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경생활

2020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가 되는 시간에 맞춰 이웃들과 신사에 가기도 했는데 올해는 조용히 집에서 지냈다. 어제저녁 오랜만에 가까운 이웃과 강아지 산책을 같이 한 것이 송년회가 되었다. 이웃이 신사에 간다고 하면 같이 갈 생각이었는데 그런 말이 없어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작년 연말은 누적된 피로로 강의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연말이라고 볼 일도 있고 물가도 비싸지니까, 쇼핑도 해놓고 대청소도 하느라고 바빴다. 몇 장 보내지 않는 연하장을 살 시간이 없어서 어제 부랴부랴 멀리 있는 본국까지 가서 연하장과 우표를 좀 샀다. 요새는 보통 연하장을 잘 보내지 않는다. 그래도 옛날 제자나 아는 사람에게서 연하장이 오면 답장을 해야 하니까, 몇 장은 필요하다. 대청소도 어젯밤까지 부엌 가스레인지 주변을 새로 정비하고 끝냈다. 대청소는 추운 시기라서 하기가 힘들다. 춥다고 대청소하는 시기에 하지 않으면 그대로 지낼 것이라, 가능한 하는 것이 좋다.

 

작년 연말은 주변 사람들이 아파서 케어하느라고 나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한국과 일본 사회의 영향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일본에는 아예 기대를 접고 있지만 그래도 더욱 더 상황이 나빠지는 걸 느낀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하나? 크리스마스가 지나서 북한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보낸다고 한 것도 조용히 지나는 것 같아 안심했더니 일본 NHK에서 오보를 냈다. 오보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절실히 필요했던 아베 정권의 본심이 드러난 것으로 보였다. 한국에 있는 미군기지에서도 마찬가지로 틀린 경보가 울렸다고 한다. 미군에서도 북한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어서 서운했나? 일본 NHK나 주한 미군에서 오보라는 것이 정말로 장난이 아닌데 장난처럼 느껴진다. 결국, 일본이나 미국에 북한이 그 정도 상대라는 것인가? 미국이나 일본 대국들이 북한을 이지메 하면서 제발, 북한을 얕보거나 우습게 보고 자극하지 말기 바란다. 북한도 어떻게 잘 살아가려고 필사적이다. 

 

한국에서는 조국 교수가 영장 청구로 불려 나갔다. 유난히 추운 날, 다행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성원을 보냈지만 뉴스를 지켜보면서 조국 교수가 정말로 춥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뉴스를 보고 잠을 못자고 한밤중에 영장이 기각되었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침대로 갔다. 국회에서 선거법이 통과되는 걸 보고 30일에 공수처법이 통과되는 걸 중계로 봤다. 막상 공수처법이 통과되는 순간은 무덤덤했다. 자유한국당이나 매스컴, 검찰이 그렇게 저항을 하더니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렇게 통과가 될 것을 할 정도였다. 조국 교수가 지인에게 "눈물이 핑 돌았다"고 전했다는 걸 보면서 참 절제된 표현을 하는구나 싶었다. 시사 타파 TV에서 한밤중에 공수처법이 통과되길 염원했던 시민들과 전화통화를 기뻐하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눈물이 나왔다. 나도 개국본에서 집회를 할 때면 항상 중계를 보면서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참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고 공유된 감정이 울릴 때 비로소 눈물이 났다. 모두에게 공수처법이 통과되는 것이 절실했구나. 너무나 절실한 마음과 행동으로 한국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시민의 연대를 체감했을 때, 감동한다.

 

한밤중에 울고 자서 그런지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영 산뜻하지 않았다. 뉴스를 봤더니 조국 교수를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다고 한다. 늘어놓은 범죄 의혹을 보면 참담하다. 검찰은 연말에 한국 시민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요새 한국 신문을 보면 대통령보다 검찰총장이 위인 것 같다. 절대적인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 같다. 신문에도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한 사진을 올리고 있다. 오늘 아침 산에 올랐다는 대통령의 사진은 언뜻보면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묻혀있다. 단순히 마스크로 봤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 얼굴이 클로즈업한 걸 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신문도 검찰과 자유 한국당에 공조해서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는 목적으로 그렇게 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차산에 올랐다는 대통령 얼굴을 클로즈업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묻혀서 존재가 튀지 않는 사진으로 좋다. 그러면서도 사진에 성의가 없는 걸 느끼면서 사진 찍은 사람 마음을 상상하고 만다. 

 

대통령이 중국에 갔을 때도, 오늘 아침 아차산에 간 기사에도 온통 욕하는 댓글로 도배가 되어 있다. 대통령을 욕하는 댓글부대가 맹활약 중인 것 같다. 대통령이 하는 일을 비판하는 것과 비난에 욕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엉뚱한 비난과 욕은 그저 주위를 불쾌하게 할 뿐이다. 허긴 자유한국당이 하는 걸 보면 비슷한 행태를 보이니까, 일반 사람들이나 종교 지도자나 검찰까지 나서서 대통령을 총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비난과 욕을 먹어야 될 일을 하지 않았다. 

