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1 강의 시작
오늘 동경은 어제보다 더 흐린 날씨였습니다.
낮에는 햇빛이 났습니다만, 어제보다 더 구름이 많았습니다.
어젯밤 잠을 설쳤습니다. 저는 강의가 시작되거나 누구를 만날 때 긴장해서 잠을 못 잡니다. 잠을 못 자면 몸이 퉁퉁 붓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해서 몸을 좀 풀고 준비 해서 나갔습니다.
새해에 학교가 시작되어 첫교시이기도 해서 겨우 시간을 맞추어 갔지요. 뚱뚱해진 몸을 보이지 않게 학생들을 속이기위한 작전으로 제가 ’죄수복’이라는 줄무늬 폴라티를 입고 그 위에 빨강 문어 같은 스카프를 하고 검은색으로 입었지요. 코트 위에다 빨강과 검정 롱 스카프를 해서 이중 삼중으로 카바를 했지요. 한마디로 가관이었습니다.
문어 같은 빨강 스카프를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사진을 올립니다.
학생에게는 고백했습니다. 연말연시에 과자를 많이 먹어서 살쪘다고요. 학생들이 웃더군요. 다행입니다. 오랜만에 강의하려니까, 가슴 설레서 잠 못 잤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왠지 흐뭇해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보고 싶었다’로 들렸을 까요?
작년 연말에 했던 마지막 강의의 복습 했지요. 그때 자료로 베네통 키스 광고사진을 배부했는데, 세계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김정일과 이명박 대통령, 독일 수상과 프랑스 대통령, 로마 교황과 이슬람 지도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정치가들은 있을 수 없는 것도 해내는 사람들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그 자료를 보면서 작년 말에 북한에 뽀글이 파마 아저씨가 죽은 게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뜨거운 키스가 원인이 아닐까, 했더니 학생들이 기가 막혀합니다. 아니야, 이명박 대통령 독기가 대단해서 한국에서는 중요한 사람들이 돌아가셨는데, 그 게 북한까지 뻗친 결과라고 봐. 대단한 사람이지, 직접 안 죽여도 적장들을 족족 죽일 수 있다는 독기. 학생들이 저의 폭주를 따라오지 못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어떤 학생은 제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12월 중순에 그 키스 광고 자료를 배부한 걸로 착각 해서 역시, 선생님 달라요. 다른 교수님들과는 달라요, 강의가 흥미진진해요, 앞으로도 선생님 강의를 듣고 싶어요, 아부합니다. 보통은 아부를 안 합니다. 저 앞에서는 학생들이 아주 우쭐대며 대단히 잘난척하며 까붑니다.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도 안 나가고 괜히 제주 위를 맴돕니다. 오랜만이라서 그랬나 봅니다.
오늘은 첫교시와 마지막교시에 수업이 있었습니다. 저는 보통 수업을 학생들이 적은 첫교시와 마지막 교시에 넣습니다. 학생들이 적어야 좋거든요. 두 번째나 세 번째 시간이면 큰일이 납니다. 몇백 명이 몰려옵니다. 죽어납니다.
오늘 마지막 교시가 끝나서 다음 시간에 시합이 있어서 못 나온다며 학생이 말을 겁니다. 선생님, 다음 주 수업이 없는 줄 알고 시합에 나가요. 그래, 리포트 냈고, 출석에 문제가 없지? 예, 결석은 두 번이에요. 그럼 괜찮아. 그런데 미적미적거립니다. 뭔가, 그냥 가기가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눈빛으로 선생님 헤어지기가 섭섭해요, 합니다. 저도 같은 기분이라, 그래 시합 잘해라고도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나가서 별로 없을 때, 왜 성적에 관해서 질문이 없었니? 제일 궁금한 게 그거 아냐? 학생이 그냥 옆에서 실실 웃습니다. 나는 궁금해할까 봐 밤늦게까지 집계 했는데, 관심 좀 가져주라. 선생이 거기까지 말하는데 한 명이 관심을 가져줍니다. 마지못해 선심 쓰는 것처럼...
마지막 교시 수업은 타 대학생 수강과 유학생, 타 학부 수강생이 많은 수업입니다. 그런 외부 학생이 제일 많은 수업이랍니다. 사무실 직원이 아주 자랑스럽게 뽐내듯이 알려주더군요. 압도적으로 여학생이 많은 활기가 있는 수업입니다. 일본에서 좀 괜찮은 대학은 문학부도 대부분은 남학생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학생들이 좀 들떠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좋아서 천진난만하게 애교를 떱니다. 그래도 학기말이 다가오니까, 좀 섭섭한 기분이 드나 봅니다. 학기라는 게 학생들과 정이 들만 하면 끝납니다. 수업마다 학생들 분위기가 다릅니다. 작년에는 힘들었던 과목 수업이 끝날 때 학생들이 나를 부둥켜안기까지 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수업이 끝날 때는 난리가 나서 아수라장이 되어서 끝났습니다.
내일도 수업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