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2 동경에서 명절 보내기
오늘도 동경은 맑아서 제 집은 햇볕이 잘 들어와 따뜻합니다.
어제 오후에 고마바 집에 다녀왔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명절을 어떻게 지내는지 소개합니다.
우선 대문에 소나무로 장식을 했지요. 이 걸 가도마쓰(門松)라고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신령이 깃든다는 것으로 집집마다 문에 세우는 소나무 장식입니다. 문 위에 양옆에는 류큐에서 가져온 시사도 있습니다. 이 것도 지붕이나 문에 장식을 해서 집안에 액운이 들어오는 걸 막고 행운이 오게 한답니다. 이 건 언제나 있는 겁니다.
근데, 저 그릇이 좋은 겁니다. 이 집 할아버지가 일본 명치시대 때 근대 건축을 했거든요. 할아버지가 지은 건축물은 꽤 남아있습니다. 그 때 일본에서 제일 돈이 많았던 가나자와(金沢) 가가(加賀) 마에다항(前田藩)에서 일을 했답니다. 명치시대가 되면서 항(藩)은 해체되지만, 가가는 교토 다음으로 문화가 번영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동경대학 혼고캠퍼스가 마에타 씨 저택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마바 캠퍼스가 별택이였답니다. 옛날 고마바에는 마에타 씨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이 그릇과 다른 것도 있는데, 그런 인연으로 마에타씨 한테서 하사 받은 거랍니다. 이 건 정월 때 만 씁니다. 어머니는 제가 젊었을 때부터 그릇 손질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답니다. 이런 좋은 칠기는 물에 담궈두거나 수세미를 쓰면 안 됩니다. 물적신 행주를 짜서 닦아내지요. 그릇 손질법은 그 집 딸보다 제가 먼저 배웠답니다.
다음은 찬합이라고 할까요? 일본 말로는 오쥬바코(お重箱)라고 합니다. 거기에 담긴 정월 명절 요리입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차례를 지내지 않습니다. 그 대신 집에 오부쓰단(お仏壇)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조상님 위패를 모시고 있답니다. 그래서 항상 향도 피우고 촛불도 켜고 때가 되면 불경도 올리고 음식도 올리고 그렇답니다. 저도 아주 가끔 인사하러 갑니다. 이 집 친척이나 손자가 오면 먼저 거기가서 인사를 하고 내려옵니다. 저는 익숙치 않아서 잘 안 합니다. 다른 집은 잘 모르는데 이런 건 큰 집만 하나 봅니다. 이 집은 어머니가 친정아버지 유영을 같은 방에 놓았습니다. 간단하게 유영이 있고 그 앞에 어머니가 뭘 올린답니다. 같은 곳(お仏壇)에 모시지는 않았고요.
명절요리는 오세치 료리(お節料理)라고 합니다. 요즘은 집에서 잘 안 만들고 주문합니다. 이 집에서는 집에서 만드는데 손님이 올 예정이 없어서 간소하게 만들었답니다. 지금은 평소에 먹을수 없는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 음식에 담긴 뜻을 기리는 측면이 강합니다. 음식 마다 좋은 의미가 담겨있는데 자세한 설명과 다른 음식 사진도 생략합니다.
떡도 찹쌀을 쪄서 떡 만드는 기계에서 방금 만들어 낸 겁니다. 떡 고물은 콩가루에 설탕을 섞은 것, 낫토, 단팥입니다. 금방 만들어서 말랑말랑해서 보기보다 맛있습니다. 일본 떡국은 아침에 먹어서 저녁에는 안 나왔답니다.
저녁에는 샤부샤부를 했는데, 재료와 요리 장면입니다. 소스는 깨 맛, 폰주라는 두 종류가 있었답니다. 그 밖에도 요리가 있었지만 생략합니다. 술은 와이트와인과 평소보다 비싼 정종이었답니다.
메인이벤트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게임이었답니다. 이 게 그 돈이 들어있는 함지고요. 기본적으로 이 돈은 이 집 아들 유짱이 잔 돈을 일 년 동안 모았다가 내놓는 답니다. 참가자도 돈을 내놓기로 해서 저도 천 엔을 내놓았답니다. 제가 딱 한 번 이겨서 본전을 찾고 편도 전차 값을 땄습니다. 제가 워낙 게임 같은 걸 못합니다.
결국 누가 땄냐면, 이 집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가 거의 싹쓸이를 해 가더군요. 글쎄 그 집은 연말부터 스키를 갔다가 명절날 아침에 돌아와 낮에는 하쓰모우데(初詣)를 갔답니다. 거기서 사위가 운이 좋아진다는 팔찌를 샀다나요. 팔찌 값은 하루 만에 건졌나 봅니다..
일본에서는 정초 보는 꿈, 하쓰유메(初夢) 내용으로 그 해 운세를 점친답니다. 제가 본 꿈은 이상한 아저씨들이 저를 쫓아다녀 귀찮게 하는 꿈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런데 왜 꿈도 그럴까요.
올해도 별로 좋은 해가 아니라는 걸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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