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5 학기말, 갈등의 계절
요즘 동경 날씨는 엄청 춥다.
작년 여름이 무섭게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겨울이 추운가 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추울 때 입는 옷으로는 이 추위에 대응을 못한다. 지난번 유니클로 +J에서 다운 점퍼를 사고 싶었는데, 동경의 따뜻한 날씨에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안 샀는데 후회가 된다.
요즘 옷들은 얇고 따뜻하고 체형에 잘 맞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옷들은 속에 많이 껴입질 못한다. 이런 추위에는 무식하게 껴입야 하는데, 못입는다. 오늘은 큰 점퍼 속에 옷을 껴입고 나가야겠다.
이건 요전에 쓰겠다고 했던 일본의 교육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 교육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겨울방학이 끝나면 학기가 거의 끝나서 시험이나 리포트 등으로 성적평가에 들어갑니다.
저는 시험을 하지 않고 리포트로 평가합니다. 시험은 학생들을 긴장시키고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학습효과도 낮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평상시에, 매 강의가 끝날 때마다 수업을 듣고 생각하거나 느낀 것 질문 의문 점등을 쓰게 해서 그것도 평가대상으로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 학생들은 거의 질문도 안 하고, 제가 묻는 질문에 답하지도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제 강의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근데, 이건 아주 귀찮은 방법이기도 해서 실제로 저처럼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 방법은 학생들이 선생을 신뢰해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선생이 이해해 줄 거라고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비밀까지도 씁니다. 예를 들면 수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자신들의 고민, 동성애자라든지, 출생의 비밀, 가족불화 등. 강의가 인생 상담이 되는 겅우도 있지만, 즉 과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내용입니다. 근데, 이 방법의 좋은 점은 선생이 자신의 반론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이 생각을 쓰는 점에 있습니다. 이 게 참 재미있거든요. 선생이 자기가 쓰는 내용을 잘 읽어준다고 신뢰하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그 내용은 피드백 하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자극을 주고요.
그러나, 그 중에는 강의를 전혀 못 알아듣고 생트집을 잡아 공격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일명 ‘크레이머’라고도 하지요. 여기에는 일본 이지메 체질도 확실히 나오는데, 그런 학생들은 강의를 알아듣지 못하고 수업에 따라오지 못합니다. 그래도 참고 듣거나, 자신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쪽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을 공격해서 해소하려는 학생들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학교와 학부에 따라서 분포도가 다릅니다. 참고로 이런 학생들은 국어(일본어)를 못합니다. 중학교 일학년 국어 수준이 되면 강의를 알아듣는데 그 수준이 안된다는 거지요.
저는 제 수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하면 주위에 다른 선생들과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제가 잘못 파악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제 수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게 제가 외국(한국)인 여자여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학생들이 통상적인 경향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한국인 여자 선생이어서 비열하게 공격하고 이지메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방식이더군요. 그러나 선생들은 학생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샌드백이 아닙니다.
학기말이 되면 저는 일찌감치 출석통계, 평상시에 받은 점수, 과제물 점수 등을 공개합니다. 학생들에게 확인하라는 겁니다. 학생 중에는 자기가 몇 번 결석을 했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습니다. 4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요즘은 30% 이상 결석은 학기말 시험을 볼 수없다는 게 규정입니다. 즉 15번 수업이면 5회 결석은 안된다는 거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여유를 주는 편입니다. 그 여유라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결석, 피치 못 할 이유로 결석한 경우 결석으로 치지 않고 받아줍니다. 그러나 3분의1 이상 결석한 경우는 안됩니다. 리포트를 읽을 때도 결석이 30%이상 학생은 술렁술렁 넘어가지 않습니다. 결석은 했지만 리포트라도 제대로 써야 단위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6-7번 결석한 학생도 리포트를 내면 읽습니다. 대신 채점은 엄정하게 합니다.
당연히 출석을 제대로 한 학생이 좋은 리포트를 씁니다. 제가 보기에는 출석을 잘하고 중간보다 앞에 앉아 수업을 잘 듣는 학생이 평균 성적분포가 잘 나옵니다. 성적으로 안나와도 학생이 확실히 성장을 합니다. 학생들 앙케이트 조사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런 학생들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학생도 있지만 해결해 나갈 수 있고, 제대로 취직을 해서 사회인이 됩니다. 설사, 지금은 젊은 때라, 일시적으로 방황을 하고 다른 선생 수업은 제대로 안 듣더라도.
그 중에는 문제가 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 제가 부딪친 케이스입니다.
