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3 문화적 히키코모리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7도나 되는 날씨였다.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이미 30도였고 저녁 7시가 넘은 지금도 30도란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 얌전히 집에서 보내야 한다. 지난 주말에 바쁘고 피곤해서 청소를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청소를 해야 하는 날이다. 적어도 청소와 빨래를 해야지. 아니면, 더러운 환경에서 끈적끈적하고 불쾌하게 지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천천히 아침을 준비해서 먹었다. 아침부터 소면을 삶고 표고버섯을 볶아서 오이와 같이 든직하게 먹었다. 표고버섯 볶은 것은 양상추에 싸 먹으면 맛있다. 그리고는 청소를 했다. 청소를 하고 나서 지금까지 덥던 담요도 빨아서 널었다. 오늘은 기온이 아주 높은 날이지만, 습기도 많아서 80%로 빨래는 잘 마르지 않았다. 빨래는 어제도 했다. 오늘 밤에도 삶는 빨래를 할 예정이다. 삶는 빨래는 정말로 오랜만으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빨래를 삶을 큰 솥이나 냄비가 없지만, 내친김에 할 작정이다.
아침부터 30도가 넘는 기온이 12시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은 하루 종일 찜통 속에서 지내는 것이다. 거기에다, 습도도 높으니 저온 한증막에 가깝다. 그러나, 올여름은 덥다는 데, 폭염의 시작일까. 2016년 첫번째 폭염이다.
어제는 현장학습으로 학생들과 신오쿠보에 갔다. 어제도 갑자기 최고기온이 33도로 올라간다고 해서 아침부터 긴장했다. 신오쿠보역 개찰구에서 10시 반에 만나서 아리랑 문화센터에 갔다가, 고려박물관은 밖에서 엿보기만 했다. 한국광장이라는 한국 마트에 들러 견학을 하고 화장품 가게가 많은 골목을 보고 12시쯤 순대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리랑 문화센터에 가기 전에 점심을 예약했다. 학생들과 같이 갔다고 순대집 사장님이 신경을 써주셨다. 순대집은 내가 가는 단골집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태도를 보고 여러모로 놀랐다. 우선, 아리랑 문화센터에서 많은 자료들을 소개하면서 보라고 했지만,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손을 내밀어 보기만 해도 되지만, 그런 일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는 걸 거부하는 걸까? 마침 거기에는 공부하러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걸 본 학생들이 일본사람이냐고 묻는다. 공부하러 온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이고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재일동포인 것 같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놀란다. 자료를 가르치면서 많은 운동은 같은 뜻을 가진 일본 사람들이 협력과 동참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단지 한국인이라고 해서 같은 뜻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일본인도 같은 뜻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신오쿠보는 아주 한산했다. 한눈으로도 신오쿠보가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헤이트 스피치를 그렇게 하더니 신오쿠보가 박살이 났다. 위대한 혐오의 힘? 대단하다. 헤이트스피치가 단순히 재일동포나 한국인을 혐오하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 사회를 쳐부수고, 자신들 목을 조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겠지?
식당에서 학생들 태도가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학생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신들이 접해 본 적이 없는 음식에 대해 호기심이 아니라,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런 태도에 깜짝 놀랐다. 음식 하나 하나에 적극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냥 먹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 잘 먹는 학생은 한 명, 다른 두 명도 얌전히 먹고 있었다. 거부반응을 보이는 학생은 심리적으로 장벽을 만들었다. 먹는 것에 관한 태도는 심리적인 것과 직결된 것이다.
일본사람들에게 한국음식은 아주 친근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음식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친근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태도는,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정도가 아닌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냥 일반적인 학생이 아니라, 내 수업(한국사회와 문화)을 듣는 학생들이라, 이런 태도를 심각하게 봤다. 지금까지 한국과 관련이 전혀 없는 수업이나, 학생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 거부감을 드러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거부감은 단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다.
21세기에 들어서 일본 사회는 집단적인 히키코모리 상태다. 히키코모리는 은둔형 외톨이라고도 볼 수 있다. 히키코모리는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동시인 경우가 있고 밖에서 활동하면서도 정신적인 히키코모리도 있다. 일본은 원래 폐쇄적으로 배타적이다. 거기에 나라의 정치가 국민들을, 특히 젊은이를 히키코모리로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여기 저기로 왕래가 빈번한 글로벌 시대에 들어서 일본에서는 역행을 하던 것이 이렇게 젊은이들 태도에 드러났다. 사실, 80년대까지 일본에서 한국음식은 아저씨들이 먹는 음식이었다. 90년대에 들어서 다른 외국음식이 많이 들어오면서 젊은 여자들도 갈 수 있는 한국음식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한류의 유행과 더불어 한국음식은 일본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한 음식이 된 것이다.
같이 갔던 학생들이 한국음식을 접하는 태도는 80년대 한국음식을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시골사람들 태도에 가까웠다. 단지 미지의 음식에 대한 거부가 아닌, 한국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한 거부로 비쳤다. 문제가 복잡한 것은 그냥 한국음식이 싫은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와 문화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현장학습에 참가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싶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이나, 한국음식을 싫어하고 거부해도 된다. 한국을 혐오해도 할 수 없다. 한국에 대한 모든 걸 거부하고 혐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한국사회와 문화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다면, 그 복잡한 심리적 거부감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은 ‘혐한’이 충만한 사회에서 본능적으로 한국의 모든 것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사회적인 영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 태도는 문화적인 폐쇄성, 히키코모리 상태이기도 하다. 먹는 음식조차 애국 애족과 국가에 충성을 요구하는 걸까? 요새, 국제학부 인기가 없다. 이런 일본의 상태가 국제학부 인기가 없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다. 일본 정치가들은 젊은 학생들을 정신적 히키코모리로 만들어서 다른 문화에 관한 호기심까지 잘라내어 뭘 어쩌자는 건지 묻고 싶다.
사진은 서늘해 보이는 수국으로 수국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시기, 비오는 날에 찍은 것이다. 참고로 지금 수국은 끝물이라, 아주 피곤해 보이는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