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2 따뜻한 겨울날
오늘 동경 날씨는 정말로 오랜만에 최고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은 따뜻한 날씨였다.
실은 이 정도가 보통 동경의 겨울 날씨인데, 올 겨울은 평년보다 추워서 기온이 낮았다.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이불과 베개를 널었다. 그리고 빨래를 했다. 빨래를 널고나서 창문들을 전부 열어젖혔다. 집안 공기를 바꿔놓고 밖으로 나간다.
요즘 신선한 야채와 과일 가격이 비싸다.
집에 과일과 야채를 좀 사다 놨지만 먹을 게 별로 없다. 따뜻한 시간에 시장을 보러 갔다. 내가 사 먹는 지역에서 생산한 귤을 사고 간장을 샀다. 집에 돌아오니 아직 12시다.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고 날씨도 따뜻하다. 왠지 마음이 들뜬다. 집에 앉아있기에 아까운 날씨다. 아직 봄이 오기에는 멀었는데, 조금 따뜻해졌다고 마음이 들뜬다. 운동으로 산책을 하기는 이르고, 좀 멀리 있는 마트에 유자차를 사러 가기로 했다. 마트에 가는 방향이 다르고 좀 멀다. 그전에 유자차를 사러 갔더니 없어서 그냥 왔다.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걸 아끼며 먹었다. 그것도 다 먹어서 없어진 지 꽤 됐다. 요새는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먹고 있었는데…
먼데 있는 마트에 갔다가 유자차가 없으면 일부러 간 게 억울해진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니 산책 삼아 가 볼만하다. 날씨가 좋아서 유자차가 없어도 덜 억울할 것이다.
강가길을 따라 마트에 갔더니 다행히도 내가 찾던 유자차가 있었다. 욕심을 내서 1키로짜리를 두 병이나 샀다. 보통은 한 병만 사는데, 예비로 한 병을 더 샀다. 여기서 사는 유자차가 가격 대비 맛이 괜찮아서 일부러 사러 간다. 가격은, 요새 여기저기서 비슷하다. 유자차도 많이 나돈다. 그러나 맛은 다르다. 유자차가 있으면 빵에도 발라먹고, 요거트에도 넣고, 크래커에 발라먹고, 가끔 요리를 할 때도 쓰고 쓰임새가 많다. 유자차를 사서 양지 바른쪽으로 강가 길을 따라서 걸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유자차를 샀으니 기분이 좋다. 거기에다 따뜻한 날씨는 덤으로 받은 선물이다. 집에 와서 녹여뒀던 오징어에 양파와 당근을 넣어서 볶아 먹었다. 비싸고 물건이 없는 건, 과일과 야채만이 아니다. 신선한 생선류도 별로 없다. 집에 오는 길에 꽃도 몇 송이 따왔다. 밖에 나갈 때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따뜻한 겨울날 사진이 없다. 그래서 오늘 꽂은 꽃을 찍었다.
이번 주에 개강을 해서 수요일 아침부터 일이 시작되었다. 금요일은 수업이 많은 편이라, 만나는 학생수도 많다.
금요일 첫 수업이 오스트라리안 스터디스 시간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어도 학생들이 수다를 떠느라고 시끄럽다. 그래 너희들도 오랜만에 봤으니 할 말들이 많겠지, 그냥 두고 수업을 시작한다. 이번 토픽은 ‘호주의 정치문화’였다. 일본의 암담한 정치상황과 우울한 한국의 정치상황을 빗대는 말도 조금 했다. 호주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봉사를 한다는 게 확실하다고, 내가 아는 공무원들은 가장 정부와 정권에 비판적이다. 그리고 많은 공무원들이 ‘사회주의’를 추종한다. 그러나, 한국 공무원에는 정권/권력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 있다. 이건 최악이다. 그런데, 일본 공무원은 누구에게 쓰임 받는 걸까? 국민이냐, 정부냐, 정권이냐에 따라 전혀 다르다고 했다. 사실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걸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어떻게 젊은 사람들, 그래도 대학생들인데 정치에 관심이 없겠는가? 자신들 미래와 직결된 가장 중요한 일인데… 강의에서 호주의 정치제도와 정치적 상황을 말한다. 학생 중에는 호주에 유학했던 아이들도 적지 않다. 호주에서 지내면서 호스트 패밀리와 호주 정치에 대해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 아주 열심히 긴장해서 강의를 듣는다. 일본의 정치상황을 비교하면서 일본이 너무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다는 걸 학생들도 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톱에 있는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도 안다. 수업이 끝나서 받는 감상문에 학생들 울분이 담겨있다. 학생들이 울부짖고 있다. 너무나도 참담한 상황이어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척한다. 정치가와 정치에 환멸을 느껴 욕이 터나 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있는 것이다. 그걸 제대로 듣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로 외친다. 겉으로는 ‘쿨’ 한 것처럼, 정치 나부랭이에 관심도 없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을 뿐이다. 슬프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상황에 대해 건전하게 비판하고 토론할 수조차 없는 정도를 지나 관심이 없는 척 연기를 해야 할 정도로, 정치에 관해 절망이 깊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걸 포기하게 만든다. 그렇게 만든 ‘악덕 정치가’들은 정치를 잘한 것이다. 국민들을 꼼짝달싹할 수도 없게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국민들을 참게 만들면 안 된다. 국민들이 활기가 있어야, 뭔가 되든지 말든지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