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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신재민을 위한 호소문을 읽고

오늘도 동경은 맑고 건조한 겨울날씨였다. 요즘 겨울방학이라 집에서 지내는데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다행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이 더 따뜻하다고 한다. 오늘도 최고기온이 11도로 추운 날씨가 아닌데 최저기온이 영하 4도라서 추운 밤이 된다. 


어젯밤에 '신재민 소동을 보면서'를 올리고 밤중에 올라온 신재민의 선후배가 공개했다는 호소문을 읽었다. 호소문을 읽고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뭔가 아귀가 잘 맞지 않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느끼는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하려고 한겨레신문에 실린 기사와 신재민 선후배의 호소문과 부모의 사과문 전문을 카피해서 거듭 읽었다. 반복해서 쓰여진 같은 의미의 단어를 각기 다른 색상 형광색으로 표시까지 해가며 봤다. 여기서는 신재민의 선후배의 호소문만 자세히 보기로 하자. 


참고로 나는 동경 부근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매 강의마다 학생들의 감상문을 받아서 읽고 평가한다. 기말에는 레포트과제를 받아서 읽고 평가하는 사람이다. 직업상 학생들 것만이 아니라 다른 책이나 논문도 많이 읽고 쓰는, 글을 쓰고 읽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 속한다. 


결론적으로 신재민을 위한 호소문이 내 강의를 듣는 학생이 써서 낸 레포트라면 단위를 받지 못한다. 내 강의에서 단위를 받지 못할 정도 레벨은 초등학교 고학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게 첫번째 의문이다. 요새 한국 젊은이는 그야말로 단군 이래의 고스펙이라고 한다. 거기에 호소문을 쓴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 톱레벨이라는 명문 고려대학 출신들이 아닌가? 고려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할 정도 레벨의 사람이 썼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정도다. 많은 것을 나열하고 있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교묘하게 흐리는 짜깁기 한 인상이다.  


내용에 의하면 "야학 활동"을 1학년 때부터 열심히 한 모양이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학생들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이라도 '가르치는'일을 하는 학생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으며 주로 우등생들이고 성실하다. 그런 학생들이 쓰는 어휘구사나 문장은 정확하다. 그런 관점에서도 의문을 가졌다. 호소문은 논점이 왔다갔다 한다. 확신을 가지고 쓴 것일까? 일관성이 부족하다.


호소문을 읽으면 신재민이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마치 책임능력이 모자란 어린이인 것처럼 보인다. 신재민은 어린이가 아니며 미성년자도 학생도 아닌 자신이 하는 일에 책임능력이 있는 성인으로 행정고시를 패스한 엘리트 공무원이었다. 


호소문을 쓴 사람도 신재민과 비슷한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든 대목들을 소개한다. 호소문을 공개한 것은 "친구를 살려야겠다는 일념"과 "소모적인 논쟁"을 막고 싶은 의도였다고 한다. 우선, 신재민은 살아 있다. 참고로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말이 두 번 나온다.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호소문 또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호소문 내용을 보면 앞으로도 "소모적인 논쟁"을 확대 재생산 할 가능성을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교묘하게 문재인정권이 문제라고 공격하고 있다. 후반에 '도전'이라는 말을 쓰면서. 워딩이 이상하다. 


신재민을 "순수한 친구" 라고 하면서 "순진한 생각"을 했다고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순수한"이나 "순진한"은 쓰임새에 따라 의미가 크게 변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근혜대통령이 '순수함'을 넘어선 '천진난만'한 분이 아닐까 상상한다. 사인으로 행복한 일생을 보낼 수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분이 '순수하다'고 해도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명박대통령도 '순수한' 사기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연과 인간들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모든 인간에게 '순수한' 면이 있고 '사악한' 면도 있다고 본다. 신재민이 '순수한' 사람일지 몰라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읽어서 포인트라고 본 것은 신재민의 행동이 "최소한 지난 정부처럼 정보유출자에 대해 중한 처벌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 나온 대목이다. 웃고 말았다. 어리광도 아니고 국가에서 '정보유출자'에 대해 관대하라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초등학생이라면 이런 상상이 가능할까? 여기서 '정보유출' 했다는 걸 밝히고 있다. 다른 '정보유출'도 했다는 말인가? 마치 잘못은 했지만 처벌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같은 의미로 "내부고발 역시 과정과 의도가 선하다면 그 결과에 대해 너무 가혹한 책임을 묻지 않아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라고도 했다. '양치기 소년'인가? 유치원생도 아니고 이게 말이나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좋은 의도'라는 말이 동아리 활동에서도 쓰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행한 일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른 부분도 분석 했지만, 생략하기로 하겠다. 


나는 신재민을 위한 호소문을 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지 참 궁금하다. 성실한 기자가 심층취재를 해서 밝혀줄까? 아니면 수사과정에서 호소문을 쓴 사람들에 대해서도 밝혀질까? 내가 보기에는 여러가지로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의문이 많기 때문이다. 신재민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는 걸 봤다. 안심이다. 호소문을 써주는 빵빵한 동문에 매스컴이 동원되고 야당의원들까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신재민을 위해서다. 신재민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서 밝히면 된다고 본다. 신재민이 나라를 들썩일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는 말인가? 


신재민이 몰고 온 소동으로 인해 나라가 어지럽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 일을 하지 못하고 신재민을 둘러싼 공방을 벌려야 한다. 신재민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것과 거리가 있는게 아닐까? 그야말로 "소모적인 논쟁"의 굿판을 벌려 미친듯이 날뛰고 있다. 신재민의 잘못이라기 보다 신재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기름을 붓고 동조하는 매스컴이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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