11번 강의했던 수업에 7번 결석한 4학년 학생입니다. 남학생인데, 일 학기 때도 7번 결석을 하고 와서 그것도 수업이 끝날 시간에 와서 취직활동 때문에 결석했다고 서류 내면 출석 처리되지? 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런 증명서를 위조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안된다고 했더니 책상을 치고 거의 쌍욕을 하고 나갔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나 나도 인간이기에 그 자리에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봤지요. 내가 저 학생이 저렇게 화가 날 만한 대응을 했느냐고, 한 학생이 저 사람은 마약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이 저 학생에게 모욕을 주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하더군요. 사실 저도 다양한 학생을 가르쳐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학교 측에 알렸습니다. 그 학생은 문제학생이더군요.
이번에는 저 개인에게 공갈 협박조로 왔습니다. 공갈협박에 떼를 쓰면서, 단위를 준다는 약속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사실 규정 위반이라 아무리 봐주려 해도 확실히 말할 수도 없고, 그 학생 의도를 안 이상 단위를 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점심도 못 먹고 다음 수업에도 10분이나 늦었습니다. 말을 듣고 있던 남자 선생에게 대응을 부탁했더니 그 학생 태도가 남자 선생에게는 다릅니다. 즉, 제가 여자이기에 공갈협박을 하면 무서워서 단위를 주겠지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건으로 진전되길 바라지 않아 학생이 리포트를 내면, 리포트는 읽겠지만 학교 측에서 결정을 내리라고 학교측에 통보했습네다. 리포트도 마감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런 학생의 경우 제대로 된 리포트를 써서 낼 확률은 기적을 일으키는 확률에 가깝습니다.
또 한 케이스는 다른 수업 여학생이었습니다. 출석과 평상시 점수 집계를 가져가서 확인하라고 위험한 학생들은 표시를 해놨으니까 나중에 떨어지면 선생 원망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 여학생이 자기가 결석을 세 번 밖에 하지 않았는데 여섯 번 결석한 걸로 되었다고 제가 집계를 잘못했다는 겁니다.
그래 나도 인간이니 잘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매번 마다 볼펜 잉크를 다른 색을 썼다. 집계가 누락된다면 한 번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지, 백 번 양보를 해서 니 말대로 내가 집계를 잘못했다면, 왜 유독 너 만 뺄 수 있겠니? 다른 학생들도 몇 명 그런 케스가 나와야 그것도 성립이 돼.
선생님이 저를 싫어해서 (출석을 결석으로 한 게 아닙니까?)
미안하다. 150명 가까이 되는 학생 (그것도 말을 안 들어서 강의를 제대로 진행시키는 게 힘든데) 나는 네가 누군지 이름도 모른다. 그런 일을 할 수도 없거니와 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안 한다.
그래도 물고 늘어집니다. 그러면서도 끝내 자신의 이름은 밝히질 않더군요. 아주 지능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겁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한 여학생이 리포트를 카피해 왔는데, 너무나 엉망진창입니다. 다른 학생들 30%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테니까 해오라고 했습니다. 그 여학생이 방방 뜹니다. 자기에게 창피를 주었다고 자기가 귀여우니까 내가 질투를 해서 그렇다나요. 터무니가 없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학생들 얼굴을 봤지요. 그 학생을 차갑게 무시하더군요.
단위를 못 받은 학생들이 선생이 자기를 싫어해서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즉 개인적인 감정으로 몰고 가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걸 따지러 오면 답안이나 리포트 전체를 공개합니다. 체점기준은 물론이고요. 그러면 아무 말이 없습니다.
요즘 일본 대학이 무섭습니다. 학생들 매너가 너무나 나빠 거리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양아치보다 더 무섭습니다. 수업 분위기도 좋지 않고요. 외국에서 온 학생 중에 제대로 하려는 학생들은 공포에 떱니다. 교환학생으로 온 아이들이 실망합니다. 자신이 일본 대학 분위기에 물든다고, 그만두고 가는 학생도 있지요.
한국 학생들 중에는 일본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지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금 노력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제대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대학원만은 일본에서 하면 안 된다고 ‘일본 탈출’을 꿈꾸며 견디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학생이 제 수업에 놀러 와서 깜짝 놀라더군요. 먼저 온 학생들이 뒷자리부터 메꾸어 간다는 겁니다. 자기네는 앞자리에 앉으려고 먼저 가는데 그러면서. 이 학교 전체 레벨은 상에서 하, 제가 수업하는 학과는 상에서 중 레벨입니다. 참고로 일본 명문대학 중 하나입니다.
큰 교실에서 교실도 어둡고 뒷자리 학생이 잘 안보이니까, 뒤에 석 줄을 남기고 앉으라고 주의해도 말을 안 듣습니다. 열 번 흑판에 써도 안 들으니까 포기합니다. 이 학생들 레벨은 중에 중 레벨입니다. 학교도 좋은 학교이고요. 강의하는데 선생의 지시를 듣고 그대로 하는 학생들은 중에 상 레벨부터 입니다.
이 건 어디까지나 일본의 대학, 동경지역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채점하러 학교에 리포트 보따리를 지고 가야겠습니다. 아이고, 허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