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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참의원 선거에 투표하라

학생들에게 투표하라, 참의원 선거에 투표하라고 열심히 권했다.

 

오늘 동경은 오전까지 비가 오고 흐리는 날씨였는데, 점심시간이 되면서 맑아졌다. 얼마 만에 보는 햇볕이냐 싶어 점심으로 가져간 빵과 아보카도를 먹는 것도 포기하고 집을 향했다. 점심이 문제가 아니라, 눅눅하고 축축한 집을 환기하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있어 도서관에 들렀다가, 야채 무인판매에 들러서 오이와 양파도 샀다. 집에 와서 창문과 벽장문도 다 열고 빨래를 해서 널었다. 집안에 살짝 바람이 마른바람이 들어와서 조금 쾌적해졌다. 

 

오늘은 '아시아 사회론'이 있는 날이다. 지난주에 학생들에게 아베 총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던 강의다. 아침에는 비가 오고 있어서 지금 동경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장마철이 너무 길어져 사람들이 지쳤다. 신문에는 20일 연속 흐리고 비가 오고 있어서 일조량이 아주 부족하다고 한다. 야채가 비싸고 여름옷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날씨 영향을 받아 분위기가 너무 쳐져 있다. 무력감과 피로가 겹쳐서 학생들이 아프다. 선생들도 아프다. 이번 주 학교에서 일하는 걸 봤더니 직원들도 많이 지쳐있는 모양이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런 말을 했더니 학생들이 동의한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봄학기가 끝나는 것이 2주나 늦다. 

 

오늘 강의를 한 것은 '고령화 사회/ 일본'이었는데,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이지만, 동아시아 다른 나라도 '고령화'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고령화율은 2019년 28%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일본의 절반 14%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 '고령화'라는 것은 '저출산'과 세트이기 때문에 '저출산'을 강조하지 않는다. 일본의 '고령화'는 인구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다. 일본 정치는 '고령화'를 회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하지 않은 결과, 현재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고령화'라는 말이 나오면 한국에서는 금방이라도 일본을 능가할 것 같이 말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구문제가 아닌 '정치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상황이 건전해서 '고령화'를 회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하면 확실한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를 완화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정책은 '젠더평등'이다.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결혼하고 육아를 할 수 있게 사회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출산과 교육에 돈이 들지 않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이 힘들다.

 

'고령화'를 완화하기 위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복지정책'이다. 노인을 위한 것은 물론이지만, 아이를 위한 복지가 중요하다. 지금 일본의 상황에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나빠져 가. 지난주 학생들 감상문에도 자신이 결혼할 수 있을지는 어떤 회사에 취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회사에 취직하느냐, 일하는 것을 들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일을 하고 수입을 얻어야 하지만,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가 먼저가 아닐까 하는 말을 했다. 여성들도 결혼해서도 일을 하기 때문에, 남성들과 같이 육아나 가사도 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이전에는 전업주부를 하는 사람도 있어서 육아나 가사를 같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성들은 같이 해나갈 수 있는 남성과 결혼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성들이 견딜 수가 없기에 결혼하고 아이가 있어도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생긴다. 남성들이 잘 알아야 하는데 인식의 변화가 너무 늦다. '고령화'와 '노동조건'은 뗄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겉으로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고, 여성들의 활약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옛날로 회귀'하는 것이라, '고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옛날'은 알다시피 여성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생활이었다. 지금 시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왜 이런 정책으로 나가는지 믿을 수가 없다. 

 

한편, 한국은 정치가 건전하다면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본다. 전제조건으로 정치가 건전해야, 국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가능한 일이다. '고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 인구의 3분 1이 '노인'이다. 남성 4명 중 1명은 평생 결혼을 못 한다. 3명은 결혼해서 그중 한 커플은 이혼한다. 결혼해서 사는 사람이 반 밖에 안된다. 이런 현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장래에는 남성 3명 중 1명밖에 결혼할 수 없게 된다는 기사도 있었다. 일본의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을 깨지 않고 온존 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정치가 이상하다. 여성은 불리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해서 출산한다고 그만두고 싶지 않다. 결혼해서 일하면서 육아가 힘들다면 결혼해도 출산을 하지 않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나이 든 부모를 돌봐야 하는 부담도 있다. 여성은 결혼하면 일하면서 육아에 가사,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부모와 시부모까지 돌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결혼이나, 출산, 육아가 다 '리스크'가 될 수가 있기에 '리스크'를 회피하고 싶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결혼하고 싶은데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회는 정치가 이상한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것은 개인적인 성향이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문제'라는 걸 인식하기 바란다.

 

'투표하라' 투표하지 않으면 '자민당'이 압승하게 된다. '자민당' 지지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자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투표를 하기 때문이고, 투표율이 낮으면 '자민당'이 득표가 많아지는 선거 시스템이다. 지금 일본의 정치상황이 싫다는 것 안다. 참의원 선거를 신문을 통해서 보지만, 학생들 분위기를 보면 일본 정치가 너무 싫다고 한다. '아베 정권'이 싫다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자민당'이 압승하고 '개헌'을 하게 된다. 일본 국민이 '개헌'을 찬성해서가 아니라, 투표를 하지 않으면 그런 결과가 된다. '연금'문제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를 위한 정책이 없고 고령자를 위한 정책만 있다고 하는데, 젊은이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정치가는 젊은이를 위한 정책을 생각하지 않는다. 고령자는 투표한다. 정치가는 표를 얻기 위해서 일한다. 정치에 대한 혐오가 이런 악순환을 만든다. 나는 '자민당'이 이런 악순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투표 연령이 낮아졌지만, 선거에 대해서 배운 것이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 의도적으로 젊은이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닐까? 투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독려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투표를 독려해도 학생들 중에 투표를 하겠다는 것이 다섯 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이 생기가 없다. 일본의 미래에 희망을 갖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무기력하다. 정치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없다. 그렇기에 내가 아무리 열심히 투표하라고 독려해도 먹히지 않는다. 취직을 해도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빌린 장학금을 20년에 걸쳐 갚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는 젊은이가 대단한 꿈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해서 일하면서 좋은 사람과 만나 사귀고 결혼해서 가정을 갖는다는 이전에는 당연했던 라이프 코스가 당연하지 않다. 취직은 한다. 취직을 해도 장시간 노동에 월급이 낮다. 혼자 살아가기도 힘들다고 한다. 회사의 노예가 되는 삶이 되는 걸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고령화'를 촉진시키는 기능을 한다. 일본을 망하게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일본을 아예 노인들만 사는 나라로 만들 작정인가? 그렇다면 대성공이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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