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6 학기말 시험
오늘 동경은 맑았습니다.
아침에 출근 길에 전철에서 Emily와 만났습니다. 나도 정신없이 리포트 채점을 하다보니 Emily가 타는 줄도 몰랐지요. 그녀 남편은 미공군 높은 계급인 모양입니다. 올해 7월에는 새로운 곳으로 발령을 받아서 간다고 퇴직 전이라서 본국으로 발령이 나기를 바란다고 하더군요. 지난 주에 봐서 오늘은 못보는 줄 알았거든요.
봄방학이 끝나면 점심이라도 같이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오늘 수업이 시험보기전 마지막인 것도 있었습니다. 내일 수업이 끝나면 시험기간, 그리고 학기말로 들어갑니다. 저는 시험기간에 시험을 안하고 그 전에 리포트로 끝냅니다. 요사이는 학생들이 어디선가 리포트를 베끼는 게 많아서 다시 시험으로 바꿀까 생각 중입니다. 물론 베낀 건 최하의 점수죠. 학생들은 선생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데 알고 있답니다. 그 전에는 시험으로 평가해도 스트레스가 많은 데 비해 공부한 효과가 없어서 리포트로 바꿨는 데, 요새는 리포트를 베껴오니 다시 시험으로 바꿔야 하나, 골치가 아픕니다.
오늘도 마지막 수업시간에 논술을 시켰지요. 눈 앞에 답안지가 쌓여있는데 읽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학생들이 문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써가기 시작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전혀 엉뚱한 것 들을 써놨습니다. 문제를 빨간 분필로 강조했고, 또 무얼써야 하는지 밑줄을 그었는 데도 불구하고…아~!@$%&&*()__}{ㅖ:ㅣㅏ… 문제를 읽어야죠. 문제를 읽고 이해해야 답을 쓸 수가 있지요. 문제는 답을 많이 알려주는 데요. 문제를 아예 읽지를 않으니 제대로 된 답을 쓸 수가 없지요. 이런 일은 그냥 보통 아주 흔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지시를 안듣습니다. 말을 안듣는 것은, 능력 이전의 문제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작년과 재작년에 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 하나가 취직활동을 하는데 이력서와 필요한 서류를 봐 달라고 해서, 지난 주에 시킨 걸 해왔길래 아주 철저하게 고쳤지요. 문장을 고치는건 간단하지만, 문장내용에 맞게 인간도 고쳐야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손댄 이력서는 다 취직을 시켜왔습니다. 이력서를 손보면서 자료작성, 면접연습까지 다 시킵니다. 특별 집중으로요. 작년에 수업을 듣던 아이 하나는 취직한 회사 명함을 주더군요. 그러면서 내 수업에 놀러온답니다.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저를 좋아하나 봅니다. 저는 학생들이 써낸 걸 보고 알거든요. 그런데, 남학생중에는 내가 자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믿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물론 전혀 착각이죠. 그런 학생 중에서 출석도 모자라고 리포트도 제대로 안썼다가 단위를 못받으면 저를 원망하죠. 여러모로 오해받기 쉬운 타입인가 봅니다. 뭐, 문제를 안 읽고 답안을 작성하는 것만큼 제멋대로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학생들 나름대로 선생들을 평가합니다.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인간적으로 어떤지를… 잘보고 평가도 제대로 합니다. 그 걸 선생들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내일이 학기말 전 마지막 수업이라, 무대의상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잘가는 가게에서 따뜻해 보여서 100엔주고 샀습니다. Theory라는 브랜드로 알파카입니다. 브랜드도 안보고 감촉으로 샀는 데, 비싼거지요. 거기에다 스커트 부분을 짜서 더했고요. 그냥 입으면 면적을 강조, 뚱뚱해 보일것 같아서 헝겁을 붙였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실패작인지 싶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나중에 뭔가를 더 하면 되거든요. 내일도 바쁩니다. 요새는 일이 많아서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서 수업시간 중에 학생들에게 뭔가 하라고 시켜놓고 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