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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헤롱 거리는 주말

2016/01/10 헤롱 거리는 주말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하다. 바람도 살짝 불어서 빨래 말리기에 최적인 날씨였다. 짧았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지난 주 금요일에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나는 지난 주 화요일에 도서관에 갔다가 감기를 얻어왔는지 다음날부터 으슬으슬 춥더니 밤이 되면 목이 부어왔다. 요새 논문을 쓰느라고 밤늦게까지 일했던 것이 감기를 악화시켰다. 아니, 감기 걸리는 시초를 몰라서 미련스럽게 일 하다가 진짜 감기가 되고만 것이다. 밤이 되면 목이 부어오고 기침을 하면 머리가 울린다

논문 마감이 걱정되어 목요일 밤에 메일을 했다 최종적으로 언제까지 보내면 되는지… 나는 논문을 빨리 쓰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논문은 걸리는 것이 많아서 시간이 걸린다. 논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감이 이 달 말이라 시간을 많이 벌었다

실은 목요일부터 걱정이었다. 금요일이 가장 강의가 많은 날인데, 견뎌낼까? 학기말이 가까워서 휴강하면 보강할 시간이 없다. 휴강하면 아주 귀찮아진다. 가능하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 전날부터 걱정이라, 날씨를 확인해서 옷도 골라놨다. 아마, 학생들은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고 그에 걸맞은 옷을 기대하겠지만, 학생들의 기대보다 체력이 문제다

아침에 나가는데 몸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느낌이 이상하다. 그래도 학교에 갔다. 최저한으로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전철은 시간대로 와서 차질없이 학교에 도착했다. 금요일에도 날씨가 좋아서 따뜻한 날이었지만, 학교가 방학에 난방이 꺼진 탓에 학교가 춥다. 2교시가 첫 강의였다. 교실에 들어갔더니 학생들이 주체 못하게 열기를 뿜어낸다. 눈들이 초롱초롱 해서 “선생님 반가워요, 기다렸어요” 하는 것 같다. 괜히 들떠서 좋아 죽겠다. 그런데, 누군가 교실에 냉방을 켜놨다. 냉방을 끄면서 교실이 추운데 냉방을 왜 켜니? 냉방을 켠 학생이 배시시 웃으면서 제가 가장 먼저 왔는데, 교실에 전기를 켜고 냉방 밖에 켤 게 없어서 켰다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8일에 냉방을 켜는 건 좀 아니지 싶다.

어쨌든 학생들은 뭔가 모를 기대에 부풀어 들떠있다. 지난 12월에 나를 그렇게 고민시키며 학교까지 뒤흔들었는데, 그런 소동을 일으키게 했던 아이들인가, 내가 미쳤었나 싶을 만큼 학생들이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학생들이 수업에 열의가 있는 건지, 방학이 심심해서, 내가 반가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마냥 해맑게 좋다고 난리를 친다

오늘은 감기에 걸려서 집중을 못하니까, 여기까지 밖에 못한다고 마쳤다. 학생들은 그래도 좋단다. 3교시는 학생 수가 적어서 편하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가는 4교시 정말로 문제가 되는 수업을 못 할 것 같다. 3교시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90분 강의를 70분 정도로 끝냈다. 드디어, 문제의 4교시다. 학생이 100명정도, 근데 성인식이 있어서 시골에서 올라오지 않은 학생들이 있으니까… 학기말 리포트를 내려고 오겠지. 배부할 자료는 80부 준비했다. 학생들에게 처음에 감기걸려서 강의를 끝까지 못하고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다. 60분을 넘어가니 목소리가 이상해진다. 몸도 정말로 내 몸이 아니고 미지의 경지다. 이러다가 강의 중에 쓰러지는 미련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 목소리가 괴롭지만 학생들에게도 고역일 것 같아서 강의를 마쳤다. 학생들이 걱정되는지, 말을 건넨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운이 좋게 버스와 전철에서 앉아서 그것도 빠른 편을 타고 왔지만, 자느라고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집에 먹을 것이 없으니까, 최소한의 식량을 사야한다. 과일, 주로 사과와 감, 자몽, 야채는 토마토를 사서 집에 왔다. 몸에 감각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빨리 자는 것이 상책이다. 사과를 하나 먹고 일찌감치 목욕하고 잤다. 저녁부터 자기 시작해서 이튿날 오후까지 잤다. 거의 20시간을 잤다. 일어나서 커튼을 걷었더니 유리창에 물기가 아주 흘러내린다. 바깥은 따뜻한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토요일에도 오후에 일어나서 조금 꼬물락 거리다가 저녁부터 자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목이 부어와서 기침할 것 같아 무서워서다. 목욕하고 일찌감치 잤는데 잠을 자다 깨다 비몽사몽간이다. 그래도 15시간을 침대에서 지내고 일어났다.

오늘은 몸이 한결 나아졌다. 날씨가 좋으니 빨래를 했다. 감기에 걸렸던 기간에 입었던 옷을 싹 다 빨았다. 감기와 관련된 것은 싹 다 빨고 싶어서 세탁기 가득 빨아서 널었다. 이불과 베개와 담요도 널어서 말렸다. 환기시키고 어쨌든 감기와 관련된 것을 훌훌 털어내고 싶었다. 청소도 하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가 목에 좋다고 검은콩을 달여서 국물을 가져왔다. 마시는 방법도 적혀있다. 어젯밤부터 만들었다고, 따끈따끈한 머핀도 하나 들었고 신년인사라고 사탕도 들어 있었다. 신년운수도 들어있다. 하여튼 이런 걸 보면 일본사람들 하는 것에 감탄하고 만다. 대단하다,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대단하다

아직도 몸은 얼떨떨하지만, 열은 떨어진 모양이다. 다음 주부터는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나? 호되게 헤롱 거리는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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