량으로 넉넉하게 샀다.

 

침실에 형광등을 교체하려고 봤더니, 필요한 사이즈가 다 팔려서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은 연말 대청소 기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형광등을 교체한다. 내가 한 발 늦었다. 형광등 사는 걸 포기하고 짐을 가지고 집에 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꼬질꼬질한 부엌을 정비해야 한다. 한 번 신경이 쓰이면 집 전체가 꼬질꼬질한 느낌이 든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오래된 곳이라, 아무리 청소를 해도 그다지 깨끗한 느낌이 나질 않는다. 대신에 관리를 소홀히 하면 금방 더러워진다. 집에 와서 네이블 오렌지를 씻어서 닦고 친구에게 줄 선물 가방을 찾아서 아보카도와 같이 넣었다. 네팔 아이가 연말에 오면 가져갈 것도 챙긴다. 인스턴트 커피 2 병에, 여름용 이불, 크래커 2 상자, 소시지 한 묶음, 과자에 두루두루 챙겨서 따로 벽장에 넣었다. 이번에도 만나면 싸울 것이라, 가능하면 짧게 만나는 것이 좋다.

 

부엌 가스레인지 주변을 정비하기로 했다. 주변에 있는 걸 정리하고 가스레인지를 들어서 지금까지 깔았던 것과 주변에 붙였던 종이를 걷어내고 청소를 했다. 오늘 사 온 걸로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를 했다. 은박지에 싼 환기통도 은박지를 걷어내고 씻어서 새로 은박지로 쌌다. 숙원이었던 레인지 주변을 정비해서 속이 다 시원하다. 지금까지 눈에 거슬리던 것들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보기가 좋다. 앞으로 레인지 주변에 쓰는 것은 다이소에 가서 사다가 쓰고 버리는 것이 좋겠다. 어떤 것이 맞는지 알았으니까.

 

침실 형광등은 새로 사지 못해서 다른 방 것과 교체를 해서 당분간 쓰기로 했다. 가장 자주 쓰는 곳이 주로 일하는 곳과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쓰는 곳이 침실인 것이다. 현관에도 연시 기분이 나는 대형 포스터를 붙였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저녁으로도 만두를 만들어서 이번에는 군만두로 해봤다. 기름을 두르고 만두를 쭉 놓고 익히다가 물을 붓고 쪄서 물기가 없어질 정도가 되면 뒤집어서 마저 굽는다. 뒤집을 때 약간 실수를 해서 일부가 망가졌다. 만두를 접시에 넣을 때 봤더니 들러붙어서 만두피와 만두소가 분리되고 말았다. 이것은 군만두가 아니라, 군만두 소와 만두피인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에 산 만두피가 문제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내 만두 사전에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만두피까지 내가 만들어야 하나? 부엌이 좁아서 그럴 공간이 없는데...... 만두피가 문제다.

 

연말을 맞으려면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대청소는 아무리 해도 끝이 나질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하는 걸 대청소로 정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테이블에는 많은 것이 쌓였지만, 거기까지 손을 대고 싶지 않다. 정리를 시작하면 정말로 끝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정리도 하기 전에 생각해서 손을 대면 최단으로 빠르고 피곤하지 않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가능하면 정리할 것을 보지 않는 것도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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