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7 심란하다
오늘 동경은 흐리고 그다지 덥지 않은 날이었다. 지난 일요일에 미친 듯이 37도나 된 이후에 날씨는 서늘해졌다. 날씨가 미친 듯이 더워지면 사람들은 감당을 못한다.
오늘은 가까운 대학에서 일 교시 강의가 있는 날이다. 학기말이 되려면 아직도 3주나 남았다. 종강이 3주나 남았지만, 요즘 기분이 아주 우울하고 심란하다. 학기말이 되면 나타나는 증상이 벌써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다. 보통은 학기말 종강까지 정신없이 달린다.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무사히 종강을 맞았다. 그런데 이번 학기는 무사히 학기말을 맞이할지 도대체 자신이 없다. 지금까지도 자신이 있어서 해온 것은 아니지만, 강의가 합계 15 회에서 10 회를 넘으면 자리가 확실히 잡힌다. 현재 자리가 확실히 잡힌 과목은 하나뿐인 것 같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내가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점을 다른 선생과 의견교환을 하고 의논도 한다. 내 강의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다른 선생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일이다. 단지,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지난 화요일에 한 선생이 상위권 대학 수업에서 분위기가 마치 “동물원 같다”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난리를 친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이기는 하지만, 선생들이 ‘동물’을 상대로 수업하는 것은 무리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학생들이 ‘동물’이어서가 아니다. 한 과목에서 학생이 나를 타깃으로 수업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감상문을 쓴다. 개강에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나를 공격하는 내용이다. 수업이 끝나면 부하들을 데리고 단체로 몰려와서 나를 비웃고 놀리고 간다. 나를 비웃고 놀리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는 못하고 부하들을 데리고 단체로 와서 한다. 즉, 이지메다. 참고로 감상문은 채점을 한다. 그 학생들은 선생을 이지메하고, 공갈 협박하면 무서워서 단위를 준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고 나는 용감한 사람도 아니고 용감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단위를 주고 싶어도 점수를 줄 내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이 왜 그런 태도로 나오는지 안다. 내가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사회 분위기로는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때려 죽여도 될 정도의 ‘공공의 적’이다. 그렇기에, ‘공공의 적’인 한국사람을 공격하고 이지메하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이 된다. 내가 보기에는 대학 교실에서 양아치질을 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는 ‘애국하는 행동’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다른 수업에서도 일본을 비판하는 말을 하면 공격을 받는다. 지금까지 강의를 오래 하면서, 지금까지도 일본을 비판했지만, 앞으로도 비판할 것이다. 근래에 와서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학생들에게는 일본을 평가하는 부분은 안 들리고 비판하는 부분만 들리는 모양이다. 아니다, 일부 학생들 심정으로는 일본이 모든 면에서 세계에서 ‘최고’이며, 일본 민족이 ‘우월’ 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아낌없이 그대로 감상문에 쓴다. 오늘 아침에 학생에게 주의를 준 내용도 “일본에 외국인이 들어오면 일본 민족의 피가 더러워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쓰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자민족만이 우월하다는 '자민족 중심주의'에 근거한 ‘민족차별적’인 표현이라고 주의했다. 오늘 강의에서 받은 감상문에서는 더 심한 표현들이 적나라하게 쓰여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힘이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