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3 포근한 일요일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영상 10도가 넘는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였습니다.
어제도 따뜻해서 이틀 연달아 따뜻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 일본은 내일까지 연휴입니다. 저는 월요일에 강의가 없으니 연휴라도 별 상관이 없지만요.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네요.
요즘 제가 꿈을 꿈니다. 보통은 꿈을 잘 안 꾸는데, 오늘 아침 녁에 꾼 꿈은 마음이 아픈 기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잊고 살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뭔가가 그 기억을 건드렸나 봅니다. 그 일이 있었을 때, 마음만 아픈 게 아니라 몸도 아주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꿈에도 몸이 아파오는 겁니다. 꿈을 꾸면서도 저는 꿈이라는 걸 압니다. 꿈에서도 마음이 아팠던 기억은 꿈이어도 몸과 마음이 아파오는 구나하고 냉정히 분석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픈기억이 내 마음 어딘가에 아픈 채 남아있다는 걸 알았지요. 그 때문인지 조금 늦게까지 잤습니다. 그래도 몸이 피곤하더군요. 이건 꿈 때문인거지요.
꿈에서도 분석을 하는 사람이라,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봅니다. 날씨가 포근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뭘 할까, 빨래하고 청소를 해야지. 아침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설렙니다. 아침에는 어제 사온 유자차를 빵에 발라서 먹었지요. 두꺼운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고 그위에 꿀을 바르는 걸 좋아합니다. 요새는 꿀이 크림 상태라 잘 안 먹고요. 오늘은 당연히 어제 사온 유자차가 등장해야지요. 유자향을 좋아하거든요. 거기에 잔멸치와 파에 구운 김을 넣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었습니다. 이건 색감도 예쁘지만 스크렘블 에그에서 바다 냄새가 납니다. 가끔 바다냄새가 그리워집니다. 그러고 보니 바다냄새를 맡은지도 꽤 됐네요. 아보카도도 작을 걸로 하나 먹었습니다. 저는 아보카도에 발사믹비네거에 후추를 살짝 쳐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가 마요네즈와 같이 먹는다고 해서 오늘 해봤더니 별로더군요. 아무래도 입이 텁텁해서 산뜻하게 김치처럼 만든걸 먹었습니다. 아침을 많이 먹었지요. 아침을 먹으면서도 마음은 청소를 하는데 가있었답니다. 포근한 날씨를 어떻게 집안으로 끌어들일까...
이불은 어제 말렸으니 됐고, 베개와 쿠션을 내놓고 말립니다. 어제 빨래는 검은색 계통이어서, 오늘은 옅은 색계 통인데 빨랫감이 별로 없어서 각종 매트를 다 빱니다. 부엌에서 쓰는 매트에는 기름이 튀어서 그 자국을 남깁니다. 그걸 세탁기에 넣기 전에 부엌 세제를 묻혀서 청소용 칫솔로 문지릅니다. 깨끗하게 빠집니다. 이런 게 깨끗해지면 기분이 개운합니다. 평소에 하는 청소보다 약간 신경써서 청소를 마쳤습니다. 가구 배치도 조금 바꿔서 공간을 만들었고요. 빨지 않는 매트도 물걸레로 빡빡 닦았습니다. 이러면 깨끗해지고 청소기로는 빨아들이지 못하는 먼지도 제거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말렸지요. 청소를 마치고 걸레까지 빨아서 다 말리면, 일을 제대로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집안이 상쾌해집니다.
점심은 오후 좀 늦게 호박샐러드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호박이 썩어가기에 호박을 얇게 썰어서 계란과 같이 삶았지요. 양이 부족해서 감자도 두 개 껍질을 벗겨 조금 두껍게 썰어서 삶았습니다. 거기에 참깨 맛이 나는 드레싱을 끼얹은 겁니다. 오늘 처음 만들었고 두 번 다시 안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드레싱 종류를 잘 안 사는데, 이 드레싱은 맛있어서 가격이 쌀 때 가끔 삽니다.
블로그에 날씨가 포근했다는 증거를 남겨야 할 것 같아, 해가 지는 시간에 일몰과 후지산이 보이는 공원에 갔지요. 일몰과 후지산이 구름 때문에 안보입니다.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는 것이 보입니다. 아직, 겨울나무인 채 있는 것도 있습니다. 나뭇잎이 없으니 나무 형체가 그대로 보입니다. 옷을 벗은 것 같이, 털을 갓 깎은 작은 양이나 강아지처럼 모양이 좀 우습네요. 그런데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었는데 하늘색이 파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네요.
특별한 일이 없었던 포근한 일요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