 

검찰이 여름부터 한국을 뒤흔들더니 결국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에 조국 교수를 불구속 기소까지 했다. 자녀까지 기소 한다고 협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악행을 저지른 정치가가 부부나 자녀를 비롯한 가족 전부를 기소당한 일이 있었나? 이번 조국 교수와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제시한 범죄 의혹을 보면서 나도 대학 사회에서 오래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 한국 교수들은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조국 교수는 연구도 열심히 하고 사회활동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자녀들의 인턴이나 시험까지 하나하나 챙길 수 있었을까? 미안하지만 자녀 일은 고사하고 집안 일도 못 챙기고 정경심 교수가 다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활동한 우수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추가 된 혐의로 아들의 미국 대학 시험을 대신한 것을 들었다. 내가 미국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은 없고 그 시험을 출제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오래 가르쳐온 시험을 출제하는 사람으로서 쓴다. 지금 전 과목 같은 주제로 학기말 리포트를 작성하라고 했다. 리포트니까, 온갖 검색을 다해도 되고 책을 읽고 인용해도 된다. 막말로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거나 인터넷에서 훔쳐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내가 했던 강의 내용을 알아야 하는 명시되지 않은 '문맥'이 존재한다. 정답을 고르는 형식이라면 모르겠다. 리포트 형식이면 과목을 강의한 사람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강생이 좋은 리포트, 점수를 많이 받을 리포트를 쓸 가능성이 가장 높다. 과목 내용이나 강의 '문맥'에 맞지 않는 대단히 훌륭한 리포트는 오히려 '의심' 받는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리포트는 학생이 쓸 수 있는 최대치이다. 검찰이 조국 교수가 아들의 시험을 대신했다는 혐의는 대학에서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말도 안 된다. 하루가 지나서 신문기사를 봤더니 부부가 문제를 반씩 나눠서 풀었다고 한다. 전문분야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대학 시험문제를 나눠서 풀다니? 만화라고 해도 설득력이 부족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상력이다. 요전에 가까운 대학 사회학과에 재학한다는 한국 유학생을 우연히 만났다. 장래 신문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질문했다. 아담 스미스의 생일을 아느냐? 나는 모른다. 그 학생이 시험에 나왔다면서 그런 문제를 출제한 교수를 사이코패스라고 했다. 나도 학생이 아담 스미스의 생일을 외워야 할 이유나 교수가 그런 문제를 낸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 사회학 강의로 먹고 살며 박사 학위도 땄지만, 그 학생이 봤다는 시험 문제를 풀어서 단위를 받지 못할 것 같다. 같은 사회학에서도 이렇다. 같은 과목을 강의해도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강의가 많이 달라진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더니 반가운 뉴스가 있었다. 펭수가 어젯밤 제야의 종을 타종한 장면이 나오는 뉴스이다. 어제 그걸 보고 자려고 했는데 내가 봤을 때는 이미 펭수가 종을 치고 난 다음이라서 보질 못했다. 내가 반가웠던 것은 펭수가 예쁜 꼬까옷을 입고 예쁜 조바위를 쓰고 있었다. 신발도 꼬까옷에 맞게 예쁜 걸 장만해준 모양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펭수 조바위가 벗겨졌을 때는 나도 모르게 매니저를 부르고 있었다. 매니저가 가까이에서 항상 스타일을 유지시켜줘야 했는데 아쉽다. 옆에 있는 어른 둘이 펭수의 조바위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아니다, 펭수 머리가 동그라니까, 조바위를 잘 고정시켰어야 했다. 조바위가 벗겨진 머리가 춥게 느껴졌다. 펭수가 열 살이라니까, 펭귄으로는 몇 살이 되는지 몰라도 남극에서 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안기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펭수가 예쁘게 나온 걸 보니 기분이 좋았다. 

 

2020년이 밝아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 손에 '희망'이 있다. 비록 아베 총리는 새해 첫 날부터 '개헌'이나 꺼내고 앞이 캄캄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다. 우리 손에 '희망'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불매운동을 계속하며 조국 수호를 해야지. 2020년이 '희망찬' 새해가 되시길 바라며, 우리가 '희망'을 일구는 자랑스러운 사람들입니다. 부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갖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어제 날씨가 따뜻해서 멀리 후지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어제 사진은 아니지만, 어쩐지 좋은 징조가 느껴졌던 저녁 노을 사진이다.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경에서 명절 보내기  (0) 2020.01.02
2011년 동경, 새 해가 떴다  (0) 2020.01.02
수정과와 생강 편강  (0) 2019.12.27
연말 대청소  (0) 2019.12.27
물만두  (0) 201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