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5 채점 시즌
오늘 동경은 좀 흐린 날씨여서 춥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오늘은 거의 하루종일 채점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어제는 수업이 많은 날에다 사무적인 일도 많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수업에 다가 방학동안에 낸 레포트를 회수하고 다음 학기 과목에 관해 의논을 하고 바빴다. 오랜만에 본 동료들과 새해인사도 못하고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다. 점심시간에 갑자기 한국 경남대학에서 학생들이 교류하러 왔다고 인사를 왔다. 후배네 제미 학생들과 경남대학 학생들이 교류를 하고 있다. 5교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수업이 끝나고 나서 가봤다. 학생들이 공부했던 걸 영어로 발표하느라고 쩔쩔매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하는거라 진행도 느리고 답답해서 뭔가 지도를 하고 싶은데, 나는 손님이다. 얌전히 앉아있다가 끝나서 간단히 저녁을 먹는데 끼어서 아이들이 노는 걸 봤다. 후배와 요즘 아이들은 일을 진행하는 게 좀 다르다. 어떻게 지도하는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 뒤에서 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저녁이 끝나서 교실을 정리하고 버스를 타서 역까지 나왔다. 요새는 일본학생과 한국학생이 구별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금방 친해져 간다. 한국학생들은 발표할 때 보면 열심히 연습 해서 그런지 영어를 괜찮게 하는 것처럼보이는데 무대에서 내려와서 그냥 하는 걸 보면, 간단한 말도 못 알아듣고 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일본학생이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헤맨다, 그래도 같이 잘 놀고, 친해지고 많은 말들을 한다. 그러다 보면 정이 드는 모양이다.
역에 와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술 마시러가고 선생들은 선생들끼리 가볍게 저녁을 먹자고 라면집에 갔다. 나는 라면을 먹지 않는다. 어제는 후배가 가는 집이라고 해서 간 거다. 셋이 돈코츠라면과 생맥주를 시켰다. 돈코츠라면은 규슈 스타일이다. 기름이 많다. 먹고나서 스프가 좀 식어서 보니 기름이 두꺼운 막이 되었다. 어젯밤 집에 도착하니 밤12시가 가까웠다.
오늘은 천천히 일어나서, 몸을 좀 풀고 빵을 가지러 가는 날이라, 오전에 언덕을 내려가서 빵을 가지러 갔다 왔다. 슈퍼에도 들렀는데 아직도 과일과 야채가 비싸다. 가격이 싼 과일을 보면 정말로 먼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온 것들이다. 오늘은 요구르트를 좀 사왔다사 왔다. 과자를 사면 안된다고 자신에게 굳게 다짐한다.
점심을 어제 학교에서 학생들이 먹다 남긴 걸 도시락에 집어넣고 온 걸로 먹었다. 어젯밤에 무겁디 무겁게 가져온 학생들 과제물을 채점하기 시작했다. 방학동안 일기를 쓰게 한 거다. 처음에는 문장을 고쳐가며 읽었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그냥 읽어간다. 그래도 학생들이 열심히 쓴 거라, 읽는 데도 찬찬히 잘 읽어야 한다. 과제물을 읽다보면 교실에서 보는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어쩌면 학생들 한명 한명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열두시간 이상을 비슷한 걸 계속 읽다보면 눈이 가물거린다. 학생들도 알바로 참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 왠지 채점 할 때는 뭔가 계속 먹거나 마시면서 일을 한다. 과자는 안사와도 집에 있는 걸 계속 주워 먹는다. 계속 앉아있어서 소화도 안되는데, 이러다 보면 살이 찌는 거다.
채점할때는 점수를 더 줄 이유가 있으면 더주려고 한다. 그래봐야 1-2점이지만, 틀린 게 많아도 높은점수를 줄 때, 그 이유를 쓴다. 틀린 게 많지만 열심히 썼으니까, 높은 점수를 매겼다고, 반대로 정확하게 해도, 내용에 따라 점수가 높지않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때도 코멘트를 써놓는다. 채점은 꼭 과목을 얼마나 이해했느냐가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교육과정이라 인간교육이라는 면을 고려해야 한다. 능력있는 학생이 꼭 높은 점수를 받는건 아니다. 열심히 하는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게 한다. 열심히 하다보면 능력도 개발이 된다. 능력이 있어도 열심히 하지않는 학생들이 꽤 있다. 그런 학생들은 점수가 높지 않다. 학생들을 보면, 성적이 좋은 학생이 사회적응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성적이 뛰어나지 않아도 잘해나가는 걸 본다. 내가 보기에는 성적 그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인간적인 자질이 문제인 것 같다.
대학교육도 그 전과 많이 달라졌다. 한 십년 전까지는 전문지식을 전달함으로서 생각하게 하는 교양이나,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방법을 알려주면 하고 안하고는 학생들의 선택이고, 학생이 안하면 하기싫다는 거였다. 선생과 학생들도 어른 대 어른이었다. 별로 복잡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