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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일본의 여혐과 가정폭력

오늘 동경은 어제 비가 많이 온 탓에 날씨가 맑았지만 습도가 아주 높아서 덥고 땀이 많은 이상한 날씨였다. 아침에 첫교시를 하고 이동하면서 머리를 잘랐다. 다음에 오후 강의를 했다. 오늘도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해설을 했다. 


학생들은 일본사회가 얼마나 인종주의에 빠진 상태인지, 차별이 심한지도 잘 모른다. 근래 일본사회는 이런 상태가 보통이라서 그렇다. 예를 들어 고교무상화에서 조선학교가 빠진 것에 대해 거론을 하면서도 '차별'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LGBT에 대해서는 그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 갈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남학생과 여학생 구분이 없다. 그러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에 남학생들은 냉담하고 여학생은 분통이 터진다. 


지난 번 수업에서 자료로 일본에서 DV(가정폭력)로 죽는 여성에 대한 걸 줬다. 일본에서는 3일에 1명이 맞아 죽는다고 한다. 

학생 중에는 아버지의 DV로 인해 이혼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고 주변에도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느 남학생이 DV로 죽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자료도 내야 평등하다고 해서 자료를 줬다. 이런 것은 평등하게 다루기 보다 여성들이 죽어 간다는 말이 듣기 싫다, 입 다물라는 것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2년 통계에 의하면 DV로 죽는 여성 비율이 61%로 가장 적고, 상해가 94%, 폭행 94%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압도적으로 여성이 남성에게 두들겨 맞고 상처를 입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는게 아니다. 학생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기계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평등하게 숫자로 따지려는 것이다. 남학생들은 이런 것에 대해 듣기 싫어 한다.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남성도 많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치한에 대한 말을 하면 꽃뱀이 있다고 받아 친다. 요새 생긴 풍조로 '여혐'의 물결인 것이다. 남학생들에게 너희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잘 들어 두라고 한다. 왜 남자들이 DV를 하는지, 여성들은 DV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상대방에 대한 폭력은 지배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치한도 성욕이 아니다. 


마치 남성들이 성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치한행위를 하는 것처럼, 남자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을 한다. 그래, 성욕이 조절이 가능한 것이지 조절할 수가 없다면 이렇게 큰 교실에 몇 백명이나 학생들이 모여서 수업하는게 가능하겠냐고 묻는다. 성욕이 조절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을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밖에 나다닐 수가 없다. 좀 더 말을 하자면 일본은 섹스 횟수가 가장 적은 나라다. 부부간에는 섹스가 없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상한 섹스산업이나, 성범죄는 빈번히 일어난다. 성범죄를 성욕에 의한 것이라고 보면 안된다는 설명을 했다. 성욕에 의한 범죄라고 가볍게 본다면 성욕을 이용해서 뭘해도 된다는 말이 된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논리가 버젓이 통하는 요상한 사회다.


2011년 일본에서 여성들이 아이들과 일시적으로 피난을 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 있는데, 입소한 이유가 71%가 '남편의 폭력'이다. 그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간 사람이나, 도망 갈 수 있는 사람은 이런 통계에 잡힌다. 실제로는 남편과 같은 집에서 살면서 공포에 떨거나 무력해져서 병든 사람처럼 살고 있는 여성이 적지 않다. 내 주변에서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도망갈 수 없는 이유는 '생활에 필요한 돈이 없다'가 55%로 가장 많고, '자신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서'가 53%로 우울증이 아닐까 생각된다. '(남편에게) 주소가 알려지지 않게 주민표를 옮길 수가 없어서'가 53%다. 남편의 폭력으로 부터 도망가려고 해도 돈이 있고 건강하면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이 안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있으면 더 어렵다. 이런 상태는 여성의 잘못이 아니라, DV 가해자는 여성을 고립시켜 사회활동도 못하고 자립할 수 없게 만든다. 참고로 내각부의 조사에 의하면 여성 33%, 남성 18%가 상대방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2011년 일본의 이혼신청을 보면 남성이 원하는 것보다 여성이 원하는 것이 3배나 많다. 압도적으로 여성이 이혼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혼하는 이유 첫번째가 '성격차이'로 44%다. 다음은 '폭력을 휘두른다'가 29%,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가 25%, '정신적으로 학대한다'가 25%의 순이다. 즉, 대부분 '남편의 폭력'이 주된 이혼사유라는 걸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폭행은 급증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일본의 '여혐'이 증가하는 걸 보면 앞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DV는 점점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더 조심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연애와 결혼에 장애가 되며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여성들이 결혼을 해서 애를 낳지 않는게 문제라고 하는데 결혼해서 애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그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확실히 밝히면 여성이 문제이기 이전에 남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여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회에서 남녀가 아주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더 많이 노력해서 사회에 진출하는 걸 보고 남성들이 두려워한다.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남성으로서 자신감을 잃어 가는 것이다. 남성이 자신감을 잃는 것은 여성 탓이 아니라, 자신들이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남성들은 여성들이 반가워하지 않아 상대하기 싫어 한다. 


여학생의 말을 들어 보면 결코 대단한 남성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평등하게 같이 살아 갈 수 있는 남성을 원하는 것이다. 남학생들이 하는 말은 그래봤자 결국은 남성이 수입이 많으니까, 그대신 집안일이나 육아를 여성이 맡아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여학생은 "우리더러 죽으라는 말이냐"고 한다. 여학생도 당연히 정규직으로 일 할 것을 원한다.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독박육아에 남편까지 돌보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이 혼자서 편하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남학생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남학생에게 여학생의 입장을 고려해서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연애와 결혼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다. 같은 교실에 있으면서도 넘어야 할 벽이 높다. 남학생들이 자신들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여학생이 보기에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남학생이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말 할 상대가 안된다. 



오늘도 요새 써서 올린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것을 쓰려고 했는데, 엉뚱한 곳으로 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재 일본사회의 단면이라는 것이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이해도 이런 사회를 배경으로 일어나고 있다. 갈 길이